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시장’처럼 다양성 담보돼야..
지역정당 허가해야 지역정치 활성화

콜라와 사이다, 더운 여름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음료가 둘 뿐이라면 어떨까. 각양각색의 기호를 가진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환타나 웰치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이온음료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지역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선택지가 많아야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가 충족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막걸리와 지역적 특색을 갖춘 막걸리가 어우러진 ‘막걸리 시장’처럼 말이다.

지역정치 무대가 콜라, 사이다만 남은 독점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양당정치가 강화되다 못해, 양당의 지역의회 독점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전국 광역의회 당선자 중 거대양당 소속은 79.2%였으나, 2022년 지방선거에서 그 비중은 99%로 증가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 2006년 기초의회 당선자 중 77.5%를 차지했던 양당소속 당선자 비율은 93.6%로 늘었다. 지역정치에서 군소정당마저 싹이 마르고 있는 셈이다.

음료시장을 콜라와 사이다가 독점하는 것은 사람들의 미각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선에서 끝나지만, 지역정치가 거대양당에 독점되면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제도권에 반영되지 못한다. 정당이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이 있게 마련이고, 두 정당이 시민들의 모든 요구를 제도권에 반영하기란 불가능한 까닭이다. 노동자 문제는 정의당과 진보당, 환경문제는 녹색당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보편화된 것도 정당마다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민의 요구를 지역정치에 반영하려면 지역 막걸리처럼 지역특색을 담은 지역정당이 필요하나, 되레 중앙정치로의 예속만 강화되고 있다. 2006년 경기도의회 의석 중 96%를 한나라당이 가져갔다가, 2018년 더불어민주당이 95%를 차지한 변화가 그 일례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정치나 지역이슈보다는 중앙정치의 변화에 따라 일어났다. 노무현 정부를 둔 실망이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이다. 중앙정치 변화에 지역선거 결과가 이처럼 급변한다면, 지역정치가 무슨 소용일까.

지역정치를 콜라와 사이다만 남은 독점시장이 아닌, 전국 유통 막걸리와 지역 막걸리가 어우러진 다양한 상품시장처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상품들로 지역민의 기호를 충족시키고, 중앙정치의 속박에서 벗어나 지역만의 지역을 위한 지역민의 정치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다. 지역 막걸리처럼 각 지역에 특화된 정당, 지역에 특화된 후보자들이 대거 나올 때 지역정치 발전도, 지역특화 정책도 담보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유럽처럼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등 지역정치가 지역민에 의해 발전해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지역정당은 물론, 지역민들이 구성한 정치단체(지방유권자연대체)에서도 지역선거에 후보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의회의 20% 이상을 지역정당이나 지역민이 구성한 정치단체 후보가 차지하는 곳도 있다니, 우리로서는 놀랄 일이다. 지역정치가 중앙에 예속되지 않고, 지역민과 지역정당에 큰 영향을 받으니 말이다.

김순종 편집장
김순종 편집장

때마침 지역정당을 불허하고 있는 정당법을 두고 헌법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2004년 정당 난립을 이유로 지역정당을 불허했던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는 어떤 판결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판결에 앞서 헌법재판관들이 한 번쯤 고민해봤으면 한다. 콜라와 사이다만 남은 음료시장이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전국 유통 막걸리와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지역 막걸리가 함께하는 시장이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할 수 있을지 말이다.

선거철마다 콜라와 사이다 사이를 고민하는 일도 지겹기만 하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