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모 전 부사장은 왜 1억 원 언급하며 "준표, 준표"라고 했나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 재판에 '경남기업' 소속이었던 직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진실게임'이 급진전하고 있다.

지난 기일 공판에서 검찰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진술 회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엄창현 남해대학총장·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을 상대로 홍 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우회적으로 입증하려 했다면, 18일 열린 증인 신문에서는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경남기업 (비서실)팀장을 출석시켜 고 성완종 회장의 자살 직전 발언과 행적 등을 바탕으로 범죄 정황을 더욱 구체화시켜려 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홍 지사 변호인 측은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상무와 이 전 팀장의 증언 내용에 대해 '성완종-윤승모-박준호-이용기' 등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며 공박해 나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는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수차례 윤승모 전 부사장과 접촉하며 주고받았던 대화 내용들이 공개됐다.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을 찾아 '홍준표 1억 원' 언급하게 된 건 경남기업을 향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하지만 당초 성 전 회장은 문제의 1억 원을 윤 전 부사장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준 것이라고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려 했다는 게 이용기 전 팀장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2015년 4월 1일 이용기 팀장은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병원에 입원해있던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1억 원을 생활비로 준 것으로 하자는 성 전 회장의 뜻을 전달한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계속 압박해 들어오고 이미 경남기업 재정을 총괄하던 한장섭 전 부사장까지 검찰에 소환된 마당에 비자금의 용처에 대해 서로 입을 맞춰 놓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윤 전 부사장은 자신이 1억 원의 용처를 일일이 증명해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꼈고, '다시 성 회장에게 돈을 돌려준 것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틀 후인 4월 3일, 이 전 팀장은 다시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1억 원 용처를 언론 홍보비와 생활비 등으로 하자'는 성 전 회장의 뜻을 전한다. 이에 윤 전 부사장은 "알았다"고 했고, 지나가는 말로 뜻밖의 사실을 전한다. 이 전 팀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1억 원을 전달한 인물이) 누군 줄 알아?"라고 하면서 "홍, 홍"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전 팀장이 "홍문표요?"라고 묻자, 윤 전 부사장이 "아니, 아니, 준표, 준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성 전 회장에게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6일 상황은 급변한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3일 전 일이다. 성 전 회장은 자신에게 떨어질 구속영장이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크게 상심했다고 한다. 이에 성 전 회장은 박 전 상무와 이 전 팀장을 대동하고 윤 전 부사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직접 찾아간다. 이 자리에서 성 전 회장과 윤 전 부사장은 '홍준표', '1억 원'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박 전 상무와 이 전 팀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에게 '직접 국회의원회관에 쇼핑백을 들고 가 홍 의원에게 전달하고 홍 의원은 발밑에 쇼핑백을 뒀다가 보좌관을 불러 가져가게 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또한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자신에게 '검찰에서 딜 할 수 있는 걸 내놓으라고 한다. 홍(준표)은 주류 친박도 아니고 청와대도 별 부담 없을 것이고, 이 정도는 밝혀야겠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상무와 이 전 팀장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성 전 회장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고 비자금 용처를 하나씩 밝혀나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자신이 인신 구속되는 걸 피하지 못하겠다는 걸 직감하고 '홍준표 1억 원'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증언이 이어지자 홍 지사 변호인 측은 횡령된 1억 원을 자기영역에서 소비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걸 부담스러워 한 윤 전 부사장이 "홍, 홍"이라고 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홍 지사 변호인 측은 박 전 상무와 이 전 팀장의 증언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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