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의 자본주의 너머 여행기]

김경태와 김창원 두 동갑내기 친구는 음악 안에서 자기 삶의 혁명을 꿈꾸는 청춘들이다. 이 둘이 어느날 무턱대고 프랑스로 날아갔다. 이른바 음악여행이다. 하지만 24살 청춘들에겐 또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프랑스 편이다. 둘은 지속가능한 음악여행을 위해 경비를 절감하고, 또 다른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경험하기 위해 프랑스 땅을 헤맸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둘만의 방식으로 '놀았다'. -편집자 주

 

붉은 색의 벽돌집들이 즐비했습니다. 비행기에서 첫발을 떼고 둘러본 도시는 고즈넉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의 매력적인 도시, 툴루즈에 대한 인상을 채 느끼기도 전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곧바로 기차를 타고 툴루즈로부터 50분 정도 떨어진 Gaillac(가이악)이라는 작은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 파리에서 메가버스를 타고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툴루즈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지속가능한 음악여행을 위해 우리는 경비를 절감하고 또 다른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경험하기 위해 WWOOF라는 비산업화된 농장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저희를 받아줄 농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워킹홀리데이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워킹홀리데이와 확연히 다른점이 있다면 이 우프라는 활동은 노동의 댓가로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숙식을 제공받으며 농장주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방식의 농법들을 체험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나눔을 통해 더욱 다양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농법을 전파하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무쪼록 우프를 통해 찾게된 농장을 찾아가기 위해 저흰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가 역에 도착하니 마중을 나온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를 따라 조금 걸으니 한적한 시골동네의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 사이로 어느 버려진것 같은 외딴 건물이 나옵니다.

▲ 이곳의 이름은 L.M.E라고 합니다.

사실 이 농장을 찾아가기 전에 주고받은 몇통의 메일로 어느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역시나 이곳은 일반적인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장'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체험하지는 못했던 주거 방식중에 하나는 Squat(스쾃) 이었습니다.
 

"스쾃(squatting, 무단거주)은 버려지거나 빈 건물이나 공간을 점거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보통 주거가 목적이다."
 

예. 이곳은 스쾃입니다.

스쾃의 거주자들은 다양합니다. 노마드라 불리는 현대의 유목민들, 집시, 히피, 종착지가 없는 여행자들, 사회활동가 등 매우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스쾃은 기본적으로 아나키즘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적으로 스쾃은 서브컬처 라는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하위문화라고 보는 것보단 대안문화 또는 탈자본주의 문화로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스쾃의 정치학.사회학적 의미를 외부에서 단순히 보여지는 이미지로 규정하기 이전에 스쾃은 정치.사회적인 차별과 인종적 차별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차별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공간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적인 분류와 정치 사회적인 분류를 모두 배제하고도 스쾃은 그저 또다른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우리가 학교를 가고 직장을 다니고 하는 것처럼 똑같은 삶의 방식이라고 여겨집니다.

▲ 주변 풍광입니다. 주변엔 포도밭이 많았습니다. 사진에 보여지는 곳은 가끔 힘이 들때 찾아와서 몸도 마음도 쉬어가곤 했던 해우소같은 나무그늘 아래입니다.

항상 그렇듯 새로운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순간은 짜릿하기도 하지만 허무하기도 하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하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이곳에서 인터넷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었던것이 가장 큰 문제중 하나였습니다. 두번째는 언어. 정도로 기억됩니다. 세상 어디를 가도 컴퓨터만 있으면 어느 정도는 먹고사는 놈에게 물과 전기도 풍족하지 않기에 많은 걸 잠시 내려둬야 했던 삶의 방식은 처음엔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돈을 단 한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이곳에선 모든것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숙식. 공간.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것과 개인의 것을 그리고 공동의 공간과 개인의 공간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이러한 스쾃에서도 꾸준히 이어집니다. 항상 그렇듯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내가 없으면 공동체도 없고 공동체가 없으면 나 또한 없습니다. 그 사이에서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어쩌면 '살만한' 사회가 만들어 지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회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을지는 몰라도 이곳 역시도 엄연한 사회 입니다.

