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또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묘하게 바로 앞 달인 2월은 쌀쌀한 겨울이란 느낌이 남아있는데 하루 차이로 3월은 설레는 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비단 날씨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3이라는 숫자가 왠지 따스하다. 3, 5, 7로 나가는 인원, 술병 숫자도 이 때문인 듯싶다. 게다가 3월은 뭔가 첫 날부터 열정적이다. 일제치하 그 격렬했던 3.1운동을 기념하는 휴일로 시작하기에 마음마저 데워진 탓일까?

그러한 3월인데, 들려오는 소식들은 차갑고 갑갑하기만 하다. 많은 소식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군사주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가 또 미뤄지는 꼴은 차마 3월에 안 봤으면 하는 굴욕적인 모습이었다. 군사주권의 상징이라고 썼지만 군사주권은 실제 한 나라의 주권에 다름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과 영토, 영해를 가진 세포라고 할 때, 군사력은 그 세포를 따로 존재하게 하는 세포막이다.

이런 국가의 핵심적인 부분에 자주권이 없다는 것은 결국 그 나라가 자주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전시작전권은 군대의 존재 이유이고 목적이다. 평시작전권은 실로 꿔다놓은 보릿자루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군대의 목적이 무력행사에 있다고 볼 때, 평시작전권은 나라의 자주권을 나타내는 아무런 징표가 되지 못한다. 군대는 전쟁이 목적이다. 전시작전권이 핵심적인 자주권의 징표란 말이다.

자못 서글픈 풍경은 국군의 날 행사 등에서 국군통수권자라며 군대의 사열을 받고 있던 이 나라 대통령들의 모습이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상태의 군대 앞에서 자신 있게 사열을 받고 있느냔 말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이 나라 국민들을 징집하고 국방비를 세금으로 충당하느냔 말이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갑갑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박훈호 자유기고가
박훈호 자유기고가

이 문제는 지난 노무현 정권 때 한번 강력하게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 나라 군대 장성출신들이란 사람들이 떼거지로 모여 작전권 환수 반대 시위를 한 적이 있다.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가당키나 한 일이던가? 별이란 것은 예로부터 방향을 잡는 중요한 지표다. 장군들에게 이런 별의 상징을 달아 주는 것은 군대의 방향을 잡고 지휘하라는 의미일 테다. 그런데 한 나라의 장성들이란 자들이 자기 나라 군대의 지휘권을 되찾자는데 반대를 하고 나서다니.......

미국이 자국에서는 금지된 생화학무기의 실험실을 우리나라에 운용하는 배경엔 이런 비자주적이고 예속적인 관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나아가서는 의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나라의 자주권을 상징하는 전시작전권도 마땅히 갖추지 못하고 자신들에게 의탁하고 있는 나라에 무슨 의사를 타진하고 그 어떤 장애가 있어 저어할까?

3월의 영령들이 울부짖고 통탄할 일이다. 미국이 행사하고 있는 우리나라 군대의 전시작전권 반환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응당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할 자주 독립국의 당당한 권리이다. 군사적인 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모든 조처를 취해야 한다. 기미년 3, 자주 독립의 함성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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