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뉴스=강누리 기자] 2008년 폐지된 '남인수 가요제'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에 지역정당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가수 남인수의 친일 행적을 지적하면서다.

진주연예협회는 최근 ‘제1회 남인수 가요제’를 개최한다는 현수막을 진주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부활, 대한민국 가요 100년사 황제의 귀환' 등의 문구가 강조돼 있다.

행사를 주최하는 진창환 진주연예협회 지부장은 “진주를 빛낸 남인수 선생이 잊혀져가는 게 안타까웠다. 또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젊은 사람들에게도 원로 가수의 위상과 명성을 알리고자 가요제를 다시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에 지역정당과 시민단체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내 “남인수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면서 폐지된 가요제가 부활하는 것은 개탄할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남인수가 진주 출신의 유명인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그는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친일파다.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된 그의 친일 행위는 일제가 일으킨 전쟁을 후원하고, 우리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인수는 노래뿐만 아니라 1944년 조선연극문화협회 주최로 열린 <성난 아세아>에 출연해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고 비판했다. <성난 아세아>는 미국과 영국을 향한 적개심을 고취하고자 제작된 예능제이다.

특히 이들은 “당시 남인수의 친일행위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임시정부에도 큰 골칫거리였다. 백범 김구 선생이 해방 후 반드시 처단해야 될 친일파를 정리한 명단에 남인수의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남인수의 유명세만 내세워 가요제를 다시 개최한다면 임진왜란·농민항쟁·의병활동·형평운동 등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진주시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치신 분들의 영전에는 무엇이라 변명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생전 ‘애수의 소야곡’, ‘이별의 부산정거장’, ‘무너진 사랑탑’, ‘마도로스 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남인수를 기리기 위해 1996년 처음 개최된 남인수 가요제는, 2008년 남인수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면서 12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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