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유물론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다. 세간에서 유물론이라는 말은, 이 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함께 여러 입장들이 뒤섞여 유통되는 것 같다. 그것은 때때로 책상이나 신발과 같이 우리 주변에 펼쳐져 있는 물건들을 이르는 말로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으로 받아들여지며, 또 어떤 경우에는 특히나 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 같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개인들은 본인이 유물론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유물론자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나는 내가 보는 것만 믿어 라든지, 돈이면
유전자가위기술을 지엠오(GMO)의 일종으로 보고 규제할 것인가, 지엠오가 아닌 것으로 봐 규제를 풀어줄 것인가를 두고 정부와 시민단체간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유전자가위기술(일명 유전자 편집)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확히 잘라내는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작물을 육종하는 기술을 말한다.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한다는 점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GMO)와 유사하지만, 외래 유전자의 삽입 없이 작물 자체유전자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일본에선 외부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은 채 일부 유전자 교정만 가한 작물은 Non-GMO라 규정
우리 지역에서도 지난주에 늦게사 여성 농민단체에서 토종벼 손 모내기를 진행했습니다. 늦었다는 말은 모가 늦었다기보다는, 드디어 우리 지역에서도 토종종자 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뜻이 있는 지역에서는 이미 여러 가지 토종종자 사업으로 토종 종자의 가치를 확인하고, 땅에서 유전자원을 보유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함을 확산시켜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선진지역 덕분에 우리 지역에서는 늦게라도 손쉽게 토종종자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값진 하루의 단상을 살펴보며 우리의 농업은 참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고, 어떻게 하면
Music “건스 앤 로지스의 짧고 굵었던 전성기, 그 마지막 장면”'쌍팔년도'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선 이 단어를 "단기 4288년인 1955년을 이르는 말"로 풀고 있다. 올림픽을 치른 1988년을 뜻한다거나 8 곱하기 8은 64여서 1964년을 이른다는 세간의 풀이는 다 가짜였다. 쌍팔년도가 1955년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 사전적 정의 뒤엔 이런 것도 덧붙어 있다. "즉 구식의 시대를 의미한다.“그런 쌍팔년도가 대중음악의 한 장르(헤비메탈)와 만나 태어난 말이 바로 '쌍팔년도 메탈'이다. 이는 쌍팔년도의 그릇된 해석인 1988
결이라는 말 / 문성해결이라는 말은살짝 묻어 있다는 말덧칠되어 있다는 말살결 밤결 물결은살이 밤이 물이살짝 곁을 내주었단 말와서 앉았다 가도 된단 말그리하여 나는살에도 밤에도 물에도 스밀 수 있단 말쭈뼛거리는 내게 방석을 내주는 말결을 가진 말들은고여 있기 보단어딘가로 흐르는 중이고씨앗을 심어도 될 만큼그 말 속에진종일물기를 머금는 말바람결 잠결 꿈결이모두모두 그러한 말 ***** 나는 우리말 중에서도 다양한 욕설을 사랑해서(나도 열받으면 무지 욕 잘 하는아지매임) 그 원초적인 본능의 말에 감탄할 때도 많지만, 이처럼 단 한 글자로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여름이 시작되면 시원한 먹거리들이 생각나는 게 당연하듯 클래식 음악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북유럽의 음악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이다.북유럽의 대표적인 작곡가를 들라 하면 핀란드의 장 시벨리우스와 노르웨이의 에드바르트 그리그를 들 수 있다. 언젠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2번을 설명하면서 ‘냉면같은 음악’이라 했을 텐데 이번에 소개할 음악 또한 그에 못지않은 시원한 음악이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음악시간에 배운 ‘솔베이지(솔베이그)의 노래’로 잘 알려진 그리그의 ‘페르귄
진주의 강남이라 할 수 있는 진주시 천전동 일대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처럼 도시화가 진행되었을까? 전통적으로 논농사와 밭농사 지역이던 천전동 일대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 일본인들이다. 일제 강점 이후 진주 중심지역이 급속하게 도시화가 진행되자 조선권업주식회사를 선두로 일본인들은 진주의 강남 개발에 눈을 돌렸다. 일본인 기업인 조선권업주식회사의 농지 개간을 통해 초기 강남으로 이전한 기관은 1910년대 초 경상남도 묘표장(묘목재배지), 잠업전습소, 진주헌병대 분대 등이다. 이어 1914년 배다리 개통과 맞추어 천전리는
