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이상 연인 미만, 남남 커플 강백호-채치수

만화 '슬램덩크'는 1990년 주간 소년점프 42호부터 1996년 27호까지 연재됐던 농구 만화다. 당시 마이클조던이 하나의 문화로 떠오르면서, 특별경기 '농구 대잔치'와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함께 한국 농구의 절정기를 이끈 만화이다. 국내에서도 1996년 소년 챔프에서 별책부록 형식으로 연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토리는 이렇다. 중학교 3년간 50명의 여자들에게 차여온 강백호는 북산 고등학교에서 귀여운 소녀인 채소연을 만난다. 소연에게 잘 보이려 농구부에 입단한 강백호. 만년 하위권이던 북산고교는 그 해 슈퍼루키이자 강백호의 라이벌인 서태웅의 입단, 정대만과 송태섭의 복귀 후 전국제패의 목표를 향해 나간다.

슬램덩크에 브로맨스가?

'브로맨스'는 'brother'과 'romance'을 합성한 신조어로, 남자들 간의 우정을 넘어서나 애정은 아닌, 사랑과 우정 사이란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2010년대 이후 국내 드라마, 영화, 예능 등에서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참조).
연말 MBC 예능시상식만 봐도 베스트커플상으로 브로맨스 커플이 두 커플이나 후보로 올라올 정도다.

슬램덩크 자체가 스포츠 만화이니 몸을 부대끼며 일반적인 우정을 넘어서는 남자들 사이에 드러나는 로맨스적인 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2013년 MBC 연예대상 베스트 커플상 후보들. 남남 커플인 정형돈-정지용이 이때 베스트 커플이 되기도 했다.

어째서 '강백호-서태웅'이 아닌 '강백호-채치수'?

강백호의 라이벌로 나오는 서태웅은 라이벌이자 경쟁자의 성격이 강하다.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으며 함께 성장하지만 둘의 공동의식은 '팀을 승리로 이끌자" 정도에 머무른다. 강백호와 채치수처럼 함께 특훈을 같이 하며 직접적인 성장을 돕는 모습은 나오질 않는다. 이 때문에 친밀감을 많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강백호-채치수' 커플을 여기서 소개할까 한다.

▲ 어째서 라이벌이라는 '강백호와 서태웅'이 아니냐고?

'강백호-채치수 커플'

만화 여러 장면을 통해 그들 사이의 케미를 확인해 보자. 채치수는 강백호가 좋아하는 채소연의 친오빠이자 농구부의 주장이다. 둘의 첫 만남은 오해로 인한 싸움으로 시작해서 큰 참사로 끝난다. 강백호는 우여곡절 끝에 농구부에 가입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농구를 했을 뿐이었고, 채치수는 이런 강백호가 탐탁치 않았다. 반면 그런 채치수가 갑갑하기만 한 강백호. 둘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 갈등(좌), 그리고 대참사(우)!

하지만 어느새 팀메이트로서 함께 어려움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이가 되는 둘. 서로 우는 걸 달래주는 사이까지 된다.

▲ 채치수를 달래는 강백호와 강백호를 달래는 채치수.

강백호의 성장에는 항상 채치수가 옆에 있고, 채치수의 부재시에는 강백호가 그 자릴 메꿔가면서 서로의 관계는 끈끈해진다.

▲ 강백호의 싹수를 알아보고 1:1 특훈을 맡은 채치수(좌). 채치수는 교체아웃되면서 자신이 빠져 있는 동안의 팀을 강백호에게 맡긴다.(우)

강백호에게 채치수는 농구부 주장 이상의 존재가 돼 간다. 선배이자, 형, 멘토 등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심지어 강백호는 농구도 아닌 학교 공부를 채치수에게 직접 배우기도 한다.

채치수 역시 강백호의 재능과 노력을 보며 후배이자, 동생 때론 라이벌로 생각하며 서로 신뢰를 쌓아간다.

▲ 리바운드도 한 몸처럼!

이런 구조 자체가 러브코미디의 전형적인 구조와 흡사하다. 현재 방영 중인 '마담 앙트완'의 최수현, 고혜림 커플도 처음에는 서로 오해하며 싸우면서 정이 들어가는 구조이다.

▲ JTBC에서 방영 중인 '마담 앙트완'

마무리

2015년 중순부터 슬램덩크의 재판이 순차적으로 발매가 되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들여다 본 슬램덩크 속에서 여러분도 예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색다른 케미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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