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교육청도 지방자치단체 일부…경남도청 '과잉 대표성'숙고해야

'경상남도'(이하 경남도)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내가 태어났고 살아온 고장. 행정구역. 풍요로운 먹거리와 아름다운 산과 바다. 다소 거칠지만 시원시원한 매력이 있는 지역색. 새누리당 텃밭. 그리고 홍준표 도지사님?

누구도 독점할 수 없고 독점해서도 안 되는 이 경남도라는 명칭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곳이 있다. 바로 경남도청이다. 도청은 보도자료를 비롯한 모든 공식 문서에 "경남도는…"이라고 표기한다. 물론 경남도청만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특별시·광역시도·시군청이 그렇게 쓰고 있다. 서울시(서울특별시청), 창원시(창원시청), 함안군(함안군청) 이런 식으로.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경남도는 '지방자치단체'를 의미한다. 경남도청이 지방자치단체 그 자체 아니냐고 반문할 텐데 아니다. 역시 법에 따르면, '본청'(경남도청)은 자치단체장(경남도지사)을 직접 보조하는 행정기관일 뿐이다. 결코 자치단체 그 자체일 수 없다.

자치단체는 또 의회와 교육청 등으로 구성된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자치단체에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청 역시 "자치단체의 교육·과학·기술·체육 그 밖의 학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으로 규정돼 있다.

경남도청이 경남도란 명칭을 독점했을 때 폐해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도지사 내지 도청의 주관적 의견·방침일 뿐인데 경남도, 경남도민 전체를 대변하는 듯한 효과를 가져온다. "경남도는 무상급식을 중단하기로 했다"와 "경남도청은 무상급식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과연 같을 수 있을까?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란 문장을 생각해보자. 이건 더 심각하다. 도교육청이 마치 경남도청에 속한 하부기관인 듯한 인상을 준다. 단어 선택 하나가 근거 없는 위계·서열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청·의회 모두 시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 기관이자, 본청과 동등한 독립적인 권한을 지닌 자치단체의 일부인데 말이다.

경남도는 자치단체이기도 하지만 수백·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살아왔고 지금도 각 세대·계층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는 삶의 공동체, 지역공동체이기도 하다. 법 규정만 중요한 게 아니다. 개인이나 어떤 집단 또한 경남도를 구성하는 주체인데, 어째서 특정 기관 한 곳이 경남도를 대표해야 하는가.

오해를 피하고자 말하면 홍준표 지사에 대한 호불호와 아무 상관없는 문제제기다. 경남도청뿐 아니라 창원시청·서울시청 등 전국의 모든 본청이, 그리고 각 지방의회와 교육청이 현재 표기법을 숙고해 봤으면 하는 뜻에서 말씀 드리는 것이다. 지방의회와 교육청 쪽 문서를 보면 그들 자신조차 자치단체의 일부인지 아닌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부당한 용어라 생각해 기자가 속한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전국 주요 언론을 검색해 봤으나 모두 똑같았다. 오랫동안 지속해온 관행을 쉬이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하나만 생각하자. 경남도청이 경남도 그 자체일 수 있는지, 전부일 수 있는지. '박근혜 정부'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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