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멸종위기종 1급/이하 ‘반달곰’)이 경남 산청군 삼장면의 한 염소농장을 습격해 염소 3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정부가 2004년 반달곰 복원사업(방사)을 시작한 이래 반달곰이 인명피해를 일으킨 적은 없지만, 혹시나 모를 피해를 대비해 반달곰과의 공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일 새벽 경남 산청군 삼장면의 한 염소농장을 반달곰이 습격했다. 이날 네 차례 이어진 습격에 염소 3마리가 죽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CCTV 확인결과, 반달곰은 이날 새벽 2시 6분, 3시 6분, 3시 18분, 3시 19분 농장 내부로 진입해 염소 3마리를 끌고 나왔다. 염소는 모두 인근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염소농장 습격 후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전기울타리와 생포트랩을 설치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반달곰이 경남 산청군 삼장면의 한 염소농장을 습격해 염소 3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반달곰이 경남 산청군 삼장면의 한 염소농장을 습격해 염소 3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농장주 ㅇ씨는 “반달곰은 우리의 친구이지만, 생각보다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도 있다는 걸 알았다”며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달곰이 염소를 공격한 것처럼 사람에게도 공격성을 보일지 우려된다면서다. 그는 최근 창을 자체 제작하고, 에어혼(나팔)을 구매하는 등 안전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ㅇ씨의 농장은 도로에서 70여미터, 민가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반달곰이 민가를 습격할 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통상 반달곰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해외에서는 곰에 의한 인명피해도 발생하고 있는 까닭이다.

지리산 권역에 서식하는 반달곰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영역 확장에 따른 민가 침입이 이어질지 모른다. 2018년 4월 이미 지리산 권역에 거주하는 반달곰 수는 50마리를 넘은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는 85마리가 서식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반달곰 개체수가 늘어난 만큼 활동반경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달곰 습격으로 죽임을 당한 염소 사체
반달곰 습격으로 죽임을 당한 염소 사체

윤주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이사는 “이러한 사례는 처음 보고된 것이라, 놀랍다”면서 “방사된 개체가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면 (주민 안전을 위해) 격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다만 “반달곰이 잡식성이라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를 먹이로 삼지 않는다”며 염소를 공격한 것에 특이성을 부여했다.

그는 이어 “반달곰은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기에,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영역이 확대된다. 민가 인근에 반달곰이 출연할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라며 “결국은 반달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괴된 자연환경으로 반달곰이 서식할 영역이 그간 줄어왔음을 들면서다.

한편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반달곰 피해는 435건에 달한다. 피해 건수 가운데 80% 이상은 양봉·한봉 농가 피해(370건)였으며, 그 외에도 과일이나 민가 기물파손 등이 발생해왔다. 인명피해는 아직 없지만, 사람과 반달곰의 공존을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김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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