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유, 더 리빙'전시회…다양한 매체로 현대인 각박한 삶 표현

경남도립미술관이 현대인의 삶을 투영하는 전시와 한국 현대 미술의 단색조 화풍을 보여주는 전시를 동시에 열었다.

미술관은 올해 2번째 전시로 '유, 더 리빙(you, the living)', '단색조, 한국 현대미술의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두 가지 전시를 17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유, 더 리빙'전은 스웨덴 영화 제목에서 따온 전시명으로, '너, 살아있는 자'라는 뜻이다. 생계와 생존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그와 관련한 추억, 사회적 특성 등을 담고 있다. 유리, 비디오, 실, 가구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가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1전시실은 '생활의 추억'이라는 부제로 권용주, 조혜진 작가가 자신들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삶의 터전과 일상을 담아냈다. 단단해 보이지만 깨지기 쉬운 유리와 연약해 보이지만 질긴 실의 상반된 물성을 대비해 일상의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나타냈다.

▲ 경남도립미술관 '유, 더 리빙' 전시 모습. /우귀화 기자

조혜진 작가는 철거지역에서 수집한 간유리로 아치모양의 고층빌딩인 '섬'을 완성했고, 권용주 작가는 방직 공장에서 일한 어머니를 기억하며 염색한 실을 전시장 천장에 팽팽하게 매달았다.

2전시실은 '젊은 방, 낡은 꿈'이라는 부제로, 3명의 젊은 작가들의 고민을 전시 공간에 설치했다.

고재욱 작가는 흰색으로 된 작은 사각형 방 4개를 각각 노래방, 게임방, 침실 등으로 꾸며서 규격화된 공간에 억눌린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표현했다.

김보아 작가는 '싱글 서빙 플로어(single serving floor)'라는 제목으로 개인에게 필요한 바닥면적을 산출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주민 등의 삶을 말하고자 했다.

배윤환 작가는 '골든스프' 작품 등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과 뒤틀린 욕망을 기괴한 모습으로 드러냈다.

▲ '단색조, 한국 현대미술의 정신' 전시 모습. 왼쪽과 정면 벽면에 김춘수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노동과 거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3전시실은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방&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2명의 작가는 거실을 무대로 꾸며서 관람객이 앉아볼 수 있게 했다. 온 사방이 폐쇄 회로(CCTV)와 카메라로 뒤덮인 공간은 사적이면서 공적인 곳이 됐다. 가상공간의 양면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조혜정, 김숙현 작가의 감정 노동자의 모습을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과 김세진 작가의 고단한 노동자의 모습을 제작한 설치 작품도 있다.

4, 5전시실에서 펼쳐지는 '단색조, 한국 현대미술의 정신'전은 김익영, 문평, 이강효, 김춘수, 김택상, 문범, 민병헌, 박기원, 서승원, 이승조, 이종규, 제여란, 천광엽, 최명영 등 작가 14명이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정종효 학예팀장은 "세계 미술계는 요즘 한국의 단색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현대 한국미술은 전통성과 현대성이 만나게 된 이후 한국의 현대미술 태동의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며 시대를 통하였는지 한 부분을 보여준다"고 전시를 설명했다.

4, 5 전시실 사이에 있는 작은 전시실에 이강효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 하나를 놓아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명상을 할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김춘수 작가의 '울트라 마린' 시리즈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가가 손으로 직접 칠한 작품은 거칠면서도 역동적이게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문범 작가는 캔버스에 자동차 도료에 쓰이는 페인트를 칠한 후 에어컴프레서로 강한 바람을 일으켜 표면을 나타낸 '슬로 세임 슬로(Slow Same Slow)' 등의 작품으로 추상, 개념 미술을 보여준다.

민병헌 사진작가의 어슴푸레한 흑백 사진, 김택상 작가의 농도가 다른 물감이 중첩된 작품 등도 눈에 띈다.

전시는 5월 25일까지. 문의 055-25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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