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 등교 지속으로 안정적 교과운영
작은 학교라 공동체 성향 강해
지역사회 연계 '지수교육공동체' 지향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2018년 통폐합 논의가 일었던 지수중학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한 2020년 작은 학교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도심지의 규모가 큰 학교들과 달리, ·하교가 교장 재량에 맡겨진 4월 이후 등교가 지속됐고, 철학수업을 비롯해 30여 개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도심지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기간 학생들 가운데 일부만 교차 등교를 했던 터라 학부모나 학생들의 고충이 적지 않았다. 부모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24시간 돌보며 생업을 이어가느라 분주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나가지 못해 또래와 어울리기 힘들었다. 교육일정도 원만히 소화하기 어려웠다. 지수중학교의 지난 한 해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수중학교는 진주시 지수면에 소재한 전교생이 13(2020년 기준)에 불과한 작은 학교이다. 2018년 당시 교육부 기준에 따라 학교 폐교나 반성중학교 분교로의 통폐합 논의가 일어난 바 있다. 당시 면 지역 중학교는 학생 수 60명 이하이면 매년 통폐합 대상으로 올랐는데, 이 기준에 적용이 됐던 것.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지수중학교는 통폐합을 빗겨갈 수 있었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교는 유지되고 있다. 특히 2019년 새롭게 부임한 김준식 교장은 지수중학교를 학교를 넘어 지역교육공동체로 발전시키려는 방향을 모색해왔다. 코로나 사태로 이 같은 계획에 다소 차질이 있었지만, 그는 작은 학교를 살리는 방법을 여기서 엿본다.

<단디뉴스>는 지난 26일과 29일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과 작은 학교, 특히 코로나 시대 작은 학교가 가지는 강점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김 교장은 작은 학교는 아이들에게 학교 이상의 의미가 된다학교가 아니라 집이고 놀이터이다. 경제논리로 학교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작은 학교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지수중학교 전경. 한 쪽 벽에 '행복한 삶을 가꾸는 지수교육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지수중학교 전경. 한 쪽 벽에 '행복한 삶을 가꾸는 지수교육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지수중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4월 이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등교를 지속할 수 있었다. 학생 수 13,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교과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됐기 때문이다. 지속된 등교는 부모 아이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줬다. 부모는 농사일 등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교과과정도 지속됐다.

특히 지수중학교는 아이들 수가 적다보니 규모가 큰 학교들과 다른 차이점을 갖는다. 아이들 모두가 먹을 우유/시리얼 등의 간식이 1교시 후에 제공되고, 평소 과일도 구비해 다 함께 먹는다. 철학수업, 도자기 만들기 수업, 케익 만들기 수업 등 특색 있는 교육에도 모든 학생들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여느학교보다 공동체적 성향이 강하다.

철학 수업은 김 교장이 진행한다. 철학수업의 이유는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제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김 교장은 한 주에 2시간가량 아이들에게 철학 수업을 하고, 1시간은 아이들이 무엇이든 쓰도록 한다. 그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지금은 철학에 관심을 갖고, 글도 곧잘 쓰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지수중학교는 김 교장이 부임하기 전인 2019년까지 부모와 학생 모두가 동참하는 여행프로그램을 지속해왔다. 2020년에는 여행 자금을 모금(크라우드 펀딩)해 몽골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져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 교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소위 선진국이 아닌 몽골을 여행지로 선택한 것에도 색다른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유럽이나 미국도 놀랍고 배울 것 많은 장소이지만, 몽골은 그런 나라들과 다른 특이점이 있다. 아이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지수중학교는 학교를 넘어 지수면민들이 함께하는 교육공동체를 지향한다. 실제 지수중학교 담벼락 한 쪽에는 행복한 삶을 가꾸는 지수교육공동체라는 큰 현수막이 붙어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지역민이 함께함은 물론, 지역민에게도 지수중이 교육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같은 지향점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2018년 지수중이 반성중학교 분교가 되거나 폐교되려 했을 당시 이를 막아선 동창회, 부모,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지수중학교를 만들려 했다는 것. 그는 그간 동네어르신 한글교실이나 인문학 교실 등을 면사무소와 진행하려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진행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내년쯤 계획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교장은 작은학교, 시골학교는 생태적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을 평등하고 자유롭게 교육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전국의 수많은 작은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큰 단위의 지역을 묶어 각각의 작은 학교를 단과대학처럼 운영하자는 것. 지수중에서 영어, 수학을 공부시킨다면 다른 학교는 국어, 사회 등 특정한 과목을 교육시키는 방식이다.

그는 버스 한 대면 아이들이 각각의 학교를 순환하며 교육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방법은 작은학교는 물론 한 지역을 살리고 활기를 돋우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적 논리로만 보면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해야 하겠지만, 작은학교가 가진 장점과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며 이 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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