'소맥'제조 기준선 높아져…업체 소비 늘리려는 '꼼수'맥주사 "의도한 바 없어"

"어? 맥주잔 로고 위치가 다르네?"

지난달 30일 모임에 참석해 소맥(맥주에 소주를 섞어 만든 폭탄주)을 제조하던 회사원 정성일(49·경남 김해시 장유동) 씨는 같은 브랜드 맥주컵의 로고 위치가 다른 것을 발견했다. 정 씨는 소주를 한 컵 붓고 맥주잔 로고 아래를 맥주량 기준으로 소맥을 제조했는데 위치가 달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 새로운 디자인(오른쪽)의 컵에 더 많은 양이 담긴다. /이혜영 기자

실제 음식점을 찾아 200㏄ 맥주잔을 살펴보니 같은 브랜드 맥주잔이라도 다른 모양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새로운 하이트 맥주잔 로고 위치는 바닥에서부터 7.7cm로 예전 잔(7㎝)보다 0.7cm 올라가 있다. 맥주 양을 비교했을 때 예전 잔은 로고 아래까지 130㏄ 담기고, 새로운 잔은 150㏄가 담긴다.

애주가들은 "소맥 제조 잣대로 맥주잔 로고가 일반화되자 맥주업체에서 소비량을 늘리려는 꼼수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맥주업체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하이트진로 홍보팀 관계자는 "2014년 4월 로고 리뉴얼 후 홍보상품이 바뀌었다. 디자인이 변경돼 올라간 것이지 의도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 측 역시 같은 대답이다.

하이트맥주 잔에 쓰인 'hite' 로고는 세로로 비스듬하게 사용하다 이후 가로로 사용하면서 위치가 조금 올라갔고 최근에는 로고 밑에 추가 디자인을 넣으면서 위치가 변경됐다.

술 제조업체의 판매 전략은 소주병에도 숨어 있다.

소주 1병을 50㎖ 소주잔에 따르면 7잔 반 용량이다. 7이란 수는 자연수 중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가지는 소수다. 이 소수가 소주 1병에 7잔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소주 한 병은 2명이 마시면 3잔씩 먹고 1잔이 모자라 한 병을 더 시켜야 하고, 3명, 4명, 5명, 6명이 먹어도 항상 부족해 1병을 더 시켜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2009년 국내 10여 개 주류업체는 360㎖ 초록색 소주병을 공용화할 것을 협약했다.

이에 주류업체 관계자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주류업체에서 의도적으로 연구했다기보다 비하인드스토리로 애주가들이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폐력과 편리성을 연구해 맥주병 뚜껑 주름이 21개인 것과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변온잉크까지 적용하는 주류업체를 보면 허투루 상품을 개발할 리 없다는 게 전반적인 애주가들의 의견이다.

정 씨는 "주류업체들의 판매 전략이 사소한 잔에까지 미치는 것이 놀랍다. 새로운 잔 로고가 올라가면서 따르다 보면 맥주를 한 병 더 시켜야 양을 맞출 수 있게 된다"며 "단체 모임이나 회식에서 전체 맥주 소비량을 따져본다면 상당히 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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