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료화 첫해, 진주남강유등축제를 톺아보다

올해 진주남강유등축제에 웃지 못 할 진풍경이 등장했다. 관람객들이 남강과 진주성을 구경하기 위해 곳곳에서 가림막 ‘너머’ 혹은 가림막 ‘뚫고’ 등 다양한 훔쳐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순전히 유료화가 실시되면서 설치된 가림막 탓이다.

남강유등축제 가림막은 진주성 앞부터 진주교-망경동 둔치-천수교 구간 2km에 설치돼 있다.

▲ 진주남강유등축제 유료화 반대를 주장하며 '축제는 유료이지만 사다리는 공짜로 빌려 드립니다'라는 퍼포먼스.

가림막 너머 구경은 사다리로...

“남강유등축제는 유료. 사다리는 무료로 빌려드립니다.”

남강유등축제가 열리고 있는 진주성 촉석문 앞 가림막 앞이다. 4일 진주성과 남강 풍경을 볼 수 없게 가로막는 가림막에 항의하는 퍼포먼스 시위가 등장했다. 사다리를 가림막에 걸쳐놓고, 지나가는 관람객에게 남강 유등을 구경하라고 권한다.

퍼포먼스 1인 시위의 주인공은 백인식(35. 진주 신안동) 씨. 백 씨는 “진주시장 이름이 이창희다. 이 가림막을 시민들이 창희산성이라고 말한다”며 “돈 내지 않으면 보지도 말라는 건데 타지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들한테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다”고 말했다. 또 백 씨는 “길도 막고 강도 막고 담을 쌓는 축제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느냐”며 반발했다.

관람객 김종규(62.경남 고성) 씨는 사다리를 타고 남강을 들여다본 후 “지난해보다 달라진 것도 없건만 입장료를 만원이나 받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진주시 살림이 그리 안좋은가 싶다. 완전 돈독이 오른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 한 시민이 찢겨진 가림막 사이로 남강을 훔쳐보고 있다.
▲ 한 가족이 가림막 넘어 또는 가림막 뚫고, 남강유등을 구경하고 있다.
▲ 요런 자세로도 보고.

 

‘남강유등 훔쳐보기’…방법도 다양해

축제장을 둘러친 가림막이 수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두 번째 진풍경은 시민들이 남강과 진주성을 '훔쳐보는 일'이다. 가림막 위치에 따라 남강을 훔쳐보는 양태는 조금씩 다르다.

제1매표소에서 2매표소로 이어지는 가림막 주변을 살펴보면 관람객들이 2미터가 넘는 가림막 위로 남강을 구경하기 위해 발꿈치를 들거나 훌쩍훌쩍 뛰거나 또 아이들을 무등을 태우는 등 다양한 광경이 발견된다.

제2매표소에서 제3매표소 구간인 진주교 구간은 가림막을 '뚫고' 구경하는 이들이  많은지 곳곳에 가림막이 찢겨져 있다. 수시로 ‘땜방 작업’을 하는지 다시 이어놓은 곳도 여럿 눈에 들어오지만 어느새 또 다른 곳이 찢겨져 있다.

▲ 찢겨진 가림막은 수시로 '땜방질'을 한다.

진주교를 지나다보면 시민들이 찢겨진 곳을 찾아 남강을 훔쳐보는 광경이 곳곳에서 쉽게 눈에 들어온다. 또 남강 사진을 찍기 위해 발꿈치를 들고 가림막 위로 카메라를 올려 찍는 것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사정은 제5매표소에서 제6매표소로 이어지는 천수교 구간도 마찬가지다.

찢겨진 가림막 사이로 남강을 구경하는 관람객이 많아지면서 시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정태(41. 진주 하대동) 씨는 "2중으로 된 가림막이지만 칼이나 담뱃불 등에도 쉽게 찢겨진다"며 "이로인해 찢겨진 틈으로 구경하기 위해 시민들이 한꺼번에 여러 명 다리 난간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안전 조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매표소 앞...입장료 비싸 발길 돌리거나 재입장 항의

유료화가 된 줄 모르고 타지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1인 만 원의 입장료가 부담스러워 매표소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광경도 눈에 띈다. 이들은 축제장에 들어가지 않고 풍물시장 등 주변에서 떠도는 경우가 많았다.

김양호(56·산청군) 씨는 “유등축제는 야경이 가장 볼만해서 가족들과 같이 왔는데 입장료가 1인 만원이더라. 노인 우대도 없고.... 가족 전체 5만 원정도 들어 안 들어갔다”며 “축제장 주변 한 바퀴 돌면서 분위기나 즐기고 돌아가야 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우는 김 씨네 가족만이아니다. 진주를 방문했지만 실제 남강유등축제에 유료입장 하지 않고 유등축제장 주변 연계된 개천예술제나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풍물시장 등만 방문하기도 했다.

또 축제장 입장 후 한 번 나오면 재입장을 할 수 없어 출입구마다 불만과 항의가 속출하기도 했다. 입장권을 끊어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관람객들 사이에 "진주시가 봉이 김선달보다 더한 장사꾼"이라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제 유등축제 5일째. 현재로는 남은 기간 동안 또 어떤 진풍경이 빚어질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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