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마천 주민이 된 김석봉(녹색당 전 대표) 씨 (2)

-환경운동에 오래 몸담았는데 귀농 후 삶을 보면 그냥 시골에서 오래 살아온 것 같은 시골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듯합니다.

"이웃들과 똑같이 살아요. 특별하게 내가 환경운동을 했으니까, 내가 녹색당 대표를 했으니까 해서 이웃들과 다른 삶을 살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래도 환경활동가로서 지역에서 뭔가 해보고 싶은 일도 있을 텐데요?

"시골에 살면서 대외활동이 솔직히 힘들어요. 에너지도 너무 많이 낭비되고 비용도 그렇고, 농사도 못 짓고. 그렇게 살 것 같으면 뭐하러 시골 와서 살겠어요, 도시 살아야지. 마을에 들어와서 2008년부터 지리산 둘레길을 만드는 사단법인 숲길의 상임이사를 1년 동안 했어요. 지리산 북부권역 50㎞ 노선은 내가 책임지고 만든 거죠. 2008년 그걸 하다가 2009년 환경운동연합 대표로 추천되면서 환경운동연합 대표가 100% 정부기금에 의존하는 사업을 하는 법인 상임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사임했습니다. 그러고는 환경운동연합에 몰두했고요. 녹색당 활동도 마치고 여기서 마을기업을 하려고 했어요. 경관이나 여러 가지 자원이 풍부하니까 주민하고 조직해서 마을기업 준비를 했는데 2014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됐어요. 생태마을 수련관도 만들었는데, 그게 정부가 지어준 거예요. 산촌 개발사업으로 지어주고, 건물주는 함양군청인데 여기 영농조합법인에 임대해서 내가 관리하고 있어요. 이익금은 마을로 환원하고요."

▲ 농민의 문제는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고, 농촌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거라는 김석봉 씨 / 경남도민일보

-조금씩 형태나 지원 주체는 다르겠지만 전국 각지에 비슷한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어쨌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경관이 참 좋잖아요. 수용도 80명 이상 할 수 있고, 방이 펜션형으로 돼 있고, 강당은 교육장이나 회의실로 쓸 수도 있어요. 집사람 맛있는 밥 해주지. 집사람은 궁중음식 연구원 15년 다니고 있어요. 경남 일대서 우리 집사람만큼 전통음식을 정통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없어요. 원래 솜씨가 좋은 데다 15년 이상 다녀 궁중음식 체험지도사 인증서까지 받고 지금 궁중음식 하는 최고 연구자 24명이 있는데 거기 멤버예요. 서울에 있는 에코밥상이라는 비록 바지사장이지만 친환경 식당에 대표로 돼 있죠. 거기에 나오는 메뉴를 개발하고 했어요. 요새도 무슨 요리 프로그램이라든지 나와달라고 하는데 일절 안 나간대요. 우리 집사람이 만드는 왕의 음식을 먹으면 맛있어요. 그래 그냥 이렇게 삽니다."

-아들 내외도 함께 들어와 살지요?

"아들은 지리산생명연대 활동가로 일하고 며느리는 카페를 하고 있어요. 오미자 오가피 생강 대추 등 다 동네서 난 것으로 운영합니다. 처음에 아들이 내려온다고 했을 때는 사실 안 그랬으면 하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어요. 하지만 가까이 사니 좋네요. 가족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인터뷰하는 날은 마침 아들이 쉬는 날이라 둘이 카페를 지키고 있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음식도 배우고, 대추차가 다 팔렸다며 새로 고아야겠다며 부탁도 하면서 즐겁게 사는 듯했다.

 

지리산 권역 주민들 마음 상처 치유 필요

"시골에서도 우리 이웃 주민들이나, 글쎄 다른 시골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는데 이 지리산 주변 산촌은 상처가 굉장히 많고 심해요. 그래서 많이 폐쇄적이죠. 폐쇄적이라는 것은 나눌 줄을 모르고 시기심도 많고. 어찌 따지고 보면 사람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자격이 없는 것도 같아요. 장점이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볼 때. 그러면 왜 저렇게 됐을까 따지고 들어가 보면 세상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시골 사람들을. 역사가 그렇게 만들었어요."

