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인터뷰] 지치지 않는 곰처럼 꿀 같은 진주이야기 담아내는 ‘곰단지야’

‘월간 곰단지야’ 80호를 내고 있는 이문희 대표의 사는 이야기 “사람 이야기 듣고 기록하는 일이 천직이려니 생각합니다”

2024-07-12     조세인 기자
곰단지 출판사 이문희 대표 

출판사 이름이 흥미롭다. 곰단지. ‘미련 곰단지’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름의 출판사는 진주 혁신도시에 소재하고 있다. 곰단지는 2017년 부산에서 시작했고, 2019년 진주에 뿌리를 내렸다.

곰단지 출판사에 들어서니 책장에 곰단지에서 출간한 책들이 가득했다. 책들이 둘러싸여 있는 공간과 잘 어울리는 이문희 대표가 차분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오랫동안 글쓰는 사람으로 살았고, 시인이기도 한 이문희 대표는 편집장으로 시작해 2020년 12월부터 대표를 맡았다. ‘곰단지’는 ‘한 가지 일에 미련하리만큼 몰두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누구는 뭉근한 불에 오랜 시간 끓여낸 곰국을 연상하고 누구는 곰돌이 푸를 이야기합니다. 곰돌이에 이어서 푸가 좋아하는 꿀단지까지, 각각 해석은 다르지만 결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곰단지는 곰국도 담고 달콤한 꿀과 꿀을 모은 벌집이 되기도 합니다.”

곰단지 출판사는 <월간 곰단지야>와 매년 20여 권의 신간을 발행하고 있다. 2017년 12월 창간한 <월간 곰단지야>는 현재까지 80호를 발간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진주지역 이야기라고 한다. 최근 『정동주의 진주문화사 이야기』, 『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에 이어 올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지역출판사 지원사업에 김경현의 『진주 죽이기』가 선정되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이문희 대표와 곰단지와 인연은?

작은도서관에서 20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2007년 푸른마을도서관에서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에 글쓰기 모임 ‘文이와 함께’를 만들고 도서관 소식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고, 푸른마을도서관의 첫 번째 그림책 『가락지』를 출간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 그림책 『위대한 스승, 남명 조식』을 만들었어요. 두 권의 그림책 출판으로 진주와 산청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만나 그림책을 읽어주고 책놀이를 했지요. 그때부터 출판에 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곰단지 출판사 대표의 삶은 어떤가요?

사람은 모두 한 권의 책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생책’ 한 권을 내는 일을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출판이라 생각하고요. 그러니 한 권 한 권의 책이 소중할 수밖에요.

그런데 직업인으로서의 출판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책을 직접 기획해서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도 해봐서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툭툭 튀어나오더군요. 출판 이후 이어지는 홍보, 유통, 판매 부분은 또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진주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건 어떤가요?

책이 좋아서 도서관도 하고, 마을학교 그리고 출판사를 하게 되었네요. 꿈꾸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복 받은 일이지요.

물론 지역에서 출판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책을 좋아하고 책과 더불어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이 모여들기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이라는 한계’가 아니라 ‘지역이라는 터전’이 힘이 되고 있거든요. 곰단지는 늘 ‘곰단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월간 곰단지야>를 소개해주세요.

매월 이번 호가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 조바심할 때도 있지만 필진들이 보내주시는 좋은 원고들이 있어서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표지그림부터 시, 에세이, 그림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요.

대표 꼭지라고 할 수 있는 ‘곰단지 사람들’에 화제가 되는 분을 인터뷰해서 싣고 있습니다. 4월호에는 김장하 선생님을 만나 뵙고 쓴 글을 실었고 이번 호에는 박재삼 문학상을 받은 현택훈 시인을 만났습니다. 저희 잡지엔 지구환경, 인권, 다문화 이야기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한글뜻그림이나 시그림, 디카시처럼 다양한 형식의 작품도 싣고 있습니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태생이 사람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니 그것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이 천직이려니 생각합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글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답을 찾고 어려움을 이겨냅니다. 그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약이 되지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곰단지를 알고 있을 때, 월간 곰단지의 어느 글이 좋다고 이야기해줄 때,

파일로 받은 원고가 어느새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나왔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책이 많이 팔리고 통장에 돈이 쌓인다면 더 좋겠지만, 이야기를 찾아내고 책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곰단지의 꿈이 있다면?

곰단지 안에서 많은 이들의 꿈을 이루게 하고 싶습니다. 문학 하는 이들은 문예지로, 음악 하는 이들은 예술지로, 젊은 친구들이 곰단지를 통해 길을 찾고 그 길에서 빛나면 좋겠습니다. 정말 돈이 많아서 어려운 예술인들 팍팍 지원해주고 지구환경이나 교육이나 문화활동을 하는 단체들도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장하 선생처럼 조용히 말입니다.

곰단지에서 출판한 책소개해주세요.

매년 20여 권의 책을 출판해왔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출판한 책들 위주로 말씀드려야 할 듯합니다. 지역을 담은 『정동주의 진주문화사이야기』와 『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이 있고요, 이호신 화백의 『오늘, 청소년에게 쓰는 그림편지』, 남가람박물관 이성석 관장님이 30년 동안 전시기획을 하면서 쓴 미술평론집 『나는 오늘도 미술관에 간다』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뭉클하게 풀어낸 장은화 작가의 에세이집 『그 여자의 서른다섯』, 할머니가 외손녀를 키우면서 5년 이상 쓴 육아일기를 정리한 『서진아, 할머니 놀이터에서 놀자』, 엄마와 아이가 그림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눈 말들이 어린이시가 되어 직접 손글씨로 써서 펴낸 『동굴 속 사자』, 작은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동화작가가 된 유별나 작가의 동화집 『짜장면도 못 먹잖아』와 그림책 『멋진! 고무장갑』 등이 기억납니다.

『문이랑 책이랑 글이랑』과 『벼방귀 피시식』은 제가 저자로 참여한 책입니다.

또한 진주연합차인회에서 진행하는 차식경연대회 작품집을 2022년과 2023년에 냈고 형평기념사업회의 학술대회 자료집과 나무코포럼의 진주총서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경상국립대 스마트공동체사업단에서 학생들이 인터뷰해서 만든 『배건네 망경동을 그리다』와 중앙시장 이야기를 다룬 『시장, 오후 네 시』도 있습니다.

AI 그림을 활용한 그림책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곰단지에서 함께 일하는 성수연 편집장은 20년 동안 출판과 관련된 일을 해왔어요. 성수연 편집장은 글이든 그림이든 부족한 부분을 AI가 채워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게 돕기 위해 AI를 활용한 작업의 전문가입니다.

성수연 편집장은 지난해 AI 그림을 활용한 그림책 『지구별 청소부』를 발간했고, 올해는 『진주이야기 그려줘』라는 AI 그림책을 준비 중입니다.

저희 곰단지 출판사의 핵심은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입니다. 진짜 중요한 인생 책은 자기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출판 곰단지 사무실에서 성수연 편집장(왼쪽)과 이문희 대표(오른쪽)  

진주의 고유한 이야기를 출간해온 곰단지의 힘은 한 가지 일에 미련하리만큼 몰두해온 곰단지같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역의 작은 출판사인 곰단지가 이 지역에 깊이 뿌리내리길 기대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