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성심원에 있는 같이 만들고 함께 돌보는 의료협동조합

평등하고 따뜻한 의료복지 공동체 화목한의원 모습 @사진=조세인 기자
평등하고 따뜻한 의료복지 공동체 화목한의원 모습 @사진=조세인 기자

성심원은 1959년부터 한센인 정착촌으로 500여 명의 사람들이 살던 공동체 마을이었다. 프란치스꼬회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과거 소외받았던 한센인들이 모여 살며 서로의 아픔을 품어주던 곳이다. 지금은 한센인 마지막 세대인 74명의 어르신과 43명의 장애인이 함께 살아간다.

2001년부터 한센인들을 돌본 김명철 원장이 의료사협을 만들고자 했을 때 성심원에서 선뜻 ‘프란치스꼬의 집’을 내주었다.

화목한의원은 경남에서 하나뿐인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이다. 산청의료사협은 2021년에 창립했고, 화목한의원은 2023년 11월 11일 농민의 날에 개원했다. 화목한의원 김명철 원장과 박인자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3년 성심원 대성당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 모습 @사진=산청의료사협
2023년 성심원 대성당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 모습 @사진=산청의료사협

의료사협은 지역주민과 의료인, 조합원 모두의 건강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지향하며 만든 곳이다. 의료사협은 현재 전국에 27곳이 있고 조합원은 6만여 세대에 이른다.

‘화목’이라는 한의원 이름은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에 방문 진료를 나가기 때문에 명명한 것이다. 방문진료에 어떤 의미를 두고 지은 이름은 아닐까 생각했다. 화요일인 오늘 김명철 원장은 방문진료를 나갔고, 박인자 이사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청의료사협 박인자 이사는 진주 아이쿱생협에서 20년 동안 일한 경력을 토대로 산청의료사협 이사를 맡아 활동 중이다.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는 상황을 보며 이곳에도 의료사협이 필요하다는 것에 마음을 모았다.

성심원으로 배경으로 산청의료사협 박인자 이사 @사진=조세인 기자
성심원으로 배경으로 산청의료사협 박인자 이사 @사진=조세인 기자

박인자 이사를 통해 의료사협이 그간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았다.

산청의료사협은 어떤 곳인가요?

의료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산청 주민 500여 명, 진주 시민 150여 명, 그 외 지역주민 100여 명이 함께 만들었어요. 산청은 시골이기 때문에 노인 인구가 많고 의료 소외지역이기 때문에 의료복지가 필요한 곳이에요.

성심원과 화목한의원 인연은?

성심원은 역사가 오래된 곳이에요. 현재 계신 74명 중에 한센인도 있고, 장애를 가진 분들도 있어요. 그들을 돌보는 직원들은 100명 정도 있어요.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마을로 바꾸면 좋겠다는 뜻에서 의료사협이 들어왔어요. 이곳 프란치스꼬의 집 엄상용 수사님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고 미래 비전을 세우는 중입니다.

의료사협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뭘까요?

의료사협의 목표는 자기 건강에 주인이 되자는 거예요. 개인의 건강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맡기는 게 아니라 자기 주도권을 가지자는 겁니다. 스스로 건강의 주인이 되어 이웃의 건강도 돌보는 거죠. 지역공동체가 함께하는 게 중요한 가치죠.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대표적인 교육은 건강리더교육이 있어요. 최근에는 대사성질환 예방의학 강의를 통해 몸에 대한 자기 이해가 생길 수 있게 도와드렸어요. 또한 조합원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건강강좌도 있어요. 혈압, 당뇨, 치매 등 만성질환에 대해 공부해요. 또한 조합원들의 소모임인 ‘건강수다모임’을 통해 건강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서로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마을경로당에서 건강리더들의 활동(체조, 건강체크 등) @사진=산청의료사협
마을경로당에서 건강리더들의 활동(체조, 건강체크 등) @사진=산청의료사협
산청지역지역자활센터와 MOU, 자활센터 구성원에게 건강강좌, 건강활동 진행하는 모습 @사진=산청의료사
산청지역지역자활센터와 MOU, 자활센터 구성원에게 건강강좌, 건강활동 진행하는 모습 @사진=산청의료사

