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진 '이노베이션 100' 대표, “지역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앱을 만들고 싶다"

약속장소에 도착했지만 청년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을 곳으로는 보이지 않아 전화를 걸었더니 그저 들어오랬다. 16일 낮 <우리동네 링크(이하 우링)>를 개발하고 있는 창업팀 황승진 '이노베이션(Innovatio) 100' 대표를 만난 곳은 인사동 서부탕 2층에 있는 작은 방. 아직 정식으로 사업을 개시한 것이 없으니 조촐해 보이는 게 당연하겠다. 그래도 사무실이 있는 게 어딘가 싶다.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지역 대학별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 창작터는 초기 창업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는 창업프로그램이다. 

▲ '우리동네 링크' 웹사이트.

황승진 대표(25)는 경상대학교에서 이 스마트 창작터의 지난해 사업을 따냈고, 이미 알고 지내던 4명이 공고를 내서 모은 사람들과 함께 시작했다. 이렇게 경상대학교 5명,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명, 연암공업대학 1명 등 우리 나이로 20살부터 28살까지 모두 7명이 모여 만든 팀이 ‘이노베이션 100’이다. 그 중 2명은 학업과 병행해서 일을 해가고 있고, 5명은 휴학까지 하고서 사무실에 매일 출근해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 Innovation 100 황승진 대표

이들이 이 사업으로 지난해 4월부터 개발하고 있는 우링은 “정보와 사람의 연결,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목표로 내세운 앱으로, 진주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 정보를 담고 있다. 링크(LINK)라는 이름도 ‘L’ocal ‘I’nformation ‘N’etwor‘K’, 즉 지역정보 연결망의 약어에서 나왔다. 링크(link)란 말 자체가 연결인데, 지역이란 개념과 합쳐져도 그 의미는 그대로 이어진다.

황승진 대표는 '우링'의 개발 아이디어를 본인이 겪은 불편한 경험에서 얻었다.

“재작년 11월쯤 처음 볼링을 배워 한창 신나게 볼링을 사람들과 치러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원하는 장소에서 볼링장을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봐야 지도에는 상호와 전화번호밖에 안 뜨는데 그마저도 볼링장을 제대로 다 찾아 보여주지도 않았어요.”

이건 볼링장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도 마찬가지였다. 신뢰할 만한 정보는 부족했고 가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웬만하면 광고였다. 특히 검색 상단에 노출되는 블로그에는 바이럴 마케팅으로 가득 차 있어 몇 페이지를 넘겨도 소수의 업소만이 보였다.

여기서 착안해 나온 '우링'은 이용자가 원하는 업종이라면 진주의 웬만한 가게는 다 알려주는 친절한 앱이다. 이미 모바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받아 가(假)버전 이용할 수 있다.

“등록된 업체 중에서도 실린 정보가 많으면서 거리가 가까운 곳을 우선 보여주도록 알고리즘이 짜여 있습니다.”

▲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인 스마트 창작터는 예비창업 도전자들에게 좋은 기회다.

볼링장만 담은 게 아니니 모두가 찾아볼 만한 정보를 다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식오픈도 원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으로 계획됐지만 미뤄졌다. 개발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 아니라 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게 정보를 더욱 충분히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공공데이터에 도움을 조금 받긴 했었는데 결국 부족한 내용은 직접 일일이 찾아다녀서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어느 곳보다도 훨씬 더 자세한 정보를 실었어요.”

앱에는 중분류 120여 개 유형으로 진주 지역 9000여 가게의 정보를 수록돼 있다. 가게들을 모두 담는다면 1만3000여 곳이라고 하니 이미 70% 이상 들어있는 것이다. 주요 상권 정보로는 이미 충분히 실용적인 앱이다.

'우링'은 3월 1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황승진 대표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정식 오픈에 앞서 주변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앱을 실제로 사용해본 기자가 불편한 점을 몇 가지 지적하자 역시나 이미 다 개선이 진행 중이었다.

▲ 학교까지 휴학하고 상근하고 있는 팀원이 다섯 명이다.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사업자를 위한 방안도 고민 중이다. 지역주민이 가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무료 홍보를 돕겠다고 한다. 무료로 가게 정보를 올리면 주민들이 알아서 찾아가도록 이어준다. 합리적인 유료홍보의 자리도 마련했다. 하루 1000원으로. 근데 이 액수로 유료홍보라니 충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저희는 이미 지원을 받아서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 창출은 당장 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원받은 만큼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원금으로 받은 돈의 재원도 결국 세금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한 만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었다.

