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민행진단 빗속 진주를 걷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10가지 요구안 발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이 전국 시민행진을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 시민행진단은 2월 25일부터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도착지였던 제주에서 시작해 3월 16일 단원고가 있는 안산에 도착하는 20박 21일 일정이다.

전국 시민행진의 여섯 째 날인 2월 29일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진주에 도착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주 시민들에게 노란 우산을 건넸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전 10시 경상국립대 사범대 뒤편 故유니나 선생님의 추모비 앞에서 교사로서 책임을 다한 그를 추모하며,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위한 행진’ 기자회견을 가졌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정성욱 씨(단원고 동수 아버지)씨가 故 유니나 선생을 추모하고 있다=사진 단디뉴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정성욱 씨(단원고 동수 아버지)씨가 故 유니나 선생을 추모하고 있다=사진 단디뉴스

故유니나 선생님은 경상국립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단원고 교사로 재직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 19명을 구한 후 순직해 2020년 모교에 추모비가 세워졌다.

故 유니나 선생 추모비 '우리가 함께'=사진 단디뉴스
故 유니나 선생 추모비 '우리가 함께'=사진 단디뉴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주시민들에게 건네는 봄 인사 “안녕하십니까?”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걸어왔던 10년의 길을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시민들이 다시 걸어갑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와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의 온전한 진실과 완전한 책임,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를 호소합니다.”

주약동 탑마트 사거리 앞을 지나는 진주 시민행진단=사진 단디뉴스
주약동 탑마트 사거리 앞을 지나는 진주 시민행진단=사진 단디뉴스
비오는 망경동 사거리를 걷고 있는 진주 시민행진단=사진 단디뉴스
비오는 망경동 사거리를 걷고 있는 진주 시민행진단=사진 단디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현숙 씨(세월호진실찾기 진주시민의모임)는 “국가가 막지 못한 참사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며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비오는 날 이렇게 서 있는 것 같다”라고 발언했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에게 대추 묘목을 전달했다. 이 나무는 안산 4·16생명안전공원 들꽃동산에 식재될 예정이다.

이재희 씨(경상국립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는 “2014년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제가 10년이 지나 대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너무 오랫동안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기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고 발언했다. 그는 매달 시내 차 없는 거리에서 세월호 진실 알리기 캠페인을 하고 있으며, 올해는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합창단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후 ‘세월호진실찾기 진주시민모임’ 회원과 진주 시민들 약 50여 명은 경상국립대 정문에서 시작해서 뒤벼리, 진주교, 중앙광장을 지나 진주교육지원청까지 행진했다. 

노란 우산을 쓰고 걷는 진주 시민행진단=사진 단디뉴스
노란 우산을 쓰고 걷는 진주 시민행진단=사진 단디뉴스

“세월호 참사, 자그마치 10년이 지났군요. 큰 아이가 지금 28살인데, 당시 모든 학교에 수학여행이 금지되어 기억이 생생합니다. 비가 내려 바람이 찬데, 거리로 나온 유가족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며 행진을 지켜보던 ㅂ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중앙광장을 지나는 진주시민행진단=사진 단디뉴스
중앙광장을 지나는 진주시민행진단=사진 단디뉴스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목격자이고 증인입니다."

전국 시민행진은 2015년 이후 두 번째 거리 행진이다.

세월호 유가족인 최지영 씨(단원고 故권순범군 어머니)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노란 머리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양될 때까지 노란 머리를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리지 모르겠지만, 세월호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노란머리로 투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오늘 거리행진에서 연설을 맡은 이주현 씨(경상국립대 4학년)는 “처음 연설을 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비를 뚫고 끝까지 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감명이 깊었다”며 “단원고 학생들이랑 저랑 동갑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에 냉소적이었던 제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는 10주기를 맞이해 전국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10주기 기억문화제, 4,160인 시민합창, 전국시민행진 “안녕하십니까”, 4·16기억 전시 ‘기억은 힘이 세지’, 세월호 참사 10년의 기록 북콘서트, 다큐멘터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열 번째 봄'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 모습=사진 단디뉴스
'열 번째 봄'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 모습=사진 단디뉴스

 

[세월호 참사 10주기 시민행진단의 요구]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진실 왜곡 기억 지우기 중단하라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국가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세월호참사 관련 미공개 정보 완전히 공개하고 추가 진상조사 실시하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추가조사, 제도개선 권고 즉각 이행하라

재난참사 책임자와 진실은폐와 피해자 핍박 책임자를 모두 엄벌하라

재난참사 대응 지휘책임자(컨트롤 타워) 불처벌(면책) 재기용 반대한다

4·16생명안전공원 조속히 건립하라

재난참사 책임 전가, 피해자 혐오모독 중단하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하고 안전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라

국회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피해자 권리 특별법 즉각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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