-지리산권역은 아무래도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크겠지요.

"해방공간에서 지리산권 산촌은 다 그랬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밤에는 빨치산 세상이었고 낮에는 국방군 세상이었으니까. 이 마을도 그랬다더라고요. 그러니까 뭐 권력 눈치를 봐야 하고, 역사적으로 그게 있는 거죠."

-그런 피해의식이 어떻게 나타나던가요?

"주민 180명 정도 되는 큰 마을이에요. 살아보니 대부분 이문에 밝고, 시골 사람들도 공짜가 없어요.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할머니가 고추밭에 약 치려고 약통을 지고 힘들게 가는 거예요. 너무 힘들어보여서 '내가 해드릴께요' 하고 내가 짊어지고 가서 내가 약을 쳐 드렸어요. 그러면 그냥 고맙다는 표현만 해도 되는데 반드시 그날 밤 뭔가를 들고 와요. 냉장고에 꽁꽁 얼어있던 고깃덩어리를 들고 오거나 사례를 하지 않고는 안 되는 것이 습성화 돼버렸어요. 빈 경운기를 끌고 가면서 이웃집에 감자를 캐는 할머니가 있으면 감자박스를 좀 실어줄 수 있는데도 안 실어줘요. 실어주면 돈을 줘야 해요. 그래서 참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내버려두고 가는 것보다는 서로 나누고 돕고 이렇게 하는 삶이 어떤 것이다하는 것을 알게 해줄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을 공동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 김석봉 씨 / 경남도민일보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가 그것을 치유해주느냐. 치유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아무도. 그래서 나는 작으나마 마을 공동사업을 한번 해보려고 하고 있고 마을 기업을 통해서든 어떻든 마을 공동사업을 통해서 나누는 게 어떤 것이라는 것을 같이 한번 해보고 싶어요. 서로 시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서로를 입지를 인정해주며 살아가는 옛날의 마을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까지 받아온 상처 이런 것을 치유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안 될까 이런 생각이 있는 거죠."

-마을 공동사업도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저까지 원주민 11명이 동의해 조합을 만들었어요. 처음 조합 만들어 활동할 때 주변에 말도 많았어요. 도시에서 들어온 사람 뭘 믿고 그러느냐, 출자한 것 다 떼이고 말 거다 그런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고 그랬어요. 그렇지만 이제 사업은 시작됐으니 마을 어르신들께서도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벌여나가야죠."

국가가 마을 관리사 육성하고 배치해야

-한 마을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요, 농촌 문제에 대해서도 느끼신 게 많을 듯합니다만….

"농민의 문제는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고, 농촌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어디 큰 절 앞이나 보물 앞에 가면 문화해설사가 와서 설명을 잘해줘요. 또 어디 숲에 가면 숲 해설가가 나와서 잘해주죠. 그런데 이런 마을에 여행을 오면 마을을 설명해주고 알려주는 사람은 없어요. 마을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요. 너그 알아서 살아라고 버려져 있는 거죠. 보물, 생태숲도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국가 근간이 되는 게 마을입니다. 세포가 되는 게 마을인데, 그 마을을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국가가 해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마을 관리사 그런 거는 국가가 육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생태마을 같은 것으로 지정되면 마을 사무장을 두긴 하는데 그 사람들이 마을에 대해 잘 몰라요. 시설 관리나 하는 거죠. 마을의 생태, 마을의 역사, 마을의 산업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마을 관리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꼭 이 마을이 아니더라도. 마을을 관리하는 그런 것을 양성하고 그런 사람들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시골에 와서 살아가게 하고 그래서 마을 주민과 함께 공동체 사업을 해나가게 하고 그래야 농촌이 안정됩니다. 농촌문제 해결할 길은 사람이 들어와 사는 데 있습니다. 마을을 이해하는 사람이, 원주민과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들어와야 합니다."

