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진주 시내버스 정책을 두고 전문가 강연 및 시민 간담회가 열렸다.
31일 진주 시내버스 정책을 두고 전문가 강연 및 시민 간담회가 열렸다.

진주지역 시내버스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공공성이 강화된 준공영제 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전북 전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방안 용역 등을 진행했던 윤영삼 부경대 명예교수는 지난 31일 진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 발안 운동본부가 연 전문가 강연 및 시민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정상적이고 능률적인 시내버스 경영 조건에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보장하며 목표 서비스 수준을 달성하려면, 공공성이 강화된 준공영제를 시행해 지방정부와 의회의 시내버스 정책 주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2022년 2월 시민 7193명(유효서명 6091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안된 ‘진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둔 의회 심의가 본격화되며 운동본부가 앞으로의 활동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진주시의회는 올해 9월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 발안 운동본부와 간담회·시민 공청회 등을 진행한 바 있다. 내년 2월까지 조례안을 심의해야 함에 따라서다. 진주시의회는 진주시가 채택하고 있는 ‘총액표준운송원가제’와 주민들이 발안한 ‘준공영제 조례안’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조례안을 심의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행사는 윤영삼 부경대 명예교수의 강연과 시내버스 정책을 둔 시민들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됐다. 윤 명예교수는 “진주시는 민영제에 표준운송원가제를 더해 시내버스 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이는 “공공성이 비교적 낮은 준공영제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내버스 정책은 서비스 향상만이 아니라, 시내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하면서 예산도 아껴야 하는 목표를 지닌다”며 진주시가 도입하고 있는 ‘총액표준운송원가제’는 “서비스 개선을 노선 문제에 한정하고, 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 문제 등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가용이 많아지면서, 시내버스 업계는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시내버스 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조정에 자치단체가 적극 참여해야 하고, 시내버스 운영을 둔 자치단체의 단기적·장기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체로 사회적 약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고, “시내버스는 공공적 성향이 강해 운영을 멈추기는 힘들다”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그 모습과 형태가 다양한 만큼, 제도 마련 과정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 참석한 이들은 진주시 시내버스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진주시와 시내버스 업체의 협약만으로 ‘총액표준운송원가제’가 운영돼 시민이 배제되고, 일부 업체는 시로부터 받은 적자보전금 가운데 인건비 항목을 남겨 수익을 얻고 있다면서다. 진주시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임금이 가까운 창원에 비교해서 한 달에 약 100만 원 정도 낮은 등 노동자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보니, 시내버스 서비스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마다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임금이 제각각 다른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영삼 명예교수는 시민들이 이용하기 좋은 시내버스가 되려면 “서비스가 향상되는 게 가장 우선”이라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노선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뜻을 대변하는 자치단체가 시내버스 정책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주 시내버스 노동자의 임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을 두고는 “지역마다 전반적인 임금차이는 타 업계에서도 있다”면서도 노동자 임금이 낮은 건 “노조가 약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삼 명예교수는 진주시가 도입하고 있는 표준운송원가제도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진주시는 시내버스 회사가 1일 1대의 시내버스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산정한 뒤, 시내버스 회사가 이보다 적은 수익금을 거두면 차액분을 보전해주는 적자지원형 재정지원 방식의 ‘총액표준운송원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윤 명예교수는 이보다는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해, 그 한도 내에서 실제 쓴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업체의 자발적 비용절감 노력을 유도하고, 업체가 지원금을 남겨 과도한 이득을 얻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다.

질의응답 시간 시민들은 주민발안운동본부가 2022년 초 발안한 조례안은 무엇에 기초한, 어느 정도 수준의 준공영제인지 묻기도 했다. 장상환 주민발안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주민발안 조례안은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공공성이 낮은 수준의 안”이라면서도, 조례안에 진주시와 시내버스 업체만이 아닌 시민과 의회, 노조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준공영제 운영위원회를 꾸리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진주시와 시내버스 업체가 주도하던 시내버스 정책 결정 과정에 다양한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점을 피력하면서다.

주민발안운동본부가 발안한 조례안에는 이처럼 표준운송원가 산정 및 정산 등 시내버스 정책을 총괄하는 준공영제운영위원회 구성, 시 지원금의 항목별 정산 및 관리, 목적에 맞지 않는 시 지원금 지출 시 해당금액 전액 환수, 시내버스 서비스 개선을 위한 운전노동자 교육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장상환 주민발안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진주 시내버스 서비스 질 향상과 시내버스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재정지원금을 남기는 방식으로 업체가 수익을 거두는 행위 등이 중단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주민들이 발안한 ‘진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의 심의 기간이 4달 남짓 남으면서, 진주시의회는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강진철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국민의힘)은 올해 9월 간담회 및 공청회를 진행한 뒤 “현행 제도에도 장단점이 있고, 준공영제에도 장단점이 있는 게 드러났다”며 “두 제도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두 제도의 장점을 섞어 별도의 조례안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내년 2월까지 주민발안된 조례안 심의를 마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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