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의 성평등지수는 10점 만점에 4.9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여성회가 지난 7~9월 새 진주에 거주하는 성인 여성 105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실태조사(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이다. 응답자들은 공적 공간, 돌봄노동, 경제활동, 안전분야 전반에서 성불평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성평등한 사회가 되려면 인식 개선 교육, 사회적 돌봄정책 확대, 여성 일자리 확대, 여성폭력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주여성회는 29일 오전 10시 30분 하대동 사무실에서 진주시 성평등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에는 성불평등 경험을 공유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집담회가 이어졌다. 집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남녀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라도 성평등한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인식개선 교육과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29일 진주여성회 사무실에서 성평등 실태조사 발표회 및 집담회가 열렸다.
29일 진주여성회 사무실에서 성평등 실태조사 발표회 및 집담회가 열렸다.

△실태조사 결과, 성불평등 만연 - 실태조사 결과 공적영역에서의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주민자치회나 공청회 등 공정영역을 둔 경험이 적다고 응답했다. 정치인의 여성비율이 현격히 낮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의원 가운데 여성은 19%, 경남도의원 가운데는 4%, 진주시의원 가운데는 27%에 불과하다. 응답자들은 남성중심적 문화가 공적영역에서의 여성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돌봄노동도 여성에게 전적으로 부과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아이 돌봄과 어르신 돌봄은 물론 가사노동 전반을 여성들이 책임지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응답했다. 농촌지역일수록 이 같은 세태는 심했다. 특히 돌봄노동, 가사노동에서의 성불평등을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망설인다는 응답이 20~30대를 중심으로 많았다. 돌봄노동, 가사노동에서의 성불평등이 저출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경제활동 분야의 불평등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직에서의 임금격차는 나아졌지만, 여성들이 주로 진출하는 직종은 평균 급여가 낮다는 응답, 여성 일자리가 한정적이며 계약직이나 시간제 근로제가 많다는 응답, 채용과정과 직장 내에서의 성차별이 있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실제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60%대에 불과하다.

안전을 둔 여성들의 불안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었다. 모든 응답자들은 일상에서 안전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법촬영을 둔 공포, 새벽길이나 밤길을 걸을 때 느끼는 두려움, 주변에서 들려오는 폭력피해 경험을 둔 공포 등을 대부분의 여성이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시 차원에서 안심귀갓길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대책들이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여성안전을 둔 제도를 점검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답변도 이어졌다.

△집담회, “대결 아닌 화합 위한 성평등으로” - 발표회 직후 이어진 집담회에는 10여명의 여성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각자가 겪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해온 성불평등 사례를 공유하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성불평등은 남녀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거론하며 “남녀 불평등 문제를 대립구도가 아닌,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ㄱ씨는 이날 “누군가는 여성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불편해 하고, 또 그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불평등 구조 속에서 과연 남성들은 편한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남성에게 부여되는 가장으로서의 책무 등도 잘못된 문화라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남녀 불평등 문제가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구도로 가면 안 된다”며 “상호 이해를 위한 수단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거듭됐다. ㄴ씨는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성불평등 문제를 둔 이중적 시선도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며 성평등 교육이 곳곳에서 이루어져야 성불평등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불평등을 둔 인식개선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실태조사에 직접 참여한 이들은 거의 모든 여성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며,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ㄷ씨는 “20대를 만나 실태조사를 주로 했다”며 “데이트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ㄱ씨도 “안전을 둔 불안감은 거의 모든 여성들이 느끼고 있었다”며 안전문제를 비롯한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대중문화부터, 제도까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