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철학 2권 나와..
아이들과 함께한 철학교육의 산물
"투입-산출식 교육은 문제 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지수중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철학교육을 진행한 결과물인 ‘중학교 철학’ 2권이 지난 25일 발행됐다. 지난해 6월 ‘중학교 철학’ 1권을 발행했던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은 지난 28일 단디뉴스와 만나 철학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아이들을) 조련하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권위적이며, 근대적 사고”라는 점을 강조한 그는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정신적 공간을 그저 제공해야만 한다”며 철학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투입 산출 방식의 기존 교육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6월 발행된 ‘중학교 철학’ 1권이 ‘나를 찾아서’, ‘존재에 대하여’, ‘자유, 이성, 권력’이라는 3장으로 이루어졌다면, 지난 25일 발행된 2권은 단일 장으로 구성됐다. 2권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변증법’이다. 거칠게 말해 ‘정반합의 원리’를 논하는 변증법을, 김 교장은 노자와 장자의 도가 사상, 불교 철학, 스콜라 철학,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베이컨,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헤겔 등의 철학 사상으로 풀어냈다.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을 쓴 만큼 120쪽 내외에 압축적으로 내용을 담았고, 이해하기 쉽게 썼다”고 설명했다.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이 '중학교 철학' 2권을 손에 들고 있다.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이 '중학교 철학' 2권을 손에 들고 있다.

책의 기초가 된 철학교육은 2019년 9월 김준식 선생이 지수중학교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구조상 교장은 수업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주로 교장이 하는 건 정신교육인데, 그것보다 수업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조금 다른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철학교육을 구상해 2020년 시작했다”고 했다. 철학교육을 시작한 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면서 책은 출판되기 시작했다. “정년퇴임 이전인 2025년 8월까지 5권의 책을 내는 게 목표”라는 그는 3권은 인식론, 4권은 타인, 5권을 종합 정리본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학교 철학은 정통 철학서에 가깝지만, 그간 그가 해온 철학교육은 특색이 있다. 아이들의 사고 폭을 넓혀주며, 세상을 자신만의 눈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춰 온 것. 그는 그간 진행된 수업을 이야기하며, 관련 자료를 보여주기도 했다. 자료에는 ‘현상과 본질에 대한 글쓰기’, ‘나는 자유인인가’, ‘동화를 보고 지식, 사실, 가치, 선과 악 등을 설명하시오’, ‘자유에 대한 생각 쓰기(freedom, liberty를 구분해)’ 등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답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문항들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이 가진 고유의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방편이다.

김준식 교장은 “아이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세상을 산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수업을 진행하면서 이를 입증하는 광경을 여러번 봤다고 전했다. 꽃의 현상은 ‘냄새 난다’이고 본질은 ‘아름답다’, 우정의 현상은 ‘멋지다’이나 본질은 ‘존중’이라는 식의 답변이 아이들에게서 나온다는 것. 변증법 관련 수업 이후에는 아이들이 부모가 다투다가 합의점을 찾고, 그 합의점에서 다시 다툼이 시작되는 게 변증법 같은 현상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그들만의 관점이 있고, 철학교육 후 이것이 강화되고 있다면서다.

철학 수업은 활자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며, 그 이유는 “철학은 논리만이 아닌, 관찰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학교 전경을 그리라고 하니, 그리는 방식과 관점이 달랐다. 학교 전체나 일부를 담기도 했고, 위에서 바라본 학교를 담은 아이도 있었다. 충효탑을 그리기도 했다”며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세상에 다양한 관점과 생각이 있고, 옳고 그름을 떠나, 여러 관점을 이야기 해볼 수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었다는 것.

 

철학교육 수업 중 아이들이 철학적 질문들에 답을 내놓은 질문지들
철학교육 수업 중 아이들이 철학적 질문들에 답을 내놓은 질문지들

그는 철학교육이 정식교과로 채택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밥 먹고, 일하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다 철학적 삶이며, 내 삶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철학에서 출발되는 것”이라면서다. 특히 아이들에게 철학교육이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상황에, 어떤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철학은, 아이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다.

올해 9월 1일 지수중학교 공모제 교장 임기를 마칠 예정인 그는 곧 또 다른 학교에서 일반교사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지수중학교에서 해온 철학교육이 끝나게 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철학수업은 제게도, 아이들에게도 즐거웠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컴퓨터를 왜 사용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중학교 철학’ 을 발행할 뜻을 내비쳤다. 중학교 철학을 학교 교재로 등록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단디뉴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