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사드 이유 오락가락 정부…총선용 북풍이면 선거 후 겨울 끝나려나

겁을 주려는 것인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인지 그 속내야 알 수 없다. 그것은 북이 저지르는 수소폭탄 실험과 위성 발사나 미국이 벌이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소란이나 모다 마찬가지다. 그 탓에 돌연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TV만 켜면 온통 전쟁판이 돼버렸다. 육군 전차 행렬, 해군 구축함의 함포 발포, 공군 수송기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특수부대원들의 낙하 모습 자료화면이 뉴스 시간을 메운다. 실제로 동해상에서는 길이 115m에 승조원 130여 명을 태운 미국 '핵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7800t급)가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한다. 국민안전처는 전쟁 발발 시 국민 행동요령을 배포한다. 좌담회에 출연한 소위 전문가들은 이 풍전등화 같은 조국의 운명을 두고도 왠지 신이 난 듯 해석이 거침없다.

북이 핵을 가지겠다고 을러대고 미국이 달랬다가 왈겼다가 한 지가 어언 23년째다. 미국과 일대일 교섭이 난관에 부딪히니 인접국들까지 나선 것이 6자회담이다. 그들은 그간 이어진 곡절 많은 서로의 관계와 품고 있는 내밀한 욕망을 거래하며 긴장의 끈을 늘였다 당기기를 거듭했다. 북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발사 거리를 늘리느라 위성을 쏘면 미·일이 욱대기며 제재 논의를 하고 중·러는 감싸고 다독이는 것이 일종의 패턴이다.

그 와중에 우린 못볼 꼴도 많이 봤다. 정권의 필요로 분단을 이용하는 남북의 공포 마케팅은 선거 즈음에 총질을 해달라는 자해 공작도 서슴지 않았다. 수십 년 그런 행각을 보고나니 뭘 쏘고 터뜨리는 걸 봐도 이젠 별로 놀랍지 않다.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개성공단을 통해 우리 측으로부터 얻은 북한 노동자의 임금수익 상당 부분이 핵·미사일 개발 치적사업에 사용되므로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통일부 장관이 말하는 폐쇄 결정의 사유다. 그런 단언의 근거가 뭐냐는 반론에 "증거자료가 있다"라고 응수했다. 만약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대량현금(bulk cash) 등의 대량파괴무기(WMD) 전용 우려가 있는 경우 신고할 것"을 의무화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자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한 장관의 답변이 맹랑하다. "그런 우려를 나타낸 것이지 증거는 없다.", "돈이 들어간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 증거자료가 아니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라고 말을 바꾼다. "처음부터 저는 한 번도 확증이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라고까지 한다.

통일부 장관이 국제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 말 뒤집기를 한 하루 만에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이를 또 번복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핵·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합리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 혐의를 받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원유철은 국회 연설에서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나선다. 민감한 시기에 던진 이 파격적 발언에 동의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 대표인 김무성은 "그건 개인 생각"이란다.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당론과는 무관한 생각을 주절거리고 장관이 번복한 사안을 하루 만에 대통령이 뒤집는 모습을 지켜보는 심사가 어지럽다.

걱정된다. 서로 품고 있던 적의를 누그러뜨리고 고착된 분단구조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구실을 기대했던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을 잇던 가느다란 통로가 막혔다. 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이 보이는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입춘이 지났건만 반도에는 폭풍한설이 밀려올 조짐이다. 역시 북풍인가. 그렇다면 4월 선거가 끝나면 이 불가해하고 징그러운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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