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비 주인공은 강제병합 이전부터
친일행적 보인 진주 김 부자, 김기태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 관계자
“안내판 세워 친일행적 알려야”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한일 강제병합 이전부터 친일행위를 해온 ‘진주 김부자’, 김기태(1887~1941)를 기리는 공덕비(=시혜불망비)가 건립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태는 조선총독부의 자문기관인 중추원 참의를 지내고, 일제에 전쟁 물자 대금을 지원한 인물이다.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에 내모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서울 이 부자, 경주 최 부자와 함께 남한의 3대 부자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진주 김 부자', 김기태를 기리는 공덕비가 진주시 금곡면 검암리와 금산면 금호지 인근에서 발견됐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 관계자는 “김기태는 한일 강제병합 이전부터 친일행적이 있는 인물”이라며 “비석을 없애기보다, 역사의 일환으로 남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비석의 주인공인 김기태가 어떤 인물인지 시민들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며 “진주시가 안내판을 설치해 그의 친일 행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 진주시 금산면 금호지 인근에서 발견된 김기태 '시혜불망비(=공덕비)'
경남 진주시 금산면 금호지 인근에서 발견된 김기태 '시혜불망비'

금곡면 검암리와 금산면 금호지 인근에서 발견된 공덕비는 김기태를 기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곡면 검암리 비석에는 '소작인들의 소작료를 제해준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 금산면 금호지 비석에는 '금호지를 건립하는데 도움을 준 김기태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내용이 담겼다. 두 비석에는 구체적으로 ‘전주사김공기태시혜불망비(주사직을 했던 김기태가 준 은혜를 잊지 않음)’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비석은 3.1운동이 한창이던 1919년 3월쯤 세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금곡면 비석에는 '대정 8년(다이쇼 일왕의 연호), 기미 음 2월 소작립(1919년 음력 2월 소작인들이 세움)', 금산면 비석에는 '기미맹춘(1919년 봄)'이라는 내용이 담겨 설립 시기를 엿보게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통상 이러한 비석은 소작인들이 감사를 표해 남기기보다, 자신(비석의 주인공)이 남기거나 소작료를 제해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 진주시 금곡면 금암리 신당마을 인근에서 발견된 김기태 '시혜불망비'
경남 진주시 금곡면 검암리(신담마을) 인근에서 발견된 김기태 '시혜불망비'

비석의 주인공인 김기태는 1887년 8월 5일 진주시 내동면에서 태어났다. 친일인명사전과 디지털진주문화대전에 따르면, 그는 한일 강제병합 이전인 1909년부터 친일행적을 이어왔다. 1909년 4월 의병의 군자금 요청을 경찰서에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중일전쟁 발발 즈음인 1937년 8월 일본군에 비행기(=진주호) 대금 1만원을 헌납키도 했다. 1928년 11월 일왕으로부터 대례기념장을 받았고, 사후인 1943년 9월에는 감수포장이 추서됐다.

뿐만 아니라 그는 1939년 1월 「매일신보」에 일본군의 무운장구를 기원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1939년 3월 조선특별지원병 진주후원회 고문 등을 맡으며 조선의 젊은이를 일제의 전쟁터로 내보내는 데 가담했다. 조선총독의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로 1921년 4월부터 1927년 4월까지 6여년 간 활동한 기록도 남아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 관계자는 “중추원 참의는 각 도에 1명 정도 있었던 고위직”이라고 설명했다.

 

마산일보 1954년 2월 21일자 신문, 축동면 동민들이 김기태 공로비를 철거했다는 내용
마산일보 1954년 2월 21일자 신문, 축동면 동민들이 김기태 공로비를 철거했다는 내용

한편 1954년 봄 사천군 축동면 주민들은 동리에 남아 있던 김기태의 공로비를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철거한 바 있다(마산일보 1954년 2월 21일자). 당시 기사에 따르면, 동민들은 “민족이 자주권을 찾은 오늘날 (공로비를 그대로 두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이 행동했다. 하지만 진주지역에는 100년 넘게 안내판 하나 없이 비석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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