나에게 베트남 음식은 생소한 음식이다. 베트남 음식 하면 생각나는 것은 쌀국수와 향신채 고수 그리고 몇 년 전 서울에서의 경험이다. 어쩌다 유명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서 베트남 음식을 먹게 되었다. 처음 접하는 스크린 터치로 알지도 못하는 음식을 주문하면서 먼저 혼이 한 번 나갔다. 그 다음은 번호를 기다리며 촌티를 냈을 것이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버벅거렸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하 식품코너의 번잡함과 소란함에 완전히 혼이 나가버렸다.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무슨 맛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얼마 전 아내 아는 분의 소개로 진
어떤 신을 모시는 종교든,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의지에 대한 논란은 꽤 오래된 논쟁적 주제다. 입장과 주장을 떠나 절대 신과 대거리할 정도라니, 인간의 자유의지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전설이든, 종교든 어떤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전제하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인간 자체에 대한 지독한 회의, 혹은 반대로 대단한 긍정임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의 믿음을 조탁하려는 전도자들에게 이런 자유의지는 가장 무서운 적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지옥의 벌, 달리 말해 가장 강력한 위협수단이 그토록 무섭고 잔인한 것만 보아도, 인간의
반짝이던 눈빛으로 내 강의를 열심히 들어주던 아들 같은 졸업생 둘을 만났다. 자기 앞가림 해내려고 아프게 애쓰던 아이들이 꽃다발까지 사 가지고 제법 어른티를 내고 나왔다. 우리는 정말 반갑게 수다를 떨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한 친구는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우리에게 전했다. 월급을 받아서 그것을 모아 내 집을 사고 부를 축적한다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취지였던 것 같다. 그렇게 살면 우리는 영원히 노예로 살 수밖에 없으며, 우리가 노예인 이유는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코로나를 거치며 학교 교육(공 교육)의 여러 문제가 드러나기도 하고 또 의외의 동기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는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학생들의 ‘학력격차’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은 교육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절실하다. 관에서 주도하거나 또는 언론에서 늘 강조하는 ‘학력격차’ 해소 방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말 중 하나는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의 함양이다.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이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함양한다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살의 청년 정치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원투표에서 37.4%로 나경원 후보(40.9%)에게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58.8%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데 힘입어 대표에 올랐다. 2030세대 남성의 압도적 지지와 정권교체를 향한 당원들의 열망이 결합한 결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능력주의’와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다. “저는 엘리트가 세상을 바꾸고,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할당제와 불합리한 가산점제를 재조정하고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살리자는 말은
1980년대 초반 중고등학교를 진주에서 다닌 나는 메밀국수 냉면에 대한 기억이 없다. 물론 외식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짜장면에 대한 기억은 있다. 메밀국수에 대한 기억은 온면이거나 냉면이거나 집에서거나 식당에서거나 전무하다. 물론 개인적 기억이다.진주 지역은 바다와 가깝고 지리산과 접해있어서 물산이 풍부했다. 에 따르면, 땅이 기름져 소출량이 다른 지역의 2-3배였다고 한다. 논농사 중심이기 때문에 밭에서 자라는 메밀과 감자 등은 쌀이 떨어졌을 때 어쩔 수 없이 먹는 구황 식재료였다. 흔한 재료도
