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혼자 막무가내 중국여행기(1) 청도에서 연태

짧은 반팔 소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중국의 유럽이라 불리는 칭따오!!! 익숙한 산둥성의 동쪽 청도!!!

혼자 다녔던 한여름의 태산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 것이리라. 이곳 청도에서도 호텔은 기차역 옆을 예약했다. 종점이므로 길을 잃을 걱정은 없다.

공항버스에 올라타고선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았다. 여유롭게 배낭도 의자위에 아무렇게나 둔다. 석달전 중국여행시 공항버스에서 배낭을 무릎에 놓고 안고 있었던걸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이 먼 타지에서 겁없이 버스에 오른... 대한민국 아짐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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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도역

기차역이 멋지다.

이국적 느낌! 아니, 서양의 느낌이 물씬 풍겨 온다. 한참을 기차역 주변을 돌아봤다. 청도에 온것이다. 어젯밤 밤잠을 설치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칭따오! 심호흡으로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나는 호텔을 찾아 배낭을 풀었다. 여행을 하면할수록 호텔은 점점 저렴한 곳으로 찾게 된다. 아직까지 남녀 혼숙하는 도미토리는 이용해 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해보겠지만 혼자서는 힘들겠고 동행자가 있다면 해볼 요량이다.

짐을 풀고 곧장 달려 나왔다. 바로 앞이 바닷가라 경치는 좋으며 해변을 끼고 있는 모든 건물이 서양식이라 예쁘다. 바닷가를 한참을 걷다가 5ㆍ4광장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 5.4 광장 조각탑

1919년 우리나라 3ㆍ1운동에 자극받아 중국서도 그해 5월 4일 항일운동이 전개된 곳이다. 반제국주의 운동으로 중국현대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국답게 중국은 기념탑도 크고 웅장하다. 붉은 조각상 사진을 찍고선 돌아선다.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한국음식이 유명한곳이 있다는걸 알지만 찾아가기엔 배속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눈앞에 보이는 맥도날드에서 죽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웠다. 택시를 타고 먹자골목 피차이위엔으로 이동했다. 8원이다. 무지 가까웠었나 버스노선을 찾을 수 없어 택시를 탔는데 기본요금이다. 거리는 청도역에서 300~400m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다.

특유의 향신료 냄새와 지저분한 바닥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으나 뭐라도 먹어봐야지 하며 새우요리 하나를 시켰다. 다 먹진 못하고 비닐에 싸달라고 하고선 가방 깊숙히 집어넣었다. 여기선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다닌다. 부끄럽지 않아 좋다. 심지어 국물있는 것들도 싸간다. 동행이 있었더라면 분명 더 둘러봤을 것이다. 버스로 30여분을 지나 맥주박물관에 도착했다.

▲ 청도 맥주박물관

맥주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독일과 일본에게 점령을 당했던 이곳 청도는 그 때문에 맥주기술이 발달했나보다.

박물관보다 길게 늘어져 있는 주점거리에 넋을 놓고 혼자 앉을만한 곳을 찾아서 흠뻑 맥주에 취했다. 나의 여러 날들이 칭따오와 와인과 노산등반으로 지나갔다. 칭따오 삥더!

▲ 청도 맥주거리

새벽 일찍 아침도 굶고 청도 옆 도시 연태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구불구불 길을 다섯 시간쯤 간듯하다. 지루할 법도 하나 연신 보여지는 낯선 풍경들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 연태 봉래각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하고 진시황이 세 번이나 다녀갔다는 봉래각을 향해 갔다. 중국의 4대 명루중 하나다. 중국에선 명승지를 A갯수로 나타낸다. 자금성, 만리장성과 함께 AAAAA 등급이며 중국서 제일 먼저 A를 다섯 개 받았다고 하니 더 말이 필요 없다. 입장료도 무지 비싸다. 입장료만 우리 돈 3만원이고 케이블카 등을 이용하려면 추가요금을 지불해야한다. 진시황이 불노초를 구하려고 온 곳이라 하니 그 돈도 싼 것인가? 여긴 넘 아름다워서 죽을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세 번이나 다녀간 펑라이

붉은 화강암으로 된 민둥산과 절벽에 만들어진 잔도. 잔도는 이곳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 촉나라의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절벽을 걸을 수 있게 난간을 만든 것이다. 중국 곳곳에는 잔도가 많다고 한다. 물론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랐을 터! 만리장성 돌 하나에 사람 목숨하나이듯...

▲ 잔도

세 시간을 봉래각 구경으로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그곳은 아름답고 멋졌다.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택시... 한 시간을 같이 온 우리 두 사람은 얼핏 친한 것 같다. 낯선 이국여자와 이국남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나는 기다려 준 그에게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 하며 그는 나에게 이동수단을 제공해야 했으며 버스터미널까지 다시 보내줘야 한다. 또한 이국땅에 덜렁 혼자인 내가 걱정스럽기도 했으리라. 연태버스터미널 앞에 왔다. 나는 그에게 칭따오로 가야한다고 했고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시간은 오후 6시를 향해 가는데 택시기사는 연신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그는 나에게 버스도, 기차도 없다고 했다.

순간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앞이 캄캄해졌다. 곧 정신을 차리고 택시기사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반드시 청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시간이 허락했다면 하룻밤을 연태에서 잘 수도 있었으나 내일 오전 비행기로 귀국해야하는 나로서는 비행기를 놓쳐버리게 되므로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나는 어떤 대가를 지불 하더라도 돌아가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기사는 나에게 개인승용차 주인을 소개시켜줬고 한 시간을 청도행 호객행위를 하며 기다렸다. 두렵기도 했으나 청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인 나로서는 이런, 저런 생각은 접어버리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서인지 세 명의 남자들이 모였고 모두 청도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이국여자라 좁은 뒷자석이 아닌 앞자리에 앉게 해준다. 뒷자리 남자 셋은 비좁게 갈 수 밖에 없다. 휴게소 한번 없이 5시간쯤인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진주에서 평양 정도의 거리를 온 것 같다. 이곳이 옆 동네라고?

대륙을 우습게 본 나는 하루 동안 일주일 용돈을 다 날리고서야 호텔로 돌아왔다. 이렇게 산둥성 여행은 저물어가고 나는 또다른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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