의료사협에 앞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여기 성심원은 경관이 너무 좋지만,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산청 분들이 70% 정도 오시고, 나머지는 진주나 다른 지역 분들이 오십니다. 사실 제일 큰 문제는 의사가 더 필요해요. 의료서비스를 더 확대하기 위해 내과, 치과 의사를 구하는 중입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엄청 쉬워요. 의료사협의 뜻에 동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요. 조합원 가입서를 적고 출자금 5만 원을 내면 됩니다. 출자금은 조합원 탈퇴 시 전액 돌려드려요.

의료사협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김명철 원장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관심을 가지고, 진료를 받고 조합원으로 가입하기도 해요. 

협동조합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서로 돕고 연대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청의료생협 화목한의원 김명철 원장 @사진=조세인 기자
산청의료생협 화목한의원 김명철 원장 @사진=조세인 기자

성심원을 한 바퀴 돌고 와 방문 진료를 다녀온 김명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늘 방문 진료 어떠셨어요?

거동이 힘들어 병원에 오기 힘든 분을 진료하고 왔습니다. 한 분은 중풍환자이고, 한 분은 척추를 다쳐서 하반신을 못 쓰시는 분이에요. 방문 진료는 의료사협이 지향하는 핵심 활동입니다. 여러 이유로 병원에 올 수 없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 진료해줍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아주 똑똑한 할아버지인데요. 점점 눈이 안 보이고 몸이 쇠약해져가니까 자살을 하셨어요. 제가 계속 진료하던 분인데 갑자기 그렇게 되니까 마음이 아프고 기억에 남죠.

제가 치료하는 암 환자들이 어느 순간 오지 않아 확인해보면 사망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최근에는 부산의 한 암 환자를 치료했는데 돌아가시고 한 달쯤 뒤 남편이 왔더라구요.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꼭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대요. 그런 날은 마음이 뭉클하죠.

언제 가장 보람 있으세요?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의 행복입니다. 제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들도 돌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걸 보는 게 즐거운 일이에요. 저한테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의료자산이 있어서 감사하죠.

한의사로서 가진 철학이 있다면요?

의료사협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는 ‘자기 결정권을 가져라’입니다. 스스로 건강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입니다.

여기는 단식 프로그램이 있어요. 단식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굉장히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성심원 교육회관에서 일주일 동안 자연치유강의, 냉온욕, 장청소, 걷기, 요가 등 합숙하며 진행됩니다.

많은 협동조합에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의료사협도 갈등을 겪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공동체라고 하면 갈등 요소가 많아요. 저는 갈등 요소가 있어도 같이 힘을 합쳐서 하는 게 좋아요. 봉사활동도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좋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의료사협을 만들고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여기 오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가 드신 분이 많아요. 돌아가시기 전에 이곳에서 사전 장례식 같은 걸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병원에 안 가고, 경찰에 신고 안 해도 여기서 제가 사망진단서를 끊어줄 수가 있거든요.

죽기 전에 친한 사람들 불러서 이야기도 하고, 음악회도 열었으면 합니다. 여기서 사전 장례식을 하고, 집에서 편안하게 장례식을 치를 수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건강하게 사는 걸 돕는 일을 하고 있지만, 또한 존엄하게 죽을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함께 만드는 건강

더불어 행복한 삶 

지속가능한 공동체

김명철 원장은 웰빙과 함께 웰다잉을 고민하고 있다. 의료사협이 경남에서 처음으로 의료협동조합을 시작한 것처럼, 한 발 앞서 웰다잉으로서 사전 장례식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누군가는 겪고 있고, 언젠가는 다가올 아픔과 늙음 그리고 죽음 앞에서 의료사협이라는 공동체가 있다면 덜 고독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성심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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