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진주지역 마을교사 및 마을활동가 네트워크]
[사진=진주지역 마을교사 및 마을활동가 네트워크]

[단디뉴스=강누리 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아이가 온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과거 품앗이 생활을 하던 농경사회에서는 서로의 부족한 일손을 거들고, 자녀를 대신 돌보는 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자 홀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다양한 모습의 ‘마을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와 가정을 뛰어넘어 지역 주민들이 서로의 자녀를 함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이를 실천해 가는 것이다.

진주에도 아이들의 학교 밖 배움과 성장, 지속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디뉴스>는 지역 마을활동가 가운데 ‘진주지역 마을교사 및 마을활동가 네트워크’ 강신영, 서현진 공동대표를 만나 ‘마을학교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대표는 진주 마을학교를 두고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곳을 관찰하며 동네 특징과 생태계를 이해하고, 또래 친구들과 살을 맞대고 놀면서 공동체 의식을 몸으로 배우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와 동네 어른들도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진주 마을학교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놀이는 공원에서 ‘런닝맨’ 게임하기, 공원 내 꽃과 나무 관찰하기, 동네 놀이터에서 축제 열기 등 각 동네에 위치한 공원, 냇가, 놀이터, 골목 등을 배경으로 한다.

또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는 두 대표의 설명처럼 부모들의 마을학교 참여도도 높다. 부모들은 직접 마을행사를 기획하고 서로 배움 활동 등을 진행하며 ‘내 아이’에게만 집중돼 있던 돌봄의 관심을 ‘우리 동네 아이들’로 확장시켜나간다.

서현진 대표는 마을학교에 참가하는 부모들의 변화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생각의 확장”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내 아이에게 좋은 놀이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어 참가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활동 마지막 즈음에는 동네 모든 아이들이 마을학교를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강신영 대표는 지역민의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대곡초등학교 아이들의 벼농사 체험을 예로 들었다. 아이들과 농사짓기 활동을 한 인근 영농조합원들이 마을학교를 통해 지속적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

강 대표는 “당시 조합원 분들에 따르면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참여했다고 한다. 본인들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며 더 많은 지역 아이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교육적 효과 외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도 마을학교의 중요 역할이라고 했다.

그들은 “아이들이 살면서 마을학교를 통해 쌓은 행복한 기억들을 자주 떠올리면 좋겠다. 어린시절 자잘하고 행복한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어른이 되고 나서도 작은 일에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 있지 않냐”며 “우리가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궁극적 목표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컴퓨터나 핸드폰 게임만 한다고 혼내기 전에 몸으로 제대로 노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밖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친구들과 손잡고 뛰어노는 일이 더 재미있다는 걸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마을학교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마음이 큰 만큼, 현재 진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을학교 활동에 아쉬운 마음도 비췄다. 현장에서 원하는 활동 방향과 행정관청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상충하는 때가 있다는 것.

두 대표는 “행정이 편한 마을학교가 아닌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마을학교가 되길 바란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곧 어른이 행복한 사회다”며 자신들도 이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사는 동네를 배경으로 한 제대로 된 마을학교 성공 사례를 만들어 경남을 넘어 전국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편 ‘진주지역 마을교사 및 마을활동가 네트워크’는 진주에서 활동하는 마을교사와 활동가 등 80여 명이 진주 마을학교 활성화를 꿈꾸며 지난 16일 창립했다.

[사진=진주지역 마을교사 및 마을활동가 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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