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의 초록걸음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 즈음인데 올해는 지리산의 아픈 상처를 만나는 걸음이라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함양 휴천면 와룡대에서 걸음을 시작, 구시락재를 넘어 동강마을을 지나 산청 방곡마을에 있는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까지 걸었는데 전 구간이 포장된 길이라 오솔길이나 숲길을 원하는 길동무들에겐 아쉬움이 있었을 테지만 지리산 둘레길이 새로운 길을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길, 주민들이 나무하러 다니고 장 보러 다니고 농사짓기 위해 다니던 길들을 이어 만든 길인지라 둘레길 295Km 중 반 이상이 농로
[편집자주]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4주년이다. 전쟁 과정에서 남북한에 걸쳐 수많은 전사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CIC(특무부대), 군인, 경찰, 대한청년단 등에 의해 100만 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됐다. 단디뉴스는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에서 현재도 계속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희님의 글을 통해 전국각지 유해 발굴 현장의 기록과 발굴을 둘러싼 사연, 증언록에 실린 생생하고 가슴 아픈 증언, 남겨진 과제 등을 연재한다. 연재가 한국전쟁의 기억을 되새기고 화해와 치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마을부녀회의 공식 활동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을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온갖 뒷일을 챙기며 마을을 지켜왔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길흉사를 집안에서 치를 때 유족의 마음을 위무하는 일이며, 그 많은 조문객의 음식을 대접하는 일, 평토제 지낼 제례음식 준비하는 일 등 부녀회원이 빠지면 되는 일이 없을 정도였다지요. 그런 일을 마치면 상주가 고마움의 표식으로 사례금을 주었고, 그런 돈들이 모여 부녀회 기금의 종잣돈이 되었다 합니다. 지금은 농약 빈병이나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으로 약소한 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그런 우리 마을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웃으면 좋다. 찡그리는 건 보기 좋지 않다. 웃으면서, 여유있는 모습으로 상대를 대하고 싶다. 막상 현실이 되면, 내 일이 되면 달라진다. 참 민망하게도 아이들 앞에서 그렇다.저녁 식사 자리다. "자 밥 먹자"고 한 마디 한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아랑곳없이 놀고 있다. 좋은 분위기로 이끌고 싶다. "아, 우리 어린이들 식사를 하실까요? 오늘은 무슨 반찬일까요? 너무 궁금하네." 아이들은 아빠가 재미난 놀이를 한다고 생각해 식탁으로 다가온다. '흘깃' 보고 다시 거실로 가서 자기들끼리 '까르르' 한다.
“선생님, 지금 빨리 병동에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박이 디티 뜬 것 같아요.”디티, 라는 말에 나의 얼굴이 먼저 찡그려진다. 디티는 진전 섬망(Delirium tremens DT)의 약자이다. ‘진전(tremens)’은 떨린다는 뜻이고, ‘섬망(delirium)’은 ‘미친, 또는 광란의 상태’를 의미하는 라틴어 delirare에서 유래했다.섬망은 주로 수술 후나 중환자실 입원처럼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 이후 발생한다. 시간과 장소를 헷갈리거나 헛것이 보이거나 헛소리를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섬망의 일종인 진전 섬망은 알코올
국제로타리 3590지구 대봉로타리클럽(회장 강명구)은 자활을위한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활의지를 높이기 위해 진주지역자활센터(센터장 김소형)가 운영하는 ‘드림공방’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지원사업은 진주 대봉로타리클럽이 국제로타리 세계본부에 사업 필요성을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공업용 재봉틀 5대(864만 원)와 배브릭 출사기(1,450만 원), 밴 차량(3,700여만 원), 교육비(1,000만 원) 등 총 사업비 7,100여만 원 규모로 지원된다.진주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드림공방’은 재봉틀을 이용
자유학기제와 함께 다양한 활동이 중학생들의 학교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창녕 남지여중에서는 유레카기자단 활동으로 달마다 2회씩, 내고장에 있는 역사생태 현장을 찾고 있다.꽃도 피는 시기가 있듯이 봄 풍경을 제대로 즐길려면 그에 맞는 시기를 맞춰야 한다.4월 중순 창녕 우포늪에는 버드나무와 자운영이 멋진 봄 풍경을 그리고 있다.이 시기에 맞춰 우포늪 봄풍경 즐기기를 하면서 소녀 감성을 자랑했다.자연 감성을 잘 느낄 수 있는 우포늪 징검다리.위로는 파란하늘이 아래로는 연두색 왕버들 잎이, 우포늪에서 낙동강으로 흘러가는토평천에는 왕
나는 살아서 즐거운 '아웃사이더'이고 싶다.(홍세화)1997년 를 읽은 나도 한 명의 홍세화 키드였다.2012년 진보신당 도의원 보궐선거후보로 출마했을 때 홍세화 선생님은 진보신당 당대표였다. 당시 정당법상 총선 득표율 3%미만이면 당이 해산될 수 있어, 우리는 무리를 해서라도 출마를 감행해 득표율 0.1%라도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다.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당대표라는 무게를 감당하고자 선생님은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셨는데, 진주에는 4월 8일 오신 걸로 기억한다.진주에서 몇 명 되지도 않은 당원들과 함께
