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35만명 시대...학생들은 수학을 배울 권리가 있다

최근, OECD가 각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성적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는 1위, 올해는 3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상위권이었다. 하지만 수학 시간이 기다려 지냐는 질문에는 22%의 학생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상위권 학생들의 수준은 높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는 현저히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흔히들 '수포자''라고 한다. 수포자 35만명 시대, 대한민국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공부, 수학.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과목이기도 하고 가장 많이 하는 사교육이기도 한 수학. 하지만 가장 많은 학생들이 포기하는 공부가 바로 수학이다.
 
교육방송(EBS)이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생과 재수생 1만314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보니, 자신이 수포자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5%가 ‘그렇다’고 답했다. 스스로 수포자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고3(31%), 고2(21%), 고1(17%) 차례여서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수포자 학생의 47%는 ‘기초가 부족한데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라고, 20%는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학은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학생 중 35만명이 수포자이다. 학생들 스스로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진주중앙고등학교의 정모양은 '수학은 공부할 내용이 너무 많다. 대학생 언니오빠들도 수학 관련학과 아니면 우리가 배운 것 중 반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실용적이지 못한 것을 대학만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 안된다. 좀 더 수학분량을 줄여 실용적인 것들만 배우고 학생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진주여고 박모양 역시 '수학은 정말 선행을 하지 않으면 망한다. 혼자서 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아서 따라 가기가 너무 힘들다.' 며 다른 학생들을 따라가기 위해 수학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진주중앙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수학이 암기과목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해를 하고 문제를 풀고 싶은데 그냥 공식을 암기하라고만 한다. 수학이 언제부터 암기과목이었나?' 며 '이런 교육 방법도 수포자 학생들이 늘고 있는 원인들 중 하나인 것 같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해여고의 한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포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 양도 많아 지고 내용도 어려워 져서 이제는 문제를 봐도 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젠 너무 늦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며 '처음에는 공식을 외우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설명도 들을 수 없고 안 외우고 공식을 이해하려는 것이 고집처럼 느껴지고 나만 손해인 것 같아서 그냥 외우는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학은 과목의 특성상 진도를 한번 놓치면 쫓아가기가 힘들고 다시 해보려고 마음을 먹어도 다음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놓친 부분을 복습하고 가야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많다. 시간이 흐를 수록 다시 수학책을 펼치기가 두려워 진다는 얘기다. 결국 놓쳤던 부분도 해결하지 못하고 새로 배우는 내용도 포기하게 된다.
 
또한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수능에서 변별력을 높이려다 보니 수학문제들이 자꾸 어려워진다고 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사교육 선행학습이 필수가 되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따라가지 못하면 흥미를 잃게 되니 당연히 수학공부가 어려워지고 포기하기 쉬운 것이다. 어려운 수학과 필수가 된 사교육의 영향은 학생들의 수학 실력차도 커지기만 하고 자연스럽게 학교에서의 수업방식도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맞춰지게 된다. 수학은 포기하고 수학시간은 엎드려 자는 시간이 되는 것이 이해가 될법도 하다.
 
수포자가 생기는 것이 과연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 때문일까?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 학생들은 누구나 수학을 배울 권리가 있다. 수학공부가 어렵고 힘들어서 포기를 하든, 대학입시에서 좀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수학을 포기 하든 그런 학생들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의 입시제도나 학교환경이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은 끝까지 학생들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25%가 넘는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현실을 당연한 듯 인정할 수는 없다. 또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계속 두고 보아서도 안된다. 제도가 문제라면 제도를 고치고 어렵다면 더 쉽게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 학교에서도 수포자를 버리는 수업이 아니라 수준에 맞게 지도할 방법을 찾고 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기본으로 하는 구체적인 수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는 것은 배우는 학생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포기를 경험하고 배우게 하는 환경이 계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취재 / 여가현(진주중앙고1)필통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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