“돈보다는 일단 도전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돈 버는 게 아니라…. (손을 내저으며) 정말 거짓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드는 것이 진짜 목표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생각 없이는 지난 1년이란 기간을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얼핏 보면 유명한 배달앱들의 아류가 아닐까 싶기도 한 앱이다. 하지만 거기에 그쳤다면 스마트 창작터 사업을 따낼 수도 없었겠거니 10개 대분류 중 배달이 딱 하나 따로 떨어져 있는 걸 보면 어떤 차별성이 있을 듯했다.

“배달은 저희에게 한 요소일 뿐입니다. 유명한 배달앱들은 정말 배달 가게만 다루다 보니 전국 가게 정보라고 해봐야 16만 곳밖에 안 됩니다. 우리는 진주에 있는 업체 거의 전부를 다루니까 차별성이 있고…. 전국 어디를 봐도 전체 가게를 다루는 앱이 없어요.”

▲ 사무실에서 작업 중인 Innovation 100 팀원들.

그는 배달만 다루면 수익구조가 편협해 큰 업체에서 지역을 조사하고 빠져나가 버리고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링'은 배달 외에도 여러 유형의 업체를 다룬다는 것. 그리고 그는 모든 가게와 소비자를 잇는 데서 사업이 끝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팀원 위주로 업체들을 조사해고 앱을 개발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시민들이 직접 가게 정보를 올리고 소식을 전하는 생태계나 시스템을 갖춘, 그런 지역사회 플랫폼으로 '우링'을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특히 그는 요즘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자영업자를 도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용기에 담아 똑같은 기준에서 보자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의 자체 브랜드, 소규모 점포의 음식을 소비자들도 고를 겁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잘하는 것이 이미지를 만들고 홍보하는 겁니다. 거기서 일반 자영업자들보다 앞서는 거고.”

이쯤 되니 그를 단순한 청년 벤처사업가로 생각하고 만났던 것이 큰 오해였음을 깨닫게 됐다. 그는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지방정보조차 생산이 중앙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역 사람이 지역 정보를 생산하고 또 그 지역 사람들이 그 정보를 향유하게 도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전공 공부를 통해서도 이런 걱정을 치열하게 전개했던 모양이었다.

“경영학에서 소비자행동심리를 공부해보면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성대로 선택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계속해서 노출되는 광고에 따르게 돼 있으니 결국 유리한 것은 자금력이 있어 광고에 집중할 수 있는 대기업들입니다. 게다가 주로 정보를 제공하는 쪽이 중앙지나 대형포털 같은 곳입니다. 그러니 비싼 광고가 힘든 지역 상인들은 더 힘듭니다.”

광고에 끌려 다니는 소비자들조차 매일같이 ‘뭐 먹지’, ‘뭐 할까’ 고민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진짜 원하는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시키고 지역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작업. 이것이 우링의 주요 골자였던 것이다.

“지금은 태그로 인근에 있는 특정 유형의 가게 추천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식으로 오픈하게 되면 이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정말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겁니다.”
 
▲ Innovation 100 황승진 대표

황승진 대표는 '우링'이 다른 지역에서도 시도되길 바랐다.

“우링의 사업이 확장돼서 다른 지역도 서비스하게 된다면 어느 지역에서든 그 지역 사람들이 직접 생산하고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가도록 할 겁니다.”

그가 품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은 진주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저마다 그 지역다운 모습이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우링은 진주에 있는 가게, 행사, 문화 같은 정보와 사람을 연결해주는 앱입니다.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물에 관한 페이지도 있습니다. 지금 대기자가 좀 있긴 한데 나중에 기자님도 여기에 본인 정보를 실어주세요.”

가게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묶어주는 네트워크. 그 시작이 불편함을 느낀 가게 정보를 우선 연결해주는 것이었을 뿐이었다. 지역 사회를 풍요롭게 할 연결에는 끝이 없어 보였다.

“우리 팀의 최종적인 목표는 지역의 모든 것이 연결돼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주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그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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