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민 칼럼] 우주에 던지면 먼지처럼 가벼웠던 늙음과 죽음

절대수명 연장과 건강수명 연장에 대하여

2025-11-28     황규민 약사

이 글의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늙는다는 것은 우주의 일>이라는 책의 광고 카피 '우주에 던지면 먼지처럼 가벼워지는 늙음과 죽음'을 조금 바꾼 것입니다.

'먼지처럼 가볍다'는 것은 우주의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은 너무나 흔하고 당연하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10여년 전 진화생물학자 '조나단 실버타운'이 이 책을 쓸 때 노화와 죽음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우주의 일로, 어쩔 수 없이 당연히 받아들여야하는 운명의 영역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생명과학과 의약학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노화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변했습니다. 어쩔수 없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저항하고 피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먼지처럼 가벼웠던' 이라는 과거형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특히 노화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고 관리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TV, SNS 그리고 책 등에 '저속 노화', '건강 노화'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닙니다.

급기야 '노화의 종말', '노화의 역전'까지 언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아직 공인되지 않은 개인적 주장과 과장 그리고 상업적 의도가 개입되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미 100세 시대가 도래한 듯합니다. 이제 90대에 돌아가시는 분들은 흔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80대였습니다.

우리나라가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 80세를 넘긴 것은 2008년입니다.

노화와 죽음은 다릅니다.

뿐만아니라 기대수명과 절대수명도 다릅니다.

평균 기대수명 80세를 넘긴지는 오래 전이지만 생물학적으로 살 수 있는 최대 한계 수명인 '절대수명'은 여전히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대략 120세입니다.

절대수명 120세를 넘긴 경우는 인류 역사에 극소수라고 합니다. 프랑스인 장 칼망(Jeanne Calment)은 1875년에 출생하여 1997년 8월 4일 사망했습니다.

그녀의 공식 수명은 122세 164일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검증된 인류 역사상 120세를 넘긴 유일한 기록입니다.

사실 10여년 훨씬 전부터 생명과학자중에는 노화와 생명 연장에 도전한 진취적 인물 또는 괴짜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쁜꼬마선충' 또는 '효모' 등을 이용해 노화와 수명 연장의 비밀에 도전했고 일정 부분 성과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 적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대중들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과학자들 조차도 노화와 수명 연장은 우주의 일이고 신의 영역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 광대한 우주 변방 조그만 푸른별 지구 표면의 먼지같은 존재 호모사피엔스가 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며 '생로병사'라는 우주의 신비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론적으로 현실적으로 저속노화 또는 건강수명(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 연장의 가능성을 대중과 전문가들 모두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99세까지 88하게 살다 가겠다는 것에 대해 이제는 비웃거나하지 않고, 서로 응원하며, 적극 동참하는 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절대수명 120세를 넘기는 수명 연장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단일 치료가 아니라 뇌기능과 세포의 재생, 암의 통제, 장기 재생 등의 복합적 측면이 있기때문에 현재로서는 절대 수명 120세를 넘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몇가지를 더 구체적으로 언급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채, 노화는 '텔로미어(염색체 말단에 위치하는 DNA 보호장치)'와 같은 한 부분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DNA, 단백질, ATP, 후성유전, 면역 등 여러 면을 동시에 고쳐야 합니다. 그래서 쉽지않습니다.

두번째, 뇌의 노화는 삶의 질에 결정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과학기술 수준에서 뇌의 완전 교체는 아직 불가능합니다. 대뇌 피질, 해마같은 중추신경계의 재생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기억과 정체성 등은 재생으로 복구가 쉽지않은 부분입니다.

세번째, 암 발생 통제의 문제입니다.

생명 연장을 위해서는 세포의 지속적인 성장과 활발한 분열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능력은 통제를 벗어날 경우 암세포의 무한 증식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생명 연장을 위한 성장과 분열의 지속과 암 발생 통제는 노화 연구의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네번째, 진화적 이유 입니다.

자연선택은 번식기 이후의 생존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두지 않았습니다. 노년이 되면 발현될 수있는 노화 메커니즘이 방치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손상된 DNA 복구와 유전정보 발현 조절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절대수명 연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재에도 노력여하에 따라 건강수명 연장은 가능합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근육량 유지, 영양과 대사 조절, 수면 스트레스 염증 조절, 비만 당뇨 혈압 등의 관리, 금연과 절주 그리고 칼로리 제한 등을 통한 저속 노화와 건강수명 연장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인정합니다.

그리고 mTOR 억제제, NAD+ 전구체, 세놀리틱스 (노화세포 선택적 제거제) 등과 같은 의약학적 개입이 동물 모델 실험에서 건강수명과 수명 연장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인체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안전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같이 이제는 80–90세 이후에도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은 실현 가능한 현실적 목표가 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국왕조차도 종기 때문에 죽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입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당뇨, 고혈압 등과 심혈관 질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성실하게 관리하면 건강하게 삶의 질에 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절대수명 120세를 넘어서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 하겠지만,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암과 알츠하이머 치매 등도 조만간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이 알약 몇개로 관리되는 시대가 올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현실적 목표는 절대수명 연장이 아니라 건강수명 연장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알약 몇개로 암 치매 등을 관리하는 날이 올까요?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해서라도 건강하게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야겠습니다.

황규민 작가/한빛약국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