나는 50대 아빠다. 어린 두 아이를 키운다. 첫째와는 46살, 둘째와는 47살 차이가 난다. 누가 봐도 깜짝 놀랄 만한 나이 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끔 가슴 뜨끔한 일을 겪기도 했다.아이를 보면서 "아이구, 귀여워" 하시던 분들이 나를 '흘깃' 보고선 다시 아이에게 "할아버지랑 나들이를 하는구나"라고 해서다. 그러면 아이가 "아니예요. 아빠예요"라고 말해서 일단락되곤 했지만, 나도 민망하고 상대방도 민망한 상황이었다.그때보다 몇 년이 더 지난 지금은 그런 일이 사라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때보다 나이는 더 들었고, 자연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0년. 강산이 한 번쯤은 변했을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제자리라 해가 갈수록 안타까움만 더해간다.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으며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를 약속이나 한 듯이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째 변주곡 “Nimrod”를 연주했다.이 음악에 얽힌 얘기는 놔두고 이 곡이 왜 연주되는지는 그냥 차분히 마음을 내려놓고 들을 수 있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격정적으로 마음 깊은 곳까지 표현한 음악이어서가 아닌가 싶다.작곡가
교사로서 내가 볼 수 있는 입학식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 지난 3월 입학식을 지켜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본다.교장 재임 시절 나는 기존의 모든 입학식 절차를 생략하고 새로운 형식의 입학식을 만들었는데, 그 이름을 ‘이해와 친교의 입학식’이라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입학식은 입학의 환영이나 기쁨보다는 학교의 공식적인 ‘의례’에 가까웠다. 물론 이 형식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입학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가정하에서 입학식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 모든 구성원들(2, 3학년 학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은 먹혔으나 민주당의 독주는 저지됐다.’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투표당일인 4월 10일 오후 투표소 출구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지역구와 비례위성정당(국민의미래)을 합해 100석 아래로 떨어지고, 범야권(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조국혁신당+진보당) 의석이 개헌저지선인 200석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뒤늦게 개봉된 사전투표함에서 보수표 결집현상이 나타나 여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새벽
벚꽃엔딩. 필 때보다 질 때가 아름다운 벚꽃잎처럼 우리 삶도 마지막까지 아름다울 수 있기를.
의대 증원을 포함하는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부와 의사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경상남도의 지역의료 불균형 실태와 불균형 해소 전략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경상남도의 지역의료 불균형 실태는 의사의 분포 불균형을 첫 번째로 들 수 있다. 아래의 표처럼 2022년 10월 기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1명 정도인 지역이 경남에 다수 있다. 전국 평균인 2.22명(한의사 제외, 2022)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진료기능이 제한되어 있는 공중보건의를 제외하면 의사 인력이 훨씬 더 부족함
합계출산율 0.72명의 초저출생이 기후위기와 함께 한국사회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자 여당·야당이 총선 저출생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늘봄학교 확대' 등을, 더불어민주당은 '신혼부부 가구당 1억 원 대출과 자녀수에 따른 탕감', '17세까지 월 20만 원 아동수당 지급',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 제공'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약에는 근본적인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긴 노동시간과 수도권 집중, 사교육, 과열 경쟁 구조 등 출산과 양육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 전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서 쫓겨났던 적이 있다. 초임 발령받아 부임한 27살 총각 선생이 정년퇴임을 앞둔 교장 선생님과 맞짱 뜬 게 문제였다. 군사 독재 시절 '야만의 시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신축 학교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것저것 교장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는 푼돈과 콩고물이 꽤 있는 듯했다. 새파란 신규 교사 눈으로 봐도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1년 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학교로 '강제 내신'을 당했다. 교장 권한이라며 호통쳤다. 억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