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뉴스=김순종 기자] “거인이 되는 길을 스스로 포기하는 격이다. (말이 마차를 끄는 것이 아니라) 말 앞에 마차를 세우는 것에 다름이 없다." 

노무현 정부시절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명예교수는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부울경 특별연합을 폐기하고, 부울경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이렇게 비판했다.

“부울경 행정통합은 정치권이나 각종 단체, 협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어려울 게 분명하다”면서다.

그는 “경제, 생활, 문화 분야의 통합(연합)과 협력이 먼저”라며 “행정통합은 마지막에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경륭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13일 경남 진주를 찾아 부울경 특별연합 등을 두고 강연을 진행했다.
성경륭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13일 경남 진주를 찾아 부울경 특별연합 등을 두고 강연을 진행했다.

14일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경남 진주를 방문해 ‘국가균형발전과 부울경 특별연합 : 진주 미래 100년을 내다보다’를 주제로 대중강연을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진주시갑 지역위원회(위원장 갈상돈)의 초청에 따라서다.

그는 이날 수도권 집중 심화, 인구소멸 위험지역 확대, 지역대학 소멸, 저출산과 인구감소 등 우리나라에 찾아온 여러 위기징후를 거론하며, 국가균형발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부울경특별연합에 찬성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조성, 행정수도 이전의 성과를 거론하는 한편 진주를 두고도 일부 이야기를 나눴다.

부울경 특별연합 폐기,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을 둔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이날 강연의 주 관심사는 이를 둔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입장이었다.

성 전 위원장은 부울경 특별연합을 두고 “부울경 세 지역이 연합해 경제력을 키우고, 지역붕괴를 막고자 함이 그 목적”이라며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별연합으로 수도권과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연합으로 세 지역을 살리고, 나라의 균형발전도 이루는 게 그 취지”라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부울경 특별연합의 기본구상은 지역 내 중도시와 소도시의 네트워크를 끈끈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시절 ‘5+2 초광역경제권 구상’ 이후 이 같은 안은 역대 정부를 거쳐 이어져왔다고 했다.

그는 특히 “경제, 문화 부문에서의 부울경 연합과 통합이 먼저”라며 “행정통합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으로 세 지역 간의 교통망, 물 문제, 대학 간 협력, 산학협력 등을 강화하면 효과가 큰데, 통합을 먼저 추진하다 통합은커녕 연합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취지이다.

그는 “정치인, 각종 (이권) 단체, 공무원 등도 통합에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부울경 특별연합이 제도화됐는데도, 이를 폐기하는 건 걸맞지 않다. 정부의 승인이 난 만큼 특별연합을 통해 세 지역 간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전 위원장은 이날 2020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쇠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혁신적 포용국가, 분권균형국가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됐지만. 해외 연구기관은 향후 이 순위가 점차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연인구도 감소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다.

일본 역시 2009년 인구 정점을 찍은 뒤 이전만큼 높은 경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성 전 위원장은 이날 진주의 현재와 미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진주를 문화, 교육의 도시이자 기적의 도시라 평가했다. 국내 100대 기업 창업주 가운데 우리 지역 출신이 많고,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을 이룬 곳이라면서다.

다만 그는 진주 또한 2020년 이후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등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항공우주, UAM, 바이오산업, 재생에너지와 주택사업, 문화콘텐츠 관광 산업 등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부산시의회는 지난 9일 부울경 특별연합 폐기안을 심사보류한 바 있다. 경남도의회는 오는 15일 특별연합 폐기안을 다룬다. 더불어민주당은 특별연합 폐기안에 연일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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