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이제 우리가 이어갈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은 14일 진주시민들은 평화의 소녀상(=평화기림상)이 위치한 진주교육지원청 앞마당에 모여 다시 한 번 일본정부의 전쟁범죄 인정과 공식사죄 및 법적배상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에는 굴욕적 한일외교를 중단하고,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힘쓸 것을 촉구했다.

 

진주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기림상)에 헌화하고 있다.
진주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기림상)에 헌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작금의 한일외교가 참혹한 수준이라며 우리 정부에 △굴욕외교를 중단하고 일본정부의 책임인정과 약속이행을 당당히 요구할 것 △자국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 올바른 교육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2015 한일 합의’ 정신 준수를 외치더니 마침내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내놓는 등 일본 우익의 숙원을 앞장서 해결해주고 있다”면서다.

일본정부에는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공식사죄, 법적 배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일본정부가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 한일합의로 모두 해결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태도는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가리며 “가해의 역사를 지우려는 의도”라면서다.

시민들은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초 증언을 한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행동에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증거가 없다던 일본정부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만천하에 밝히는 횃불”이었다면서다. 이들은 할머니의 최초증언으로 “피해자 중심, 진실과 정의, 배상과 재발방지라는 국제법적 원칙이 세워졌다”고 평가했다.

 

진주평화기림사업회 강문순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진주평화기림사업회 강문순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동아리 ‘역사의참견’의 변동현 학생은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사실을 증언한 날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할머니의 용기”라며 “우리 청년들은 할머니의 용기 있는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정부의 전쟁범죄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결정짓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다시는 전쟁범죄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주평화기림사업회 강문순 대표는 일본정부와 우리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물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있어서도 사실을 외면하고 억지를 부리며 피해자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기억과 연대라는 무기가 있다”며 기억과 연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이후 장미꽃을 소녀상에 헌화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쳤다.

진주평화기림사업회는 오는 29일 롯데시네마 엠비씨점(8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코코순이’ 공동체 상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큐멘터리는 일본정부의 ‘위안부’ 문제 왜곡의 기초가 된 미 전시정보국 49번 심문보고서를 뒤집기 위해 여기에 기록된 20명 중 한 명인 ‘코코순이’의 행적을 좇는 내용이다. 다큐멘터리는 무료로 상영될 예정이다. 관람신청은 010-9238-3240으로.

한편 진주지역과 관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0여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2020년 진주평화기림사업회는 이 같이 밝힌 바 있다. 사업회에 따르면, 진주지역 피해자는 하순녀 손판임 최순월 배영자 김경애 이우율 임정자 김연이 강도아 김순이 강덕경 김유감 문필기 박막달 김향화 문진덕 신태임 심서분 등 18명과 북한에 머물지만 고향이 진주라고 밝힌 박복 등이 있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헌정시 - 한(恨)

경해여중 3학년 박채원

난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끝없는 겨울 속에서

단 하나의 희망을 가지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신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간절히 빌던 봄은 오지 않고

세차게 눈보라가 옵니다

내가 이곳에 붉은색 피를 뭍이며

새하얀 눈길로 끌려왔던 그 날처럼

세차게 눈보라가 옵니다

아아

어머니 저는 그만 봄을 찾아 떠나려고 합니다.

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쳤고,

겨울을 헤쳐나가기에는 너무 아픕니다.

내가 다시 어머니의 품에 닿지 못하더라도

내가 다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더라도

부디 부디 슬퍼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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