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부터 28일까지 5박6일 베트남 평화기행기

베트남전쟁 유적에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있다.

향린교회와 길목협동조합의 주최로 지난 1월 23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옛 사이공)과 그 주변의 베트남전쟁 유적지를 탐방한 베트남평화기행은 정말 뜻깊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이 중국과 몽골, 20세기에는 프랑스, 미국에 맞서 승리했던 역사를 살필 수 있었던 점과 한국인으로서 한국군이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베트남전쟁에 참전해서 저지른 만행을 저질렀던 것에 대한 미안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였다.

▲ 껀저섬 베트콩 마네킹 사진

한국군이 주로 주둔했던 베트남 중부가 아닌 당시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호치민 주변의 전쟁박물관과 여성박물관, 통일궁, 구찌 땅굴과 껀저섬을 탐방한 것만으로도 베트남 민중들의 강렬한 저항정신과 미국의 침략 전쟁에 반대한 세계적인 반전운동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구찌땅굴과 껀저섬을 탐방하면서 베트콩 전사들이 만든 각종 함정과 땅굴과 미군 불발탄으로 만든 폭탄 고구마와 비슷한 종류의 카사나만 먹으면서 버틴 저력을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엄청나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 구찌땅꿀 안내자와 찍은 사진

또한, 전쟁박물관과 여성박물관에 전시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한 여러 나라 공산당 등 여러 사회단체 명단과 사진들을 보면서 한국이 평화와 반전에 기여한 그 명단에 들어가지 못하고, 미군의 용병 노릇을 한 것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전쟁박물관에서 미군 고엽제의 해악성을 알리는 코너에 한국인 고엽제 피해자 사진이 전시된 것을 보면서 그나마 베트남인들이 한국군을 단순히 제국주의 용병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조금이나마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 껀저섬 베트콩 사령부 동상

그리고 남베트남 대통령이 살던 통일궁을 관람하고 유튜브로 베트콩의 사이공 해방 영상을 보면서 엄청나게 부패한 남베트남 정부가 무너진 것에 환호하는 베트남 민중들과 저항을 이끌었던 호치민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호치민이 북베트남에 장제스의 중국군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북위 17도선 이남에 영국군이 들어오는 것을 용인할 때 이를 거부하고 저항을 계속했던 베트남 트로츠키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이 일으킨 반영국 봉기를 탄압한 점은 지지할 수 없다.)

게다가 베트남은 먼저 민족해방'혁명'을 성공시킨 중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민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고, 베트남 국민들을 동원하고, 결국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과 일본, 프랑스와 다시 수교를 한 점은 베트남 역시 노동자들이 생산을 통제하는 사회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 사이공 거리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지금은 베트남 전쟁에서의 위대한 저항은 유적지 복원과 남베트남 정부가 무너진 이유를 알리는 책자들을 통해 아팠던 역사가 지금의 베트남정부 체제유지용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나는 세계경제위기에 따른 제국주의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 전쟁이 단지 과거의 역사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전사들이 만들었던 땅굴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 전사들이 다른 반군과 다국적군에 맞서 싸우기 위해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세계반전운동이 그동안 벌어졌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

최근에도 미국은 한국군이 베트남전쟁 때 참전한 일을 잊지 않고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다. 비록 파병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도 반전운동이 일어나서 이러한 세계적인 분위기에 함께 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나도 반전운동에 참가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