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상대 영어교육과 졸업한 정현진(가좌동·26) 씨

대학교를 4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가 오히려 흔치 않다고 한다. 정현진 씨도 그렇다. 우리 나이로 28살에 경상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단 1학기만 휴학했을 뿐이라는데 그동안 뭘 했을까? 졸업이 늦어진 건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왔을 때 국내에서 학점 인정이 안 되는 강의를 많이 들었던 탓이었다.

“제 전공이 영어교육인데 거기서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니까 어떤 수업이든 어학에 다 도움이 됐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 학점 인정이 안 되는 것도 여러 가지 들었어요. 스킨스쿠버 강의나 스페인어 강의 같은 거.”

▲ '사범대학'이라는 현판을 뒤에 두고 졸업식 날 한 컷.

교환학생을 다녀온 1년이란 귀중한 경험이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어울려 노는 학교 분위기와 거리를 두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외국에 가보니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우선 그는 교환학생으로 가서 들은 강의를 죄다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언어습득 능력이 뛰어나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 결과 당시에 미국 명문대 출신 교수님이 학교에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했으니까, 정말 잘 풀렸습니다.”

유학 가서도 한국인 끼리끼리 모이는 무리도 많다고 하지만 그는 거기에 속하지 않았다.

“기숙사 운영협의체에 국제학생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으니까요. 한국인 대표가 아니라 유학생 대표로요. 여러 외국인들하고 잘 어울리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캠퍼스 생활만 경험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당시 미국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겠다며 멕시코로 두 달 동안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고작 돈 3만 원 들고 출발해 텐트에서 노숙하다 사람도 공격한다는 코요테를 만나고, 배가 고파 나무에 올라 야생 코코넛을 따먹기도 했고, 먹고 살려고 접시도 닦았다. 또한 캐나다까지 1만 킬로미터를 3개월 동안 자전거로 달리기도 했다니 여러 언어를 제대로 습득하기 위한 열정으로 이왕에 간 거 제대로 외국물을 먹고 왔다.

지금 현진 씨는 언어학을 배우고 싶어 유학에 필요한 어학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알게 된 학교 후배와 함께 영어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유학 가서 좋은 공부한 뒤 지방대 출신으로 잘 되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 함께 졸업하는 친구들과 한 컷.

30살이 코앞인 지금 졸업까지 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을까?

“늦었다고 해서 생기는 불안감은 없습니다. 남들보다 빠른 것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이 더 중요하고, 제가 하고자 하는 길은 그걸 중시할 테니까요. 그동안 저는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지금의 진로를 정한 건 아니었다. 그도 미국에 있을 때는 한국에 돌아가서 임용시험에 응시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제 미래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임용시험으로 바로 교사가 되기로 진로는 정하기보다는 ‘내가 아직 젊으니 뭔가 도전해봐야 한다.’ 하고 정했죠.”

남들 다 하는 거 신나게 즐겨보지 못했다면 가벼운 후회나 아쉬움이라도 남을 법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후회하는 거 전혀 없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는 못 살 거예요. 군 제대하고 나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때랑 다르게 자율성을 가지고 ‘내가 재밌어 하는 것’을 찾아서 공부하다 보니 다시 돌아가서 한다 해도 그때처럼 못 할 만큼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 인터뷰를 마치고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정현진 씨.

대학교를 다니며 적성을 발견하기까지 현진 씨는 공부를 싫어했지만 지금은 그때 사귀었던 절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멀어질 만큼 삶이 많이 변했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도 만났고, 변화는 좋았다. 그는 언어학을 배우겠다는 꿈이 생겼다. 그리고 그는 이런 포부도 가지게 됐다.

“출신대학 이름을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것,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저 수능을 잘 치기 위해 힘들어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제가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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