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여 지났지만 의문 여전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경남 진주를 방문해, 8년여가 지나도록 풀리지 않은 참사 당일의 의혹을 다시금 거론했다. 이들은 21일 저녁 7시 경상국립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유가족이 말하는 그날의 기록 - 세월호, 구조하지 않았다>를 주제로 한 강연을 열어, 세월호 참사 당일 제대로 된 구조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행사는 세월호 진실찾기 진주시민의 모임이 주최했다.

이날 진주를 찾은 유가족은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와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 씨이다. 임경빈 군은 참사 당일 익수자로 구조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당시 해경 등은 임 군을 발견하고도 그를 다섯 차례 다른 함정으로 이동시키며 병원 이송을 지연시킨 바 있다. 헬기를 사용해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점을 두고 그간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인숙 씨는 임 군의 발견위치나 사망시간을 둔 명확한 기록이 아직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참위 조사결과나 해경의 진술에 따르면, 임 군이 사고 선박 100미터 인근 , 세월호 10미터 인근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등 위치가 엇갈리고 있다면서다. 사체 검안서를 보더라도 사망일시가 당일 18시 26분, 22시 10분으로 추정돼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응급구조 당시 임 군의 산소포화도가 69를 가리키고 있었다며, 헬기로 임 군을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임 군이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인근에 헬기가 8대나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세월호 특수단에서 해경 등의 구조 방기를 두고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린 것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탐탁지 않은 심정을 드러냈다.

 

21일 저녁 경남 진주를 찾은 세월호 유가족,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오른쪽)와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 씨(왼쪽)
21일 저녁 경남 진주를 찾은 세월호 유가족,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오른쪽)와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 씨(왼쪽)

박종대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제대로 된 구조활동을 펴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해경시 해상사고 발생 시 따라야 할 구조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면서다. 그는 사고 초기 상황실 요원들의 늑장보고 및 전파, 해경의 구조시스템 미가동, 지휘부의 부작위로 참사가 벌어졌다며, 매뉴얼을 따랐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최선의 구조방법은 (해경이) 세월호 선장 및 선원과 교신해 가장 늦게 물이 들어오고, 가장 빨리 탈출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로 아이들을 이동시킨 뒤, 퇴선을 유도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안전했을 것이라 보이는 5층으로 (아이들이) 대피했다면 오전 10시까지 정상적 구조활동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구조 단계별 요구되는 작위 의무를 전혀 이해하지 않았고 이것이 누적되며 참사가 발생했다며, 구조 단계별 부작위 책임자를 확인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나 법원, 사참위 등은 해경의 포괄적 책임만 논할 뿐, 개별 행위자의 작위의무 위반은 확인하지 않았다며 답답함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국가 주도의 조사가 모두 끝났지만, 진실규명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인숙 씨는 “저희가 무수히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세월호 가족들은 ‘맨날 싸움만 하려 든다. 떼쟁이들이다’는 말”이라며 “떼쟁이가 되더라도 진상규명이 되는 날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참사에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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