몇 주 전 어느 날 새벽에 마을이장님께서 마을방송을 통해 농업경영체 등록을 언제까지 하라고 안내를 하셨습니다. 기한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남편이 마음먹은 모날 아침에, 농업경영체 공동경영주로 등록하러 갈 참이라고 도장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마침 하나뿐인 도장이 내 손에 없었습니다. 올해부터 협동조합 이사로 등재되어서, 사무실을 이전하려니 도장이 필요하다고 서울 사무실로 올려 보냈기 때문입니다. 도장이 없다는 말에, 남편이 대뜸 어떻게 도장이 하나뿐일 수 있냐고, 매우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는 듯 놀라 했습니다. 아니 약간 짜증을 내
경비원 이씨 / 주영국경비원 이씨가 갔다경비실에서 찬밥을 먹다가 갔다분식집 차렸다 퇴직금 날리고마누라까지 날려 먹고갑질도 못하는 노란 완장을 차고경비원 이씨가 되었는데,가슴 두 번 치며억억거리다 맥없이 갔다시 쓰는 선배와 화정동에서술 마시고 돌아오는 저녁두터운 망을 보며경비원 박씨가 졸고 있다 ***** 시는 경비원 이씨의 아픈 삶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명퇴와 실직이 속출하는 시대, 다시 시작한 사업이 망해 모든 걸 날려 먹은 가장들의 무거운 어깨가 느껴지고, 결국은 과로와 급체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 버
『정치는 사유될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라는 책들이 주문 후 도착한 상태라 책상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것을 보고 한 선생님이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이야’하며 우스개를 하고 나가셨다. 그때 나는 웃고 말았다. 라깡이라는 정신분석학자는 ‘사랑이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는데, 어떤 학생들은 이런 말에 대해 ‘도저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데 저 말은 자기의 이해력 부족을 고백하는 말이 아니고, 어떤 종류의 철학은 말을 명석 판명하게 쓰지 않는다는
여름이 되면 유독 생각나는 악기들이 있다.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기타 같은 악기이다. 그 반대로 활로 긁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 그 중 첼로는 왠지 더운 여름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난 바로크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바로크 악기 중 시원한 소리를 내는 류트와 테오르보란 악기처럼 현을 뜯어서 소리 내는 악기를 여름에 자주 듣는 편이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묵혀뒀던 음반을 꺼낸다.현을 뜯는 악기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악기가 기타가 아닌가 싶다. 작곡가 베토벤은 기타를 일컬어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했다 하니 기타로 표현할 수
역사에 밀려 시대에 밀려 중앙 정계 진출과 벼슬길이 막힌 진주지역 양반들의 쓰린 마음과 쓰린 속을 달래주었던 해장음식으로, 부임해온 중앙 관리의 접대 음식으로, 중앙 진출 로비에 활용되었던 유흥 음식으로, 한량들의 야참으로 명성을 날렸던 '진주냉면'은 조선의 멸망에 따른 교방 해체, 기생조합 권번의 해체에 따라 쇠퇴하게 된다. 그나마 권번에서 나온 숙수들이 진주 중앙시장 내에 냉면집을 개업하여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나 공급자 역할을 하던 냉면집들이 시장의 대화재로 사라지면서 '진주냉면'의 맥은 끊어지게
1909년 진주와 삼천포항을 연결하는 신작로가 개통되었으나 남강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교량이 없었던 관계로 자동차와 우마차 등을 활용한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은 진주 도심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진주 중심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도선(渡船)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를 해소한 것이 남강 배다리이다. 지금까지 남강 배다리는 1940년 조선시보 진주 주재기자 가츠다 이스케(勝田伊助)가 쓴 진주대관(晉州大觀)의 기록에 따라, 1912년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기록으로 인해 1913년 3월 7일, 삼천포항을 통해 진주를 방문한 데라우
Music “유기농 창작의 밭에서 뽑아낸 청정 음악”비누도둑은 문화비평가 겸 작가, 싱어송라이터인 남승희(보컬/어쿠스틱 기타/신시사이저)와 신동선(베이스)이 1997년 PC통신에서 만나 결성한 팀이다. 금세 바뀌긴 했지만 당시엔 한유선(드럼)이라는 인물도 멤버로 있었다. 신동선은 이듬해 팀을 나가 ‘허벅지 밴드’와 라틴 재즈 밴드 ‘로스 치코스(Los Chicos)’에서 활동하다 2004년 다시 비누도둑으로 돌아왔다.작가 남승희는 책 ‘나는 미소년이 좋다’(2001, 해냄)를 홀로 썼고 강준만 등과는 ‘마광수살리기’(2003,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