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시대에 야권은 분열, 정부는 무능…4월 총선에서 선거혁명 일으켜 뒤집어야

웃을 일보다는 찡그리게 하는 뉴스 일색의 세밑에 그나마 입꼬리 치켜지는 소식이 하나 있었다. 식품회사 '오뚜기'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시식 사원' 18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는 보도였다. 만나는 동무마다 오뚜기 칭찬이 늘어졌다. 그 사람들은 상징색인 노란 카레 주머닐 끓는 물에 담그며 볼이 통통한 아이가 입맛을 다시는 심벌을 무심히 들여다봤을 뿐, 그 회사와는 열촌이 넘는 사람들이다. SNS의 타임라인에도 오뚜기 상표가 나부끼며 "이제부턴 그 회사 라면만 먹겠다"는 선언이 잇따른다.

그것은 6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무대책의 비정규직 문제를 재계순위 200위에도 못 끼는 이 식품회사가 일 같잖게 '조처'해버린 것에 대한 탄성이었다. 생계유지에도 버거운 낮은 임금에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해고의 불안을 겪고 있는 서민 가계의 급소를 오뚜기가 누른 셈이었다. 해넘이의 아쉬움과 회한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 오뚜기는 드라마 <미생>과 <송곳>에 뒤이어서 2016년을 맞는 이 나라를 설명하는 또 다른 언표였다.

'N포 세대'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실업에 내몰린 20~30대의 청년들이 연애를 안 하려 들고, 연애하더라도 결혼을 꺼리며,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현상을 일러 '3포 세대'라 한다는 말은 진즉에 들은바 있다. 거기다 더해 취업·내 집 마련, 인간관계·희망까지 포기하여 7포 세대라 했다니 좀 충격적이었다. 그러고는 급기야 그 모든 걸 포기하고 말겠다는 'N포 세대'에 이르렀다는 소릴 듣고는 참으로 기가 차고 목이 메었다.

그들은 마침내 발 딛고 사는 자신의 땅을 지옥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헬조선'은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막막한 현실에 절망해 내지르는 청년들의 외마디다. "개처럼 일하면 진짜 개 취급 받는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일하면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게 된다" 등의 자조적 격언이 힘을 얻는다.

'헬조선닷컴'이란 사이트를 열어보니 꼭지에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라 박혀있다. 모골이 송연하다. 죽창은 빈자의 무기다. 그것은 예로부터 불의한 힘에 맞선 민중의 손에 쥐어진 것이었으며 항쟁과 봉기의 상징이었다. 그러므로 가렴주구의 학정을 일삼는 관리와 고리채로 소작농의 등골을 빼는 악덕 지주를 향해 겨누어지는 응징의 도구였다.

기성세대는 철저히 실패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강압적 교육, 살인적 경쟁과 극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빈부 격차,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공정과 불공평, 끊임없이 부추겨 고착화한 지역갈등, 부정부패. 이 모두가 뒤집히고 혁파되어야 할 것들이다.

그것은 정치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길이다. 그 험로에 막힌 장애물을 치우느라 지난 수십 년 동안 무수한 사람이 피 흘리고 죽었다. 그럼에도 아직 멀었나 보다. 2016년 새해 벽두의 눈앞은 어둡기만 하다. 이제 100일 남짓 남은 선거를 앞두고 사분오열된 야당의 행색으로는 또다시 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경제를 부양시키겠다는 세력이 지속해서 집권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다. 국민은 만신창이가 되고 청년들은 나락에 떨어진 지경임에도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신임을 받는 형국이다. 지난 3일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정부의 7대 성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이 하도 어이가 없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 민주화 실천, 공공개혁으로 국가 재정 절약·공공기관 효율화, 창조경제 통한 창업·청년 일자리 창출 본격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로 평생 사회 안전망 구축" 등 무려 8가지나 된다. 엽기적이다.

죽창이 투표로 대체된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의당 선거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채현국 선생 어법에 기대어 말하면 "꼰대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이제 니네들이 뒤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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