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농산어촌의 변화를 요구하는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오는 2일 진주에서 진행된다.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의 목표는 농산어촌 주민들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데 있다. 기후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을 만들자는 것이다.

농촌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농촌에서 젊은 세대 찾기가 어려워진 지 오래이고, 지역소멸 우려도 이어진다. 농가수익이 도시근로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인구 유인을 방해한다. 식량 자급률 하락에 따른 식량안보 위기도 심각하다. 농촌의 상황을 알아보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을 전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농촌 인구 줄고 식량자급률 낮아.. 농가소득도 도시근로자 절반

 

우리 농촌은 산업화와 함께 위기를 맞이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동하다보니, 농가 인구수가 줄어 지역소멸이 초래됐다. 인구 유출은 낮은 곡물 자급률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돼 식량안보 위기를 부른다.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에 비해 낮다보니 마땅한 인구유인책도 없어 문제가 지속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2020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경남지역 농가 인구수는 5년 새 11% 가량 줄었다. 2015293720명이던 농가인구 수가 지난해 259829명으로 감소한 것. 농가 인구수 감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불러온다. 하나는 지역소멸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식량 자급률 감소이다.

지역소멸 문제는 이제 누구나 인식하는 보편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농촌지역 인구 감소가 가파르다. 정부는 지난 10일 경남 지역 18개 시·군 가운데 10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했다. 거창, 함양, 산청, 하동, 의령, 함안, 밀양, 고성 등 인구감소지역은 모두 군 지역이다. 농산어촌 지역 인구 감소가 심각한 셈이다.

농가 인구가 줄고, 해외농산물이 대거 유입되면서 식량 자급률도 대폭 줄었다. 1970년대 80%대이던 식량자급율은 202145.8%까지 떨어졌다. 곡물자급률은 21.0%, 식량안보 위기가 심각하다. 기후위기로 세계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감안하면, 낮은 곡물자급률은 식량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낮은 농가소득은 농촌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2010년부터 2020년 새 도시근로자 소득 대비 농가소득 비율은 평균 62.3%에 불과하다. 2020년 연간 농가소득 평균은 4500여만 원으로 이 가운데 농업소득(1180만 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친다. 농업 붕괴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0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요인]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0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요인]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농산어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이 같은 농산어촌의 위기에 농산어촌을 개벽하자는 요구가 지난 10월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을 만들자는 요구이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대행진발기인들은 올해 108일 출범선언 겸 기자회견을 열어 농촌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행복한 농촌을 위한 5가지 해법으로 농촌주민의 행복권 보장, 공익적 직접 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농촌주민 수당 지급, 농촌주민자치 실현 등을 제시했다. 10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대행진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일에는 진주에서 농촌의 변화를 요구하는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출범선언문에서 그간의 생산주의 농정이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생가능 에너지,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 가스 생산 등으로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토양과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기후위기는 곧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해, 수입농산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 지역 먹을거리 순환체계 구축 등을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수도권, 대도시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지역소멸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 개발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각종 시설과 도로를 만들기보다 농촌주민이 행복하고,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오는 삶의 터전으로 농촌을 변모시켜야 한다는 것.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0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요인]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0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요인]

 

공익지불 확대’, ‘지역 지킴이 수당등 대안 제기

 

전문가들은 농촌을 살리려면 공익지불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촌주민에게 의료·교육·주거·돌봄 등 기본적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을 주자는 의견도 있다. 농민 스스로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농촌 주민자치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6<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농촌은 미래가 없다고 들고 어설프게 정책 한 두 가지로 처방할 일이 아니라 천지개벽 같은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박 교수는 공익직불제의 확대와 농촌 주민수당 지급을 요구한다. 기후위기에 따른 면세유 지원 감면, 기존 조세지출 조정 등을 통한 재원마련으로 공익직불제를 확대하고, 도로 건설 등 지역개발에 투입되는 예산을 구조조정해 주민수당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주민수당은 농민이 아니라도 농촌 거주민에게 모두 지급하는 방식이다.

농민수당의 확대 논의도 이어진다. 경남도는 내년부터 농어업경영체 등록 경영주와 공동경영주(배우자) 29만명에게 연간 30만 원씩 약 870억 원의 농어업인수당을 지급한다. 하지만 지역별 차등이 커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원도는 연간 70만 원, 경기도는 연간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농민기본소득 도입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농업이 소멸하면 공동체 생존을 위협하며, 대다수 농민은 농사를 지어도 생계유지가 어려운 점 등을 들어 1인당 월 30만 원의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다. 이재명, 심상정 대선후보도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농업경쟁력 향상을 명분으로 한 농자재와 시설 보조금은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크다며 이들 예산을 조정해 농민에게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아울러 농산물 가격보장제 등을 도입해 농민소득을 보장해줘야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귀농인에게 지급되는 정착금을 기존 3년에서 7년 안팎으로 늘려, 귀농 귀촌 수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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