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룡
서성룡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사는 것을 나는 ‘거의’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차로 30분만 달리면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 지리산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있고, 남쪽으로 핸들을 꺽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수역 남해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유래한 덕천강과 덕유산이 발원지인 경호강이 만나 흐르는 남강이 도심을 관통하는 진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석 진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빛이 난다.

그런데 왜 나의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이 아니라 ‘거의’에 머무르고 마는가. 이토록 아름다운 고장에서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표라고 내세운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과 행우지가 거의 언제나 참담하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그들의 뚫린 입에서 나온 ‘인간의 노동’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발언들은 무식하다 못해 천박하고 흉측해서 듣는 내가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지경이다.

지난 7월 박대출 의원은 고용불안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에게 마련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인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는 말로 조롱하며, 특히 여성 청년 노동자들을 비하했다. 발언 의도는 실업급여 부정수급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말에 담긴 노동과 여성에 대한 그의 인식 수준은 비열하고 저급한 ‘혐오’에 가까웠다.

그런데 박의원의 노동 인식에 관한 논란 발언이 수면 아래로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강민국 의원이 ‘노동’과 ‘교권’을 갈라치기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기도 한 강의원 입에서 나온 “신성한 선생님을 스스로 노동자로 격하 시킨 단체”라는 발언은 세상을 움직이는 노동에 대한 멸시이고, 교육 노동에 대한 몰상식을 드러낸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잇따른 교사의 죽음 문제를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라며 교사단체가 벌인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를 불순한 정치투쟁으로 몰아갔다.  

진주 출신 두 국회의원의 참담한 발언 논란으로 어디 가서 ‘진주사람’이라 밝히기도 부끄럽던 차에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소식을 단디뉴스 보도를 통해 보게 됐다. 

경상국립대학교에서 노동인권 문제를 공부한다는 ‘알빠’라는 동아리가 강민국의원의 발언에 반발해 무엇이 문제인지 조목조목 따지는 대자보를 내걸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강민국 의원 진주 사무실 앞에서 “진주 망신 다 시키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강민국은 사과하라!”고 적은 알림패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대자보를 통해 학생들은 먼저 “신성한 선생님들이 스러지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따져 법 개정 책임 있는 국회의원이 먼저 자성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짚었다. 또한 “1999년 제정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면, 교사는 노동자이고 노동조합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하며, “법학 박사 학위가 있는 사람(강의원)이 현행법도 무시하고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헛웃음만 난다”며 매섭게 꼬집었다. 

학생들은 “진주 국회의원이 대변인이랍시고 저지르고 다니는 추태들이... 큰 망신이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도 했다. 그들은 “우리는 장차 교사 뿐 아니라 나라를 지탱하며 삶을 일궈가는 노동자가 될 것”이라며 “우리를 비하하고 깔보지 마라”고 못 박았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국민의 힘은 당장 자당 대변인 강민국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그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고 통쾌한 논평이다. 두 국회의원의 참담한 발언들을 듣고  치솟는 분노와 굴욕감을 속으로만 삼키며 무력감에 젖어 있던 선배로서 한편 부끄럽고 한편 너무나 감사했다. 이름도 처음 듣는 ‘알빠’라는 동아리가 있어서 진주 공기는 숨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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