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서명 수사 중 교육감 소환운동 중단…함께 소환대 서보자던 홍 지사와 관계는

11일 오전 8시, 경남교육청 월요간부회의에서 박종훈 교육감은 마무리 발언으로 주민소환 문제를 정리했다. 주민소환 청구 서명부 마감 시한(12일)을 하루 앞두고 당사자로서 신상 발언이었다.

박 교육감은 "주민소환은 제도적으로 선출직 직위를 박탈하는, 선거와 역방향이지만 또 하나의 선거행위"라며 운을 뗐다. 이어 "주민소환 청구 서명은 선거에서 의사정족수를 충족시키기 위한 법적인 투표 행위에 다름아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서명부 허위조작, (남해)군수 부인 개입, 노인회 등 관변단체와 통·이·반장 동원 등 총체적인 부정행위는 "3·15 부정선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대단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믿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운동본부가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소환 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게 무슨 '반전 영화' 같은 상황인가? 청구 서명인 50만 명 목표를 자신하지 않았던가. 서명 목표는 채웠는데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는 이유가 궁색하다. 진보교육감 때문에 벼랑에 선 경남교육을 바로잡겠다더니 이제는 주민소환 때문에 경남교육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막고자 어렵게 내린 대승적 결단이라고 했다. 이번에 적발된 청구 서명운동 부정행위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세간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홍준표 지사에게 쏠린다. 홍 지사는 교육감 주민소환 운동 중단 선언을 미리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어허 참" 하고 탄식했을지도 모르겠다. 홍 지사는 그동안 얼마나 호언장담해왔던가. 홍 지사는 지난해 각종 인터뷰에서 "양자(홍 지사와 박 교육감)가 하게 되면 재미가 있을 거야. 내년 총선 앞두고 둘 다 주민 소환대에 한 번 서보지 뭐. 누가 쫓겨나는지"라고 했다. 또 "어느 그룹이 24만 명(주민소환 청구 유효서명인 수)을 채우는지 보자. 날 지지하는 그룹에서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할 거예요. 양자가 같이하면 투표율이 40%(투표함 개봉 요건 투표율 33.4% 이상)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그런데 홍 지사에게 '재미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홍 지사는 "내가 33년째 공직생활, 20년째 정치를 하고 있는데 승부의 순간에 물러서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승부사'인 홍 지사는 이제 혼자 링 위에 남게 된 것이다.

마침 며칠 전 본 영화 <내부자들>이 묘하게 떠올랐다. 영화 포스터 문구가 '조폭/검찰/언론 거래는 끝났다'였다. 거래에 돈줄이 빠질 리 없다. 영화 내용 큰 줄기가 정·경·관·언 유착인데, 정치와 재벌이라는 말이 빠져 조금 아쉬웠지만 나름 반전이 재미있었다. 영화 속 내부자들은 조폭과 검찰이었다. 이들의 거래가 끝났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박 교육감 주민소환 운동 중단 배경에도 내부자들이 있었을까 영화적 상상을 해본다. 극 중 유력 대통령 후보가 비리 실체가 까발려지자 잠적한 뒤 혼자 소주병이 뒹구는 여관방에서 툭 내뱉는 대사가 인상에 남는다. "○라 고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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