사람과 사람. 단 두 사람만 있어도 사회는 형성될 수 있습니다.

▲ 보시는 사진은 저와 함께 여행한 친구 창원이 생활했던 공동숙소 입니다. 침대 뒤로 보이는 옷가지들은 남녀노소 모두 공유합니다.

이곳은 점거 이전엔 버려진 상가였기때문에 크고작은 분리된 공간들이 존재합니다.이렇게 버려진 공간들을 스쾃터들(스쾃을 하는 사람들)이 1년간 가꾸고 보존하며 갖가지 용도로 이용해 왔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집기와 가구들은 버려진것들을 다시 사용합니다.

인간은 의.식.주 이 세가지 요소가 없으면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만 이 스쾃에서 여러분이 보신 이미지들로 통해 의(衣) 그리고 주(住) 부분에 관해선 이곳이 어떻게 해결을 해나가는지 어렴풋 짐작하실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식(食) 먹는것에 관한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조심 서서히 썰을 풀어 보겠습니다.

뭐 한마디로 쉽게 얘기하면 이것도 버린거 다시 주워먹습니다. ^^

프랑스는 시민들이 1차적으로 폐기물을 버릴땐 분리수거를 따로하지 않기 때문에 크고작은 식재료점이나 마트에서 버려지는 음식물들은 실제로 섭취 가능한 상태인 동시에 다른 음식물에 오염되지 않은 상태로 비닐에 담겨져 버려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음식물들은 수거해서 1차적으로 분류하고 2차적으로 저장하고 3차적으로 요리하기 이전에 점검을 통해 위생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주워는 먹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곳은 완전한 채식주의 즉 Vegan 비건을 지향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왠만한 채소들과 재료들은 부패상태가 육안으로 식별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에 거주하는 동안 단 한번의 탈도 없었습니다.

물론 조심해야겠지요. 하지만 정말 단언컨대 이곳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정말 최고의 음식들이었습니다. 적어도 맛에 있어서는 분명 그랬습니다 :)

단순히 '주워 먹는다'라고 볼수도 있는 방식이지만 이곳에서는 지구상에 과잉생산되어 버려지는 여러가지 자원들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방면의 학문적+실천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버려지는 자원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곳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리건 Freegan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듯 했습니다.

[Freegan, 자유(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소비지향적 삶에 반대하며 쓰레기통에서 멀쩡한 음식물을 구하는 사람]

그리고 이 스쾃엔 나름 무정부주의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공간도 있습니다. 버려진 냉장고를 재활용해 책들을 저장한 기막히는 개념의 도서관입니다.

▲ 이곳의 공동공간 입니다.

 

대부분의 그러한 연구와 공동체에 관한 회의 등은 이곳 Common Room이라 불리는 공동공간에서 진행 됩니다. 이곳. 특히나 저 테이블 위에 놓여지는 모든 물건들에 관해선 공유가 허락된 것이란 규칙이 당시에는 있었습니다.

이곳의 규칙은 이곳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에 따라 매순간 바뀌기도 합니다. 주로 매주 월요일 12시부터 회의를 시작해서 길게는 저녁 7시까지 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 눈치를 못채고 있는 사이 막 바뀌기도하고 그럽니다.

그래도 저흰 매주 월요일 주중회의엔 꼬박꼬박 참여해서 이러저러한 요구사항들을 어필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함께 생활을 해 나갔습니다.

정말 친절하게도 그 장시간의 회의동안 이곳 친구들은 저희에게 통역을 빠지지 않고 해줍니다. 친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들에겐 당연한 처사였습니다.

이 당시 저희도 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던 구성원이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 10+명 / 한국인 2명의 비율은 가끔 매우 힘들기도 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 (이 여행기는 총 5파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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