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어머니를 잃은 유가족 4명 지난해 국가대상 재판에서 승소 판결
남은 20명 소멸시효(4월 16일) 전 소송하도록 도와야

편집자주 : 2019년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른바 ‘안인득 방화 살인 사건’ 피해 유가족이 지난해 11월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재판에서 승소했다. 이제 나머지 20명의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도 동일한 소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소송 마감 변론 기일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과연 지자체와 국가는 이들의 상흔을 책임있는 태도로 돌볼 것인가?

​안인득 방화 살인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입구 / 단디뉴스=박보현 기자
​안인득 방화 살인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입구 / 단디뉴스=박보현 기자

기억을 도려낼 수 있다면

안씨의 범행으로 A씨는 막내 딸(당시 12살)과 어머니(60대)를 잃었다. 그는 지나가는 십대 소녀들을 보면 딸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을 감출 수 없다. 유난히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가 구워 주시던 부침개와 막걸리, 사건 이후 한 순간도 딸과 어머니를 잊을 수 없었다.

사건 당시, A씨는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잠든 이웃 주민들의 현관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복도를 뛰어다녔다. 그 사이 먼저 계단으로 대피한 딸과 어머니는 안씨가 휘두른 칼에 찔리고 말았다.

“내가 그날 가족들과 함께 대피했더라면, 어쩌면 딸과 어머니를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날 이후 그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기억을 떨치고 싶은 날이면 더 화가 치밀어 오르고, 일상생활이 힘겨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라며 A씨는고개를 떨군다. 

A씨는 자신이 겪은 유사한 사건을 뉴스로 접할 때 마다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안 변하지? 나 같은 피해자가 계속 생기네?’ 란 생각을 갖게 됐다”며 소송을 결심하게 되었다.

안인득 사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다

지난해 11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박사랑 재판장)는 피해를 본 유가족에게 국가가 총 4억 80여 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주민들의 잇따른 신고로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는데도 경찰은 사법 입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경찰이) 안인득에 대한 진단・보호 신청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아가지 아니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되고, 따라서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 (…) 안인득과 그 가족들(형)을 통해 정신질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반복되는 신고 이력을 검토했다면 타인에 대한 위협이 반복되고 있고 심각함을 인식하여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았다.”(2021가합580851,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송 결과가 나온 후 A씨는 한 인터뷰에서 “임대아파트에 사는 저소득층이라서 그런지 그동안 국가의 잘못으로 인해 강력범죄를 막지 못해 피해와 고통을 받고도 적절한 사과와 위로를 받지 못했다. 마치 버려진 국민이 된 것 같이 느꼈다”며  “이번 승소로 인해 이제 우리도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위로받는 국민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본 사건을 맡은 ‘법과 치유’ 오지원 변호사는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경찰이 신고자의 호소를 가볍게 취급하며, 관련 법령에 따른 응급행정입원 등 적절한 조처 등을 취하지 않은 이유가 받아들여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신속히 소송을 종결해 피해자 유가족이 하루 빨리 범죄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나마 회복하실 수 있도록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유가족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달 뒤면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기간 끝나

사건 이후 피해자들은 더 이상 해당 아파트에 살 수 없었다. 문 앞을 나가기만 해도 사건 당시 기억이 떠올라 서둘러 이사했다. 처참한 사건을 겪어내느라 어느 누구도 대책을 세우자거나,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갈 마음을 낼 수 없었다. 서로 흩어져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번 배상 판결에서 승소한 가족을 제외하면 여전히 20명의 피해자와 유가족이 남아있는 셈이다.

다가오는 4월 16일은 ‘안인득 사건’의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가 만료(5년)되는 날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겨우 한 달 여 남짓 뿐이제 지자체와 국가가 나서서 책임 있는 태도로 그들을 찾아 금전적으로나마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도움 받을 수 있는 곳]

법률사무소 법과 치유(오지원 변호사) 02-400-6661

사단법인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044-868-9342

대한신경정신의학회(백종우 교수) 02-537-6171

/단디뉴스=박보현 기자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