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

어린 시절 내내 부모님과 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까칠한 성격에 입맛 또한 까다로우시고 칭찬에 인색하던 할머니였지만 짜파게티만은 좋아하셨지요. 아파트 전체 방역을 하는 날이면 학교 오전반을 마치고 달려와 공원에 돗자리를 펴 놓고 할머니와 함께 찐옥수수를 먹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고 여러가지 일 때문에 우리 가족은 할머니와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거의 매주 왕래하다시피 했지만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할머니를 뵈러 가는 횟수는 줄어들었지요. 할머니는 점점 더 늙어가셨고 우리는 점점 어른이 되어갔습니다.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언제나 차 백미러에 할머니 모습이 비쳤습니다.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우리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도카니 서서 지켜보고 계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한번은 아무 생각없이 이제 집에 들어가셨겠거니, 하고 백미러를 보았는데 그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손을 흔들며 울고 계신 모습이 보였습니다. 우리 차가 멀어질 때까지 참고 있었던 눈물을 터뜨리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돌아갈 때면 매번 그렇게 우셨던 걸까. 생각할 때마다 죄송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납골당에 들러 할머니를 뵙고 오는 길, 차 백미러엔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당신이 그리울 거란 거 알고 있었지만, 알고도 맞은 그리움이 참 슬픕니다. 항상 남겨두고 떠나는 쪽은 우리였는데 이제 할머니가 우리를 떠나셨습니다.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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