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모원노동조합 진주시지부가 2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공모원노동조합 진주시지부가 2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악성·고질·반복 민원에 공무원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8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지역 20대 교사의 사례가 지역에서도 나올 수 있다면서다. 전공노 진주시지부(위원장 김영태)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혔다.

“손 한번 잡아줘라” “아직도 안 죽었나” “출장 다녀온 게 맞나? 어디 다녀왔나?” 진주시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인에게 들었다는 말들이다. 전공노 진주시지부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악성민원에 공무원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반복적으로 전화를 해 민원을 거듭 제기하고, 욕설까지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다.

진주시지부는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전화하고, 동일·유사 내용을 국민신문고, 도청 등에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악성 민원인으로 인해 업무마비는 물론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며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령과 지침에 따라 일을 처리해도, ‘거짓말을 한다’ ‘불법으로 공사해줬다’는 등 공무원을 폄훼하는 사례가 많다”고도 했다.

악성 민원인이 폭력을 휘두른 사례도 적지 않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상복 차림에 몽둥이를 든 한 시민이 진주시청을 찾아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있었다. 2015년에는 만취상태로 야밤에 시청사를 출입하려다 제지를 당하자, 쇠 파이프로 유리창과 방충망 등을 훼손한 시민이 있기도 했다. 식칼을 들고 시청사를 찾은 이도 있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악성민원이 문제가 돼온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원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폭언·폭행·기물파손 행위는 2018년 3만 4400여 건에서 2021년 5만 1800여 건으로 늘었다. 공무원노조가 2019년 청년공무원 5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가운데 60.8%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점으로 악성민원을 꼽았다.

진주시지부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지며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공무원도 국민이고 헌법이 보호하는 엄연한 노동자며, 노동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악성민원을 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악성민원은 민원이 아닌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사법기관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다

김영태 전공노 진주시지부장은 “악성민원에 시달리더라도, 이를 저지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할 방안이 없다. 악성민원이 들어오면 공무원 개인이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얼마 전에도 젊은 친구들이 이 같은 이유로 사표를 쓰고 나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악성민원은 정상적 민원 해결도 힘들게 한다”며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한편 진주시는 악성민원에 공무원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소식에, 올해 3월 공무원 40여명에게 녹음장치와 카메라를 제공한 바 있다. 악성 민원인의 폭언과 폭력으로부터 공무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보다 악성 민원인을 둔 강력한 처벌이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는 나온다. /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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