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근종]
[사진=유근종]

어느 해부터 4월과 5월이면 눈부신 봄이라는 설렘과 함께 가슴 한 구석에 마음 아픈 역사의 순간들이 떠올라 기분이 묘해진다. 오늘은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던 30년도 더 된 어느 날 만나게 된 음악을 골랐다. 내가 산 최초의 CD가 아닌가 하는 어렴풋한 기억이 있는 브루노 발터의 지휘반 모차르트 교향곡 제 40G단조이다.

그 이후로는 카세트테이프로 카를 뵘의 가장 유명한 연주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 전경 제대하고 부산에서 우연히 산 CDEnterprise라는 듣보잡 해적판이었는데 세르지우 첼리비다케가 지휘한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의 음반이었다. 브루노 발터나 카를 뵘의 느린 연주와는 차원이 다른 빠르기였다. 앞의 두 연주를 그렇게 많이 들었음에도 첼리비다케의 연주를 듣고 난 이후에는 아예 듣지 않게 됐다. 빠른 연주가 훨씬 와 닿았다.

첼리비다케 만년의 조금 느린 연주가 명연이긴 해도 찬란한 젊은 시절의 빠른 연주가 더 좋다. 어디선가 본 글 중에 빌헬름 푸르트뱅글러가 했다는 말이 떠오르니 더더욱 그랬다. 푸르트뱅글러는 "질주하는 슬픔"이라 표현했다. 이만큼 정확한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41개의 교향곡에 딱 두 곡 있는 단조 교향곡인데 재밌게도 두 교향곡 모두 G단조의 조성으로 작곡했다. 그 중 하나는 25번 교향곡인데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음악 중 하나다. G단조의 두 교향곡을 어떤 이는 작은 G단조와 큰 G단조라 표현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한 음악은 워낙 유명한 멜로디라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음악일 것이다. 4월과 5월 이런 음악을 들으며 한 번씩 슬픔과 우수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래 유튜브 링크는 또 다른 명연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연주다. 첼리비다케의 슈투트가르트 실황이 없으니 이걸 링크한다.

이 연주는 비록 음반은 없지만 그 전에 녹음한 RCO(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쎄르트 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반이 있는데 해석은 대동소이하다. 오케스트라가 원전악기 연주단체는 아니지만 지휘자가 원전 악기(또는 시대 악기) 연주자 출신이라 음색이 조금 다르긴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_JAPx7_ra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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