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모임이 아니다④]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문화사랑방 보틀북스에서 진행하는 형형색색 독서모임
행복에 관한 연구서들은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커뮤니티를 손꼽는다. 진주에는 어떤 모임들이 있을까. 진주 사람들은 어디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까. 이것은 모임 이야기지만, 사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틀북스는 2018년 문산읍에서 시작한 진주의 작은 동네 책방이다. 현재는 진주 혁신도시로 이전하였는데, 전보다 넓어진 공간만큼이나 이곳에서 펼치는 모임도 풍부해졌다.
철학, 사회, 과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펼치는 독서모임은 매달 20~25여 개에 독서모임 멤버만 200여 명 달한다. 그 중 추천할 만한 몇 개의 모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처음으로 소개할 모임은 경영경제독서모임이다. 진주시에서 추진하는 ‘K-기업가의 도시’의 브랜드화에 맞춰 학생, 성인들과 함께 진행하는 경영경제모임은 주목해볼 만하다.
한때 대한민국 서점가에 유행을 떨쳤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책을 기억하는가.
이 책에는 경영경제 용어를 게임으로 배울 수 있는 보드게임을 소개하고 있는데 무려 20~30만 원대의 고가를 자랑하는 보드게임이다. 이 게임에는 주식의 변동, 개인 가정사의 변수(출산, 구조조정 등)도 반영되어 있어 딱딱하게 책으로만 배우던 경영경제 지식을 몸소 체득할 수 있다.
이 모임에서는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진행한 뒤 보드게임으로 독후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책을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간접경험을 직접경험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과학 독서모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진주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됨에 따라 진주시민의 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였는데, 막상 과학을 공부하려고 보니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보틀북스에서는 과학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진주시민 과학인문교양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 모임이 있다. 이 책은 무려 720여 쪽에 달하는데, 혼자서 읽기에 부담일 수 있다.
이런 이들을 모아 함께 책을 여러 차례 나눠 읽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유명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섭외해 강의로 호기심과 의문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모임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사천에 설립된 항공우주박물관, 과학관에 방문하여 관람하는 탐방프로그램까지 준비하여 일명 ‘과학독서 코스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독서모임이 책을 책으로만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다양한 활동을 곁들이면 충분히 즐길만한 문화가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그 외에도 맥주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맥모임, 세계사와 한국사를 스토리텔링식으로 익히는 ‘벌거벗은 역사’ 독서모임, 한 저자의 저서를 몽땅 읽어보는 한 저자 독파모임, 한 달에 한 권만이라도 제발 읽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한달한권 프로젝트 등 그야말로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모임인 셈이다.
보틀북스가 진주혁신으로 이전함에 따라 접근성이 그만큼 용이해졌으니, 이제야말로 슬세권(슬리퍼신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권역)이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텍스트힙’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글자를 뜻하는 영단어 텍스트와 개성 있다는 의미의 힙하다를 합친 신조어인데, 진주시민들도 이렇듯 가까운 동네 책방에서 텍스트로 힙해지는 시간을 누려보길 바란다.
채도운/ 보틀북스 대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