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312만대 고속도로 이용하는데,
충전기 1~2대 뿐인 곳 수두룩해.
국회서 관련 법안 발의되기도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설 명절 전기차를 이용해 서울과 진주를 오간 ㅇ씨(39)는 전기차 충전기가 부족해 ‘홍역’을 치렀다. 전기차 충전을 위해 2~3시간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휴게소 충전기에 다수의 차량이 몰린 것을 보고 2개 휴게소를 지나친 그는, 부족해진 배터리로 세 번째 휴게소에서 차량을 충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그는 앞선 차량 3대의 충전이 끝나기를 기다린 뒤, 차량을 충전했다. 2~3시간이 소모됐다. ㅇ씨는 “고속도로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기는 여전히 하늘에 별 따기”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고속도로 위에서는 ‘충전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2019년 467만여 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고속도로 이용 현황이, 2021년 1312만 1000대로 3배가량 증가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상정 의원실(정의당)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07곳에 설치된 충전기는 모두 873대로, 평균 4대에 불과하다. 특히 대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비교적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경남 등의 휴게소에 비치된 충전기는 휴게소당 1~2개에 불과하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전기차 충전기 수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휴게소 중 진주 인근에는 충전기가 1대~2개만 있는 곳이 많았다. 산청(2), 함양(1), 덕유산(1) 휴게소 등이다. 게다가 이들 휴게소의 충전기는 충전 속도가 느리다. 차량 당 최대 충전시간이 40분에 불과하다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 휴게소의 충전기 속도는 50kw/h로, 시중에 나온 급속충전기(50, 100, 200, 300kw/h)중 가장 느리다. 40분 충전 시 150km 내외를 갈 수 있다.

 

전기차가 충전되는 모습
전기차가 충전되는 모습

o씨는 지난 명절연휴 이 때문에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ㅇ씨는 “서울 방문 후 진주로 내려오면서,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충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차량은 많고, 충전기는 적었다. 휴게소 2곳을 들렀다가 충전기가 사용 중이고, 예약도 많아 함안 휴게소까지 내려왔는데, 여기서도 앞 차량(예약 포함) 2~3대의 충전이 끝나는 걸 보고 차량을 충전할 수 있었다. 명절 고속도로가 막혀 답답한 것도 있었는데, 차량을 충전한다고 2~3시간을 보내다보니, 다음부터는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충전할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내 급속충전기 부족, 충전 속도 문제는 네이버 카페 ‘전기차 동호회’에서도 그간 거론돼왔다. 특히 지난 명절,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카페 회원들은 “지난 명절 (차량 충전을 위해) 휴게소 3곳을 들렀다가 충전을 했다”거나 “모든 휴게소에 차량 1~3대가 충전 대기 중이었다. 앞에 1대만 있어도 4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먼 길을 오가며 휴게소에서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기가 부족한 걸 보면, 아직 (전기차 인프라 확충은) 멀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로 ‘고속도로 전기차 안심충전 법안’이 지난 17일 발의(대표발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됐다. 심 의원은 전기차가 점차 늘고 있는데, 충전기는 부족한 점을 들며 “고속도로 내 전기차 충전기가 부족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이유는,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가 부지만 빌려주고 충전기 설치와 운영은 민간업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다.「한국도로공사법」을 개정해 고속도로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관리 업무를, 도로공사에게 맡겨 공사가 이와 관련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연료별 차량 등록대수 가운데 지난해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인 건 전기차였다. 2022년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39만여 대로,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68.4%p(15만 8000대)가 늘었다. 수소차는 3만여 대로 전년 대비 52.7%p(1만여 대), 하이브리드차는 117만여 대로 전년 대비 28.9%p(26만여 대) 증가했다. 휘발유차는 전년 대비 2.6%p(3만 9000대) 증가하는데 그쳤고, 경유차와 LPG차는 1.2%p(11만4000대), 2.1%p(4만1000대) 감소했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충전기 등 관련 인프라 확충이 시급해진 셈이다. /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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