-귀농·귀촌도 많지 않습니까?

"귀농·귀촌 많지만, 귀촌은 글쎄 군청은 좋을 겁니다. 고급 자가용 가지고 저택 짓고 재산세 많이 내고. 군은 좋죠. 시골 마을에는 하나도 좋을 게 없어요. 우리 마을에도 인근에 17가구가 와있는데 거의 주말에나 왔다 갔다 하는 집이에요. 그 사람들은 주민도 아니죠. 그러면서 이 마을에 와서 이 마을 주민들이 지금까지 다듬어놓고 보호해놓은 이 자연을 자기들끼리만 만끽하며 살고 있다고요. 주민으로 의무나 권리는 행사하지도 않는 그런 식의 귀촌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거죠. 귀촌은 기본적으로 시골 와서 사는 거니까 연금을 많이 받거나 임대수입이 많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경제활동을 시골에서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귀농은 기본적인 경제활동을 시골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런 산골에서는 할 수가 없어요. 농사로는 자립할 수가 없다고요. 그러니 귀농은 도시 근교로 다 가는 거예요. 하우스 짓고 하는 거죠. 이런 데는 귀촌이라고요. 경치 좋고 공기 좋으니까 나이 들고 하면 오는 거라고요."

-결국 농촌에서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하느냐는 문제군요.

"농업의 문제도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고 봐요. 그건 하면 되는 거니까. 실현 불가능한 것을 정책으로 하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힘이고. 정치력이죠. 그것이 진짜 필요한 정책이라고.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경제 성장을 그만하자고 해야 하는데

-녹색당 당원인데, 정당이라면 정권을 잡는 게 목적이잖습니까? 지금 녹색당은 어떤가요?

"글쎄 녹색당에 대해 잘 모르고, 나는 당원으로서 당비만 낼 뿐이고. 그래도 뭐 이 시대에 하나의 대안정당임에는 분명하지요."

-전 세계적으로도 녹색당은 많은데 실제 집권한 사례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독일에서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한 적은 있습니다. 그때 독일에서 탈원전 정책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일정 정도 화석에너지나 원전 이런 게 필요하고, 또 환경 훼손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지금까지 성장을 추구해왔고 또 뭐 솔직히 이율배반적으로 성장의 물결 속에서 환경단체도 생겨나고 성장할 수 있었죠. 성장의 과실을 나눠 먹은 것은 분명합니다. 난 그리 생각해요. 옛날에 내가 환경운동 할 때와 지금 환경운동 하는 것만 비교해봐도 다 그만큼 성장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로 성장하면 뭐가 좋아질까 생각해보세요. 잘 사는 만큼 평화로워져야 하고 행복해져야 하는데 경제 성장이 그걸 담보해주지는 않습니다. 얼마만큼 더 가면 더는 성장을 안 해도 되느냐. 3만 달러 시대가 되면 하루 마흔 몇 명이 자살로 죽는데 그게 30명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객관적 근거가 있느냐는 말입니다. 없어요. 그럼 미국 모델을 보자고요. 미국은 더 성장 안 해도 되잖아요.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은 성장을 멈추어라. 그렇지 않은 개도국이나 이런 데서 성장해야 하므로 더는 성장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거죠. 지역으로 봐도 그래요. 시골이 이제 성장해야 하니 서울이나 대도시는 성장을 멈추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도 끝없이 성장해 가는 겁니다. 끝없이. 그러니까 녹색당, 내가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누구도 더는 성장해서는 안 된다, 누구도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졌다, 이제는 버리고 갖지 않고 살자고 주장하는 시민단체도 개인도 없는 시댑니다. 녹색당이 그런 얘기를 해 줄 수 있다고 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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