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라마 허쉬 원작 ‘침묵주의보’ 쓴 정진영 작가

드라마 허쉬 원작 '침묵주의보'를 쓴 정진영 작가[사진 제공=김서해]
드라마 허쉬 원작 '침묵주의보'를 쓴 정진영 작가[사진 제공=김서해]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침묵주의보는 단언컨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출간된 언론계를 다룬 소설 중 가장 현실에 가까운 작품이다” JTBC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허쉬의 원작소설 <침묵주의보>를 쓴 정진영 작가는 이 같이 자평했다. 그는 11년간의 기자생활 끝에 지난해 작가로 전향해 소설을 써오고 있다.

정 작가는 현직기자 시절이던 2011년 데뷔작 <도화촌기행>으로 조선일보에서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근래에는 소설 <젠가>를 내놨다. 연예소설인 <다시, 밸런타인데이>가 곧 출판되며, 올해 안에 SF요소를 가미한 가족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가제)>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소설 <침묵주의보>2018년 출간됐다.

소설 침묵주의보는 종합일간지 기자로 생활하는 주인공이 일상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 속에 갈등과 고민을 겪다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학력차별을 이유로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언론계와 재계의 유착, 언론사 사주를 정계에 입문시키려 여론조작을 하는 등의 행태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을 집어냈다.

특히 소설은 ‘NO PAIN, NO GAIN’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노력주의로 표방되는 말을 ‘NO GAIN, NO PAIN’으로 뒤집으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고통 없이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은, 얻는 것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는 말로 대치돼 소설 속에서 청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반향을 일으킨다. 현실이라고 다를 리 없을 게다.

정 작가는 침묵주의보로 독자들에게 조직에서 벌어지는 침묵이 개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침묵과 가장 멀어 보이는 언론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침묵이 이루어지는지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언론과 재계의 부당거래, 인턴기자 죽음의 배경, 여론조작 등에 침묵하며 인간성을 잃어간다.

그는 침묵주의보에서 지방대 출신 인턴기자의 죽음으로 우리사회의 학벌차별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취업시장에서의 학벌차별 문제는 취업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면서, 어떠한 정부도 현재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대가 지나면 인구감소에 따라, 이 문제도 다소 해결되지 않겠냐고 했다.

또한 그는 소설에서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을 NO GAIN, NO PAIN으로 뒤집게 된 이유는 대부분의 기성세대가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말을 하는데,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들로서는 어떻게든 현 상황을 버티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현실적 노력이 있어야 기회도 온다고 했다.

 

드라마 허쉬 원작 '침묵주의보'를 쓴 정진영 작가[사진 제공=김서해]
드라마 허쉬 원작 '침묵주의보'를 쓴 정진영 작가[사진 제공=김서해]

정 작가는 소설 젠가를 쓰게 된 것은 침묵주의보를 쓴 후 조직을 다룬 소설을 시리즈로 쓸 계획을 한 것의 일환이라며 젠가는 조직 트릴로지(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했다. 아울러 인구 절반이 지방에 있고, 젠가에 등장하는 전선업계는 생소하지만, 우리 삶에 전선이 들어가지 않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그 속의 비리를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젠가는 지방의 한 전선업계에서 일어난 사소한 다툼이 원인이 돼 숨겨져 있던 원전비리가 세상에 드러나는 일련의 과정을 담아냈다. 조직 내에서 각자도생하며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대부분 몰락을 맞이하게 된다. 누구 하나 정의롭거나 좋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 소설의 특이점이기도 하다.

정 작가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좋은 사람도 없지만, 순수하게 나쁜 사람도 없다며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다수 이런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해 편을 가르고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며 세상은 흑과 백이라기보다 회색이며 이 같은 시선이 균형감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 문제에도 자신의 생각을 내놨다. 그는 언론사는 공적업무를 수행하지만, 다수의 언론은 사기업이고 수익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문제가 출발된다고 했다. 언론사 수익 대부분이 기업 관공서의 광고에서 나오니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 그는 독자가 수익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언론도 바로 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설 속에 기자가 거듭 등장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들이 기자와 언론을 가장 큰 스피커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기자를 욕하다가도 뭔가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기자를 찾는다. 기자와 기사를 욕하면서도 온갖 기사를 메신저에 공유하는 걸 보면, 사람들이 기자에게 거는 기대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정 작가는 기사와 소설의 차이점은 기사는 확인된 사실을 다루며, 사실은 진실을 포함하더라도 진실 자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소설은 훨씬 방대한 양과 다양한 측면을 다뤄 기사보다 진실에 접근하기 좋은 수단인 것이라고 했다. 그가 오래 전부터 소설에 애착을 가져 왔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들어 작가로 전향했지만, 정 작가의 고민은 여전히 적지 않다. 그는 지금도 내가 전업작가라는 자각은 별로 없다이 일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걸 잘 아니까, 언제든지 월급을 받는 일을 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다만 그 전까지는 최대한 소설을 쓰면서 버텨보고 싶다며 소설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한편 소설 침묵주의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허쉬>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11JTBC에 방영되고 있다. 지난 달 26, 6부까지 방영됐다. 정 작가는 침묵주의보는 우리나라에 출간된 언론계를 다룬 소설 중 가장 현실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강조하고, 앞으로도 찾아보면 있을 것 같은데 없는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고 전했다.

 

드라마 '허쉬' [사진 = JTBC 누리집 갈무리]
드라마 '허쉬' [사진 = JTBC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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