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강남동 <향기꽃집> 조미자 씨, "사가는 사람들 복 들라고 작은 것이나마 더 꽂아주고..."

요즘은 각 급 학교에서 졸업식이나 입학식 같은 행사를 한창 여는 시기다. 누구에게나 축하할 만한 이런 때에 꼭 챙기는 게 꽃다발. “그게 무슨 대수냐” 하는 사람도 못 받으면 분명 섭섭할 게 꽃다발이다.

올해 햇수로 12년째 진주남중학교 건너편에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향기꽃집 조미자 씨를 24일 만났다. 그에게 장미꽃 한 송이 기준으로 요즘 가격이 얼만가 물었더니 2천 원이라고 했다. 시내에 나가면 3000~3500원 정도 하는 편이니 저렴했다.

“아무래도 물량이 나오는 게 정해져 있으니까 요즘 값이야 비싸지. 얼어서 상하는 것도 있을 테고. 시내는 아무래도 여기보다 가게 임대료가 비싸니까.”

하루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오늘은 한국국제대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학위수여식’이라고 부르는 날. 졸업식 꽃다발로는 반짝이가 붙은 분홍색 장미꽃이 제일 인기라고 했다. 특히 남자 손님들에게.

“300송이 넘게 가져다 놨는데 벌써 얼마 안 남아서 또 갖다 놓을 참인데. 요즘 졸업식에 축하한다면서 꽃 들고 사랑 고백도 하고 프러포즈하는 남자들도 많은 모양이더라고.”

역시 사랑 고백에는 장미꽃인 듯했다.

한 쪽 벽을 꽤 넓게 채우며 걸린 비누로 만든 꽃도 눈에 띄었다. 그냥 조화인 줄 알았지만 달랐다.

“우리는 어느 가게보다도 색깔별로 다양하게 있어요.”

이 ‘비누꽃’은 물에 닿으면 녹으니 오래 보려면 물 안 묻게 주의하라고 쓰여 있었다. 커플이라면 욕조에 색색이 ‘비누꽃’ 뿌려놓고 목욕을 즐길 수도 있겠다는 야릇한 상상도 해봤다.

▲ 비누꽃에 대해 설명 중인 조미자 씨.

학교 앞에 가판을 차리고서 추운 아침부터 꽃을 파는 사람들도 많다. 누구나 바짝 벌고 싶은 마음도 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조미자 씨는 학교 앞에 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거기 나온 사람들 반은 졸업 입학 시즌이라고 장사하는 사람들이지.”

처음부터 더 많이 팔 만한 곳에 신경을 안 쓴 건 아니었다.

“장사 시작하고 1년 만인가? 돈 벌어보겠다고 졸업식 꽃 장사 하러 온 애들한테 미리 꽃 준비해서 한참 많이 싸 줘봤는데 밤새 준비하느라 손목이 나가겠더라고. 골병 들면 어쩌나 해서 졸업이나 입학 시즌이라고 특별히 더 많이 팔려는 장사는 안 해요.”

그는 욕심 부리지 않고 지내야 한다고 내내 강조했다. 게다가 혼자 일을 하는데 나가서 장사하는 것보다 가게를 직접 찾아주는 손님들을 맞아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돈이 사람을 따라가야지, 사람이 돈을 따르다가는 큰일 나지. 사람들이 너무 돈 욕심이 심해서 자꾸 안 좋은 일이 나잖아요. 꽃을 들여와서 팔 때 돈 좀 아끼려고 적당히 만들고 그러면 안 되지. 사가는 사람들 복 들라고 작은 것이나마 더 꽂아주고 더 챙기고 그래요.”

▲ "마음 편히 보고 고르세요. 설명도 가격도 준비돼 있습니다."

그는 더불어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달은 퀵한테 맡기고, 밥도 동네에서 사먹고 하는 게 더불어 사는 거지. 혼자 돈 더 벌거라고 아등바등하면 화분 들고 나다니면 몸도 상하고 다들 힘들어. 퀵은 퀵대로 벌고 나는 나대로 팔고. 욕심만 많이 안 부리면 다 같이 살지.”

아들에게도 쓸 때는 써야 한다고 얘기해준다고 했다.

“돈만 그런 게 아니지. 남들 하는 대로 다 따라 살 필요 없다고도 해주지. 결혼도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해주고.”

가게에 있는 화분들을 보면 손으로 적어놓은 가격표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견출지 스티커에 쓰인 가격 표시는 가게의 소박한 느낌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장에서 바가지를 쓰거나 가격을 물어보고 물건을 안 샀더니 뒤에서 던지는 기분 나쁜 소리에 마음 상했던 경험이 있어서 손님에게 다 보여주려고 가격표 달아놓은 거라고 했다. 하지만 에누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기도 하는데 못 해도 얼마씩은 다 깎아주지. 많이 사면 더 쌀 테고. 그런 건 있지.”

▲ "가격표 예쁘지도 않은데 뭐하러 찍고 그럴까. 하하!"

가격만 적어놓은 건 아니다. 화분이나 꽃마다 이름표를 손글씨로 적어놓고 설명해뒀다.

“요 며칠 갑자기 추워서 예쁜 거 바깥에 많이 못 내놨는데 나중에 봄 되면 꼭 다시 와요. 이 동네 가게 중에서는 우리가 제일 봄꽃 화분 많이 갖다 놓을 테니까.”

거리를 예쁘게 채워놓을 화분을 구경하러 꼭 다시 들르기로 약속했다.

▲ 굴뚝이 삐죽 튀어나온 향기꽃집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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