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 중인 최은주(26·금산면) 씨

유럽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최은주 씨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커피플라워 도서관’이다. 가게에는 스터디 룸도 마련돼 있고 도서관처럼 여러 사람이 공부하기 위해 둘러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과 커피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다. 커피를 직접 내려서 먹도록 주방이 개방돼 있다. 최은주 씨는 그런 곳의 매니저다.

그는 진주산업대(현 경남과학기술대)에서 인테리어재료공학과를 다니다 중퇴했다. 2년도 안 되는 기간을 다녔지만 전공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배움을 계속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 최은주 씨는 유럽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해 매일 폐점 후에도 2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다.

“‘이건 아니다’ 생각하고 관뒀죠. 대졸만 대접 받는 사회를 보면 아쉬운 건 있지만요.”

그는 지난해 야간대학을 등록할까 알아봤다. 회계나 마케팅 같은 상경계열 쪽으로 배우면 나중에 본인의 가게를 차리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지금은 아예 가는 길이 달라졌다. 그는 제빵과 커피 전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제빵사 자격증을 23살 때 먼저 취득했다.

“전에 일했던 곳에서 케이크 만드는 언니가 멋져 보여서 제빵을 배웠어요. 동경에서 시작한 거죠. 근데 그 언니는 애 낳고 지금은 일을 관뒀다고는 하네요. (웃음)”

현재 커피를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언젠가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면 커피와 함께 제빵 솜씨도 발휘할 생각이다.

최은주 씨는 남들 다 가는 대학에 그저 휩쓸리듯 따라갔지만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진지하게 배워나가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면서 커피 관련 국제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으니 하루 종일 온통 커피만 생각하고 커피만 다루고 있는 것이었다.

요즘 출퇴근 전후로 매일 몇 시간씩 유럽바리스타 자격증 준비를 한다. ‘공인’이 없는 국내 바리스타 자격증들에 비해 어렵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공인되는 커피 전문 자격증이니 절실하게 바라며 공부 중이다. 11시에 폐점하고도 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휴일에도 가게에서 공부…, 하루 몇 시간이라고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틈틈이 자격증을 준비한다. 그런데도 그는 공부를 더 해야 될 것만 같다고 말했다.

▲ 커피플라워 도서관 내부 모습.

“이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부족한 게 많아요. 많이 단련해야 돼요.”

일을 시작하고 처음부터 커피 전문가가 될 결심은 못 했다. 커피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쯤 됐는데 자격증 공부는 한 달 남짓 됐으니 그 나머지는 방황(?)의 시간이었다.

“일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학교에서 바리스타를 전공한 실력 좋은 사람과도 비교하게 되고…. 그리고 저는 바리스타라면 라떼 아트를 하고 음료를 내는 것만 생각했는데 가게 운영에는 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도 자기 일을 계속 해내다 보니 확신을 얻었다.

“커피를 다루면서 열정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저도 힘을 얻고, 자신감이 생겼고. 일이 익숙해지니 예전에 막막했던 것도 별거 아니구나 생각도 들고. ‘내가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있겠다’ 믿기로 했죠. 커피도 알면 알수록 배우는 재미가 좋아요.”

▲ 신중하게 커피를 내리고 있는 최은주 씨.

그는 커피 전문점이 곳곳에 넘쳐나는 상황에서 차별성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음료만 마시고 가는 게 아니라 작은 추억이라도 만들어주는 가게, 이야기가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커피를 만만하게 보고 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창업하는 분위기에서 어쩌면 학교를 관둔 것에 비해 색다르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에는 남들 많이 가는 길이라고 진학하듯 선택했던 길은 아니다.

“유명 프랜차이즈와 비교해서 일단 마시면 차이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이름값 못하는 커피를 먼저 마셨다면 손님이 제 커피를 마실 때 커피맛이 이거구나, 하는 그런 맛을 느끼게 해야죠.”

▲ "제가 원래 사진 찍는 걸 좀…." 카메라를 피하는 최은주 씨.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