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 칼럼] 당신의 돌봄, 소중합니다
2025 돌봄노동자 그림 사진일기 사례공모전을 마치며
올해도 경상남도 서부권 돌봄노동자 지원센터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돌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25 돌봄노동자 그림·사진일기 사례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지난 8월 2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은 진주와 사천, 고성, 통영, 남해, 하동, 산청, 함양, 거창에서 활동하는 돌봄노동자들이 참여해 그림과 글이 있는 그림일기, 사진과 글을 담은 사진일기 형식으로 돌봄 현장의 살아 숨 쉬는 일상을 자유롭게 펼쳐 보였습니다.
돌봄현장에서 겪은 잊히지 않는 순간, ‘가치 있는 돌봄, 좋은 돌봄’에 대한 바람, 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느낀 변화, 그리고 자신의 돌봄 여정을 정직하게 담은 수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을 돌보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올해도 많은 분들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아 주셨습니다. 51명의 돌봄노동자들이 들려준 일상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기록이자, 우리 지역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소중한 목소리였습니다.
외로운 어르신의 길동무가 되어 함께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주는 손이 된 분. 애착인형처럼 포근한 엄마였다가,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를 보며 한발 물러서는 결심을 담담히 기록한 어머니.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내를 곁에서 지키며 “이제는 우리 셋이 함께 살아간다”고 말하는 가족요양보호사의 애틋한 마음. 동료 돌봄노동자들과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춤을 추고 수다를 떨며 잠시 ‘소녀’로 돌아갔다는 고백까지.
누군가는 힘에 부쳐 뒤돌아서기도 했습니다.그러나 다시 돌봄 현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삶을 말없이 보듬어내는 그 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하루는 때로 고되고 외롭지만, 그 속에는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온기가 있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바로 그 작은 온기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사진으로, 글로, 그림으로 드러난 돌봄의 기록을 읽으며 저는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돌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이어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힘이라는 것을.
공모전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 이미 마음속의 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마음을, 손을 기꺼이 나누는 이분들이야말로 우리 지역사회가 의지하는 진짜 버팀목이기 때문입니다.
돌봄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오늘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돌봄노동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의 돌봄,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