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김밥 / 임성용

 

편의점 김밥을 고르는데 백종원 김밥이 눈에 띄었다.

조리 모자에 위생복을 입고 내 김밥 드시라고 엄지척 한다.

 

음식 장사로 성공한 백종원은 유명 요리사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골목 식당 주인들에게 호통을 친다.

이래가지고 장사가 되겠어?

나는 그 말이 이래가지고 나처럼 성공하겠어, 라는 말로 들렸다.

 

새벽, 치킨집 오토바이 한 대가 교차로에 들어섰다,

직진 신호가 바뀌면서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왔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날아올랐다.

통닭이 죽고 오토바이가 죽었다.

 

누구도 백종원이 될 수 없다.

 

천지경 시인
천지경 시인

임성용 시집 <흐린 저녁의 말들>에 나오는 시다. 시집의 시들이 모두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백종원을 나도 좋아해서, 골목식당 주인들에게 호통을 치는 프로그램을 본 적 있다. ‘저 주인은 뭐 하러 저 프로그램에 나와서 저 망신을 당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 있다. 맞다. 제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모두가 백종원이 될 수는 없다. 백종원처럼 되려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 되겠지만, 로또를 맞는 것 같은 운도 따라 줘야 되지 싶다. 오늘도 날아다니듯 배달 다니는 오토바이를 만나면 조마조마하고 짠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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