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경남도지사 후보(정의당), 25일 김용국 도의원 후보 사무실에서 단디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여영국 경남도지사 후보(정의당), 25일 김용국 도의원 후보 사무실에서 단디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정체성, 비전, 신뢰의 위기죠. 저부터가 지난해 당대표 선거에서 진보정치의 위기가 찾아왔다며, 이를 극복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적대적 공생관계인 ‘거대 보수 양당’을 견제하려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한 아파트에 과일가게가 두 개뿐이고 이들이 담합해 내놓는 비싼 과일을 사먹는 것보다, 가게가 하나 더 생겨 값싸고 싱싱한 과일을 제공받는 게 더 낫잖아요? 진보정당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영국 경남도지사 후보(정의당)는 25일 단디뉴스와의 만남에서 진보정치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럼에도 진보정당이 필요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날 오전 진주에서 이영실 시의원 후보와 출근길 인사를 나눈 뒤 창원으로 돌아갔다가, 오후 무렵 다시 진주를 찾았다. 무림페이퍼 협력업체 해직노동자들과의 간담회, 김용국 도의원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서다. 간담회 직후 그는 시간을 내 단디뉴스와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진보정당 있어야 보수양당 견제”, ‘과일가게론’ 꺼내기도

여영국 후보는 진보정치의 위기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며, 위기라는 지적에 공감을 표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정의당이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고, 신뢰의 위기 또한 함께 찾아왔다”면서다. 당시 정의당은 민주당과 함께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다 지지자들의 이탈을 초래했다. 그는 이 같은 사례에 더해 “진보정당이 자기혁신을 제대로 못 했고, 국민들의 요구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진보정당이 여전히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국사회에서 보편적 복지로 평가받는 사업들을 요구해온 것이 진보정당”이고 “정의당은 무상교육, 무상의료와 같은 정책들을 선도하는 입장에 있다”면서다. 또한 그는 “정의당은 크게는 불평등, 차별,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이러한 우리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 같지만, 앞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다시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영국 후보는 다당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진보정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에, 선거제도 역시 승자독식 체제”라는 점을 들어서다. 그는 “이 같은 정치제도 때문에 보수양당이 번갈아가며 집권했고, 적대적 공생관계도 굳혀졌다”며 “보수양당이 대변하지 않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반영하려면 다당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정치는 “양당이 서로의 실수에 기생해 지지받는 정치”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과일가게론’을 꺼내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아파트에 과일가게가 두 곳 있다. 이들 가게가 담합을 해 비싸게 과일을 팔면 이는 곧 주민들의 피해로 귀결된다. 하지만 두 곳 과일가게와 달리 싼 가격에 싱싱한 과일을, 좋은 서비스와 함께 파는 가게가 하나 더 생기면 어떻겠냐. 이 가게의 등장에 따라 다른 두 가게도 값싸고 싱싱한 과일을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두 가게는 거대양당을, 새롭게 생긴 가게는 진보정당을 뜻했다.

여영국 후보는 진보정당 후보에게 표를 주면, 사표가 된다는 논리도 반박했다.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되면, 이들이 기준이 돼 우리 정치가 바뀔 수 있”고,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높은 지지율을 얻게 되면 두 정당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진보정당이 부상할 것”이라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얼마만큼의 득표율을 기대하느냐에 “두 자리 수 이상의 득표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 자리 수 득표율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섞어서다.

 

25일 길가에서 만난 진주시민과 이야기 나누는 여영국 경남도지사 후보
25일 길가에서 만난 진주시민과 이야기 나누는 여영국 경남도지사 후보

“단일화 요구 모욕적”, “진주 항공기 전장품 특화단지로”, “메가시티 부정적”

단디뉴스는 이날 6.1지방선거를 두고도 여영국 후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측에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한 것에 “단일화 요구는 모욕적”이라고 했다. “양당구도를 해체하고, 다당제 정치를 실현하려는 것이 진보진영의 목표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단일화하면 또 다시 양당정치를 고착화시키는 것”이라면서다. 진보정당은 다당제 정치 실현을 목표로 올해 지방선거에서 한 선거구에 한 명의 진보단일후보를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진보정당이 모두 뭉쳐 양당 중심으로 흘러가는 선거분위기를 깨기 위해서다.

여영국 후보는 이날 경남도지사가 되면 진주-사천 지역을 ‘항공기 전장품 특화단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진주-사천이 항공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고, 항공기가 디지털화되면서 전장품(전기동력의 장치나 부품) 사업의 부가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면서다. 또한 그는 서부경남이 전남, 전북과 맞닿아 있는 점을 들어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협력체계 마련도 고심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에는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한다고 부산 중심의 또 다른 일극체제를 만드는 것은 지역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만약 부울경 메가시티가 추진된다면, 거기서 비롯되는 개발이익을 서부권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서부권이 소외되는 만큼 이익을 공유해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경남도청 진주환원 요구에는 “실질적인 이익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영국 후보는 이날 인터뷰 말미에 “서부경남지역이 정치적으로는 가장 보수적인 동네라고 하지만, 서부경남 도민들과 시민들이 보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역민들이 다른 정치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비치는 것일 뿐”이라면서다. 그는 “시민들이 다른 정치를 성장시킬 때 그들의 이익도 커지는 것을 실감시켜 드리겠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대양당이 아닌 진보정당을 지지해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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