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교장이 직접 만들어 배포

2019년 지수중학교 교육활동집(졸업앨범)
2019년 지수중학교 교육활동집(졸업앨범)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교훈, 교가, 교화 그리고 준엄한 얼굴의 교장 선생님 사진이 나오는 똑같은 모습의 졸업앨범. 조금 다를 수는 없을까? 졸업앨범의 틀을 깨고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학교생활 사진을 위주로 졸업앨범을 매년 내는 학교가 있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위치한 지수중학교이다.

졸업앨범은 이름부터 색다르다. 졸업앨범이 아닌 교육활동집이다. 교육활동집에는 여느 졸업앨범과 달리 선생님들의 증명사진은 물론 학생들의 증명사진도 없다. 대신 학생들이 재학기간 해온 활동들을 찍은 자연스러운 사진들이 담긴다. 그 아래로 추억을 떠올리게 할 글귀가 담긴다.

이러한 것들이다. “5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 무지개 유니콘 팀과 환자복 팀의 대결, 누가 이겼을까요? 환자복을 입은 환자들은 완전 속임수였어요학교를 다닌 학생과 선생님만이 그해 5월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도록 한 글귀이다.

첫 표지에는 교훈이나 교가, 교화 대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지금 이 순간이라는 글귀와 아이들이 편안하게 찍은 사진이 있다.

 

2019년 지수중학교 교육활동집 첫 표지
2019년 지수중학교 교육활동집 첫 표지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은 2019년 부임 이래 매년, 직접 앨범을 제작한다. 그는 부임 후 2018년 졸업앨범이 없다는 걸 보고 놀랐다. 작은 학교이다 보니 그해 졸업앨범 제작업체가 앨범 작업 단가가 맞지 않다며 작업을 포기한 것인데, 그 이야기를 듣고 직접 만들고자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기존의 졸업앨범과 다른 방식으로 앨범을 구성하게 된 것에 그는 졸업앨범의 주인공은 아이들인 만큼 아이들을 중심으로 제작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훈, 교화, 교가, 준엄한 표정의 교장 선생님 사진이 나오는 식으로 구성되는 기성 졸업앨범을 두고는 졸업앨범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올해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또 한 번 교육활동집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학생들과 함께이다. 그는 올해 9, 3학년 학생들이 앨범위원회를 구성토록 해 학생 스스로 졸업앨범 형식을 결정하도록 장려했다. 형식은 학생이 정하지만, 앨범에 들어갈 사진은 교장인 자신이 직접 찍는다.

그는 2019년부터 본인이 만들어온 교육활동집을 본 학부모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며, 2023년 본인이 학교장 임기를 마치고 난 뒤에도 교육활동집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일이 이어졌으면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재임기간 지수중학교를 조금 색다른 학교, 활력 있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수중학교는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위치한 작은 학교이다. 2021년 기준 학생 수는 21명에 불과하다. 작은 학교이지만 장점도 많다. 이 학교는 철학수업을 비롯해 30여 개의 특성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수교육공동체를 표방하며 인근 주민들과의 연대도 꾀하고 있다.

 

2019년 지수중학교 교육활동집
2019년 지수중